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인은 남다른 문화재 사랑으로 자신의 호를 따 1982년 서울 대치동에 호림박물관을 개관한 뒤 문화재 수집을 늘려 신림동에 확장 이전한데 이어 지난 2009년에는 신사동에 호림박물관 분관을 개관했다.
특히 윤장섭 명예회장은 민족문화 계승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인 끝에 해외로 반출될 뻔한 국보·보물급 유물 1만5000여점을 우리 곁에 선물로 남겨주고 떠났다.
고인은 개성공립상업학교 재학시절 개성박물관장을 지낸 고유섭 선생의 특강을 듣고 나서 문화재에 대한 남몰래 열정을 키워온 것으로 알려졌다. 1971년 고미술 중개상인으로부터 '청자상감유로연죽문표형주자'를 구매하면서 문화재 수집에 뛰어들었다. 당시 개성 출으로 한국 문화재계의 거목들인 최순우 전 국립중앙박물관장, 황수영 전 동국대 총장, 진홍섭 전 연세대 석좌교수와 두루 교유하며 문화재에 대한 남다른 감식안을 길렀다.
그는 구입한 문화재를 성보문화재단으로 넘기고, 그중 예술적 가치가 뛰어난 유물은 호림박물관에 전시했다.
윤 명예회장이 수집한 문화재 가운데 유난히 불교 전적과 도자기가 많다. 특히 '백자청화매죽문호' '분청사기박쥐연어문편병' 백자주자(有蓋)'는 국보로 지정돼 있다.
그는 호림박물관 30주년 기념전 당시 인터뷰에서 "좋은 문화재는 저쪽에서 아무리 비싼 값을 불러도 샀다"고 회고하면서 "문화재는 개인 재산이 아니다. 내가 모은 문화재도 전부 (성보문화)재단에 기증했으며, 먼 훗날까지도 공공의 자산으로 후손에게 길이 전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박정윤 여사와 아들인 재동(성보화학 부회장), 재륜(서울대학교 교수), 경립(유화증권 회장) 씨, 며느리인 오윤선(호림박물관장)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0호실이다. 발인은 18일 오전 9시, 장지는 경기도 고양시 선영이다. (02)3010-2230
노정용 기자 no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