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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디지털 공습②] "AI설계사 시대 온다"… '경영 3세' 미래시장 체질개선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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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디지털 공습②] "AI설계사 시대 온다"… '경영 3세' 미래시장 체질개선 주도

보험 ‘99%’가 대면영업…은행·증권은 70% 이상 ‘비대면’
비금융 데이터 접근성·신기술 활용도 등 ‘약점’
설계사 중심 영업 ‘고집’…미래엔 ‘인슈어테크’ 잠식될 수도

보험사들이 전통적인 사업 구조를 유지할 경우 빅테크에 잠식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본사DB이미지 확대보기
보험사들이 전통적인 사업 구조를 유지할 경우 빅테크에 잠식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본사DB
보험사 ‘3세 경영인’들이 디지털 사업에 집중하는 것은 보험 생태계가 디지털 중심으로 급속 재편되는데 따른 것이다. 금융당국이 2020년 ‘인공지능’(AI) 설계사 허용 등 일찌감치 디지털 강화에 힘을 실으면서 보업업계가 앞으로 가야할 길은 명백해졌다. 설계사들 반발과 비용문제 등으로 AI설계사가 지연되고 있지만 3세 경영인들은 미래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디지털 역량을 강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빅테크 업체들도 플랫폼뿐만 아니라 헬스케어 서비스 등 보험사 고유 사업영역까지 침투해 고도화하고 있어 선제적인 대응이 절실해진 것이다.

13일 금융권과 보험연구원 등에 따르면 보험 생태계가 디지털 중심으로 급속 재편되자 보험사 ‘3세 경영인’들이 디지털 사업에 뛰어들어 신산업을 강화하고 있다. 정경선 현대해상 최고지속가능책임자(CSO) 전무와 신중하 교보생명 그룹데이터팀장(부장), 김동원 한화생명 최고글로벌책임자(CGO) 사장 등 3인이 차세대 ‘디지털 사업’에 직간접적으로 힘 싣고 있다.

이는 금융시장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 하면서 이런 전통적인 사업구조가 재편된데 따른 것이다. 보험산업의 체질 개선이 다소 더디긴 하지만 핀테크 분야가 보험 분야로 세분화된 ‘인슈어테크’의 등장은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인슈어테크 기업은 상품개발과 계약체결, 고객관리 등 각 분야의 보험업무에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의 IT기술을 융합해 효율적이고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예를 들면 AI의 기계학습을 활용해 보험의 가입과 보험금 청구가 단 몇 초면 된다.

다행히도 아직은 국내 인슈어테크가 보험사의 ‘생존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다. 금융당국의 규제와 자본이 인슈어테크 기업들의 보험업 신규 진입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당시에는 보험산업 혁신의 결정체로 불리던 ‘AI 설계사’가 등장할 ‘뻔한 적’도 있다.

토종 AI 대화엔진 회사인 ‘페르소나시스템’(페르소나AI)은 2019년 5월15일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를 통해 AI인슈어런스 로보텔러에 대한 규제특례를 받았다. 보험권유에서 설명, 청약까지 보험 전 과정을 AI로 진행하는 등 로봇이 보험모집을 하는 첫 사례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이후 사업 당사자 간 이해갈등 문제에 부딪혀 진척을 보지 못하고 지지부진해졌다.

아직 우리나라 보험모집시장은 대면채널 중심의 시장구조로 보험사 판매기능의 외주화가 보편화하고 있다. 인터넷・모바일 등을 활용한 보험상품 가입 비중은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각각 0.6%, 6.2%로 은행업(74.7%)이나 금융투자업(83.6%)에서의 비대면 채널 활용 수준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반면 자동차보험과 여행자보험 등 상품구조가 간단하고 이해하기 쉬운 상품은 비대면 채널 활용도가 높은 편이다.

보험사는 과거 전속설계사 중심의 영업방식에서 벗어나 법인보험대리점(GA)과 방카슈랑스 채널 등 비전속채널에 대한 판매의존도를 높이는 추세다. GA의 대형화와 함께 자회사형 GA 설립이 증가하면서 핵심 판매채널로 부상한 상황이다.

물론 보험사에서도 AI기술을 활용해 상담과 컨설팅, 언더라이팅, 의사결정 등에 적용하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NH농협생명의 경우 작년 하반기 보험챗봇 스타트업인 파인더스와 합작 개발한 AI챗봇서비스 ‘코대리’를 내놓기도 했다. 코대리는 보험업계에서 최초로 개발한 사실상의 AI설계사로 온라인보험 상품홍보 및 보험상담 업무를 맡는다.

금융당국의 정책 기조가 금융산업 혁신과 경쟁 촉진을 위해 비금융회사에 대한 금융업 진출을 폭넓게 허용하는 만큼, 보험사와 테크기업의 경쟁은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 보험사는 빅테크에 비해 장기상품에 대한 노하우, 위험관리능력 등에는 강점이 있지만, 시스템 및 인력의 경직성, 비금융 데이터 접근성 및 신기술 활용도 등은 약점이다.

현재 리스크관리 능력과 자본력을 갖춘 대형 보험사와 대형 GA가 시장 우위를 점하고 있으나 미래에도 기존의 치료비 보상이나 사고 보상중심의 역할을 고집할 경우, 단순히 보험금을 지급하는 역할에만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보험연구원 보고서를 통해 “빅테크가 보험사로 인가를 받아 보험업에 진출하는 경우, 차별화된 데이터와 기술력으로 새로운 보험상품 및 서비스를 개발·판매해 기존 보험회사의 잠재고객, 특히 MZ세대의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dtjrrud8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