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한 정책 회장이 나서야 하는데…수석부행장 대행체제로는 한계
기재부·금융위 조직개편 지연… 금융 공공기관 통폐합에 공석 길어질 듯
기재부·금융위 조직개편 지연… 금융 공공기관 통폐합에 공석 길어질 듯

석유화학업계 주채권은행인 산은은 산업재편 열쇠를 쥐고 있고, 대미 투자펀드는 산은·수은·무역보험공사가 큰 역할을 맡을 수밖에 없다. 산은 등 국책은행은 직간접으로 정부 정책과 얽힌 예민한 사안들을 회장이 직접 나서서 풀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수석부행장 대행 체제로는 의사결정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1일 정치권과 금융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등의 조직 개편이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는 데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로 금융 공공기관 통폐합 논의까지 겹치면서 현재 공석인 산은·수은 등의 수장 인선이 지연되고 있다.
조직 개편 과정에서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 골격을 먼저 확정하고 인사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다만 석유화학업계 구조조정, 50조 원 이상 규모의 첨단전략산업기금 조성,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펀드 등 국책은행이 주도적으로 나서서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한 만큼 수장 인사를 더 늦추면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온다.

특히 석유화학업계 주채권은행인 산은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부·채권단·대주주 등과 의견을 조율하고 사업 재편을 이끌어야 한다. 산은의 10대 석유화학업체에 대한 대출채권 잔액은 약 5조8000억 원 규모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부도 위기에 몰렸던 한화그룹과 DL그룹의 합작사 여천NCC의 금융권 익스포저(위험노출액) 1조4200억 원 중 산은이 4255억 원을 차지하고 있다. 한화와 DL이 긴급자금 투입에 합의하면서 부도는 면했지만, DL 측은 향후 수익성 개선이 어렵다는 이유로 워크아웃도 불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산은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산은은 이재명 정부의 핵심 공약인 100조 원 이상의 '국민성장펀드'에서도 핵심 역할을 맡는다. 최근 산은 내에 '첨단전략산업기금'을 신설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산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정부는 첨단전략산업기금 50조 원 이상을 마중물로 민간 금융권과 연기금 등 자금과 연계 투자하는 '국민성장펀드'를 통해 향후 5년간 100조 원 이상의 자금을 첨단전략산업에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미국과 관세 협상 과정에서 한국이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 달러 대미 투자펀드도 주요 변수다. 아직 미국과 투자 방식을 놓고 정교한 합의에 이르지 못했지만 우리 정부의 주장대로 상당수가 보증 방식으로 이뤄질 경우 산은·수은·무역보험공사 역할이 커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전직 국책은행 관계자는 "국책은행 특히 산은의 경우 굵직하고 예민한 사안들에 직간접으로 정부 정책과 얽혀 있기 때문에 정권과 가까운 회장이 직접 나서서 풀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대행 체제가 길어질수록 의사결정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정부 정책과 엇박자가 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