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물 금리 연 2.600%…10년·20년물보다 낮아
IFRS17發 초장기채 집중매수 ‘금리역전’ 촉발
장기채 쌓이면 거래 안 돼…만기 다변화해야 지적
IFRS17發 초장기채 집중매수 ‘금리역전’ 촉발
장기채 쌓이면 거래 안 돼…만기 다변화해야 지적

27일 보험업계 따르면 최근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장단기 금리 역전현상이 두드러진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 공시를 보면 국고채 30년물 금리는 이날 오전 기준 연 2.600%로 거래돼 만기가 더 짧은 10년물(2.740%), 20년물(2.709%)보다 금리가 더 낮았다. 가장 금리가 높아야할 50년물도 2.500%에 그쳤다.
일반적으로 국고채 금리는 만기가 길수록 더 높다. 자금회수까지 걸리는 기간을 고려해 투자자 입장에서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종종 10년물 금리가 3년물보다 낮아지면 향후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다고 보지만, 현재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보험사의 초장기채 집중매수 현상이 금리역전을 촉발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실제 보험사를 중심으로 초장기채에 대한 수요는 높아지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분석을 보면 지난 2021부터 2022년까지 58조2000억 원을 기록한 보험사의 초장기물 순매수 규모는 2023년에서 2024년 중에는 36조2000억 원으로 순매수세가 진정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장외 파생상품인 ‘본드 포워드’의 활용도가 높아지는 추이를 고려하면 보험사의 초장기물 수요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게 연구원 측 분석이다. 본드 포워드는 나중에 국채를 사기로 계약하는 방식이다. 최근 몇 년간 보험사들이 예전보다 직접 초장기 국고채를 덜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파생상품 등 다른 방식 통해 여전히 많이 사고 있다는 얘기다.
연구원 측은 최근 외국인의 국고채 초장기물 보유 규모가 늘어난 것도 상당 부분 보험사의 본드 포워드 수요와 연결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작년 9월 말 기준 삼성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 신한라이프생명, 농협생명과 삼성화재, DB손해보험, 현대해상, 메리츠화재, KB손해보험 등 자산 상위 생·손보사들의 본드 포워드 미결제약정액의 합산 규모는 40조4000억 원으로 2020년(3조8000억 원)과 비교해 10배 넘게 늘었다.
특히 금리 인하 기조로 자본관리를 위한 보험사의 초장기 채권 매수세가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금리가 내려갈수록 보험사가 미래에 고객에게 지급해야 할 보험금(부채)의 현재가치가 커진다. 보험회계 기준(IFRS17)과 지급여력제도(K-ICS) 하에서는 이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기 때문에, 금리가 낮아지면 장부상 부채가 불어나고 자본 건전성이 악화한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을 방어하기 위해 부채와 비슷한 기간을 가진 자산, 즉 초장기 국채를 많이 보유해야 자산·부채 간 만기 구조(듀레이션)를 맞출 수 있다. 듀레이션 갭을 줄이면 자본에 미치는 충격을 완화할 수 있기 때문에, 초장기채에 대한 수요는 금리 하락기일수록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다만 보험사 등의 수요 증가로 인해 시장에 초장기물이 쌓이게 되면 되레 거래가 어려워질 수 있는 만큼 만기를 분산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초장기 국고채의 경우 시간이 지나서 경과물이 되면 거래가 잘 안되는 특성이 있어 유동성 악화의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장보성·정화영 연구위원은 ‘국고채 만기 장기화의 배경과 효율적 관리를 위한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재정 관리 측면에서 국고채 만기를 효율적으로 분산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관련 정책 수단(조기상환 및 교환)의 실효성 있는 활용을 위해서는 국가재정법 개정을 통해 국채 발행 한도를 순증액 기준으로 전환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