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누가 국정 최고 책임자가 되느냐에 따라 국가 흥망 달려

공유
0

누가 국정 최고 책임자가 되느냐에 따라 국가 흥망 달려

[심리학자 한성열의 힐링마음산책(229)] 지금은 유능한 리더가 절실히 필요한 시기

도드람 2021-2022 V리그 페퍼저축은행과 IBK기업은행의 경기에서 IBK기업은행 김호철 감독이 선수들에게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도드람 2021-2022 V리그 페퍼저축은행과 IBK기업은행의 경기에서 IBK기업은행 김호철 감독이 선수들에게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요즘 여자프로 배구에서 관심을 끄는 팀이 있다. 이 팀에는 올림픽 국가대표 선수가 세 명이나 소속되어 있는 명문팀이다. 그래서 시즌 전에는 좋은 성적을 거둘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예측했다. 하지만 막상 시즌이 시작되자 팀은 지리멸렬하고 더욱이 주전 세터가 팀을 이탈하는 등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양산하면서 무너져 내려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결국 시즌 중 감독 경질이라는 고강도 처치를 하고 새로운 감독을 청빙했다. 이 감독은 나이도 많고 한 번도 여자팀을 맡은 적이 없어 과연 팀을 빠른 시간 내에 추스를 수 있을지 많은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현재 이 팀은 다른 팀들이 겁을 낼 정도로 면모를 일신했고, 연승 가도를 달리고 있다. 태업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을 정도로 무기력했던 고참 선수들도 몰라보게 달라졌다. 특히 배구 경기의 중심인 세터가 달라져 연일 매스컴의 관심을 듬뿍 받고 있다.

이 변화는 모두 새로 부임한 감독에 의한 것이다. 왜냐하면 감독이 바뀐 것 외에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도 큰 명성을 떨친 명세터 출신인 이 감독은 무엇보다 먼저 주전 세터에 가려 만년 후보 선수로만 뛰면서 존재 자체가 미미하던 선수를 단 시간 내에 몰라보게 바꿔놓았다. 적은 출전 경험과 프로에서 방출되어 아마 팀에서 겨우 선수 생명을 이어가며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던 선수는 명세터 출신 감독의 단시간 동안의 족집게 훈련 덕에 몰라보게 변했다. 이제는 다른 팀들의 주전 세터와 비교해서도 별로 뒤질 것이 없는 당당한 주전 세터로 성장하였고, 많은 배구팬들이 이 선수의 경기 모습을 보기 위해 체육관을 찾고 있다. 팀 분위기와 선수들을 짧은 시간에 놀랄 만큼 바꿔놓은 주인공이 바로 김호철 감독이다. 김호철 감독을 통해 조직에서 리더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다.
지금 우리나라도 앞으로 5년을 맡아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새로운 지도자를 뽑는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 마치 감독 한 사람이 바뀌었는데 팀 분위기가 달라지고 팀원들이 달라지듯이 누가 국정의 최고 책임자가 되느냐에 따라 국가의 흥망이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일반적으로 가정과 같은 작은 조직에서나 국가와 같은 거대 조직에서나 조직이 형성되면 위계가 생기게 마련이다. 이는 영향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주로 행사하는 사람인 윗사람과 주로 받는 사람인 아랫사람의 구별이 나타남을 의미한다. 이는 사람뿐만 아니라 고릴라나 우랑우탄과 같은 사회생활을 하는 동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어느 조직이든 환경의 요구와 타 조직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제일 유능한 리더를 뽑기 위한 종족 나름의 기준과 절차가 있다

어느 조직이든 환경의 요구와
타조직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유능한 리더 뽑기 기준 등 있어

조직과 사회관계를 연구하는 사회심리학에서 리더십에 대한 연구는 역사가 꽤 길다. 리더십은 "집단의 특정 성원이 다른 성원에게 영향을 주어 집단의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어느 조직에서나 목표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조직의 과업을 시행하는 활동이다. 또 하나는 조직 구성원들 간의 결속과 사기를 조장하는 활동이다. 이 두 가지 목표는 각각 다른 유형의 지도자를 요구하기도 한다.

과제지향의 지도자는 판단력과 조직력을 갖추고 권위를 적절히 행사하는 지도자이다. 이 유형의 지도자는 과제를 잘 수행하기 위해 업무를 분담하는 등의 활동을 주로 수행한다. 반면에 관계지향의 지도자는 조직원의 결속과 화목을 위해서는 성원들의 정서에 민간하고, 대인관계와 상담 등의 활동을 주로 수행한다. 그래서 관계지향의 지도자는 집단의 분위기를 좋게 만들려고 농담을 하거나 긴장 갈등상태를 무마시키려는 행동을 많이 보인다.

최근에는 전환(轉換)적 리더십 이론이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이 이론은 기존의 리더십 이론을 '교환적'이라고 비판한다. 즉 교환적 리더십 연구는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조직 성원들을 동원하여 회사나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에 관심을 둔다. 따라서 연구의 주제는 주로 성별이나 급여 체계 등 조직의 작업 환경과 관리 양상이 작업 효율성과 조직의 사기에 미치는 영향 등에 초점을 맞춘다. 이런 연구들은 조직 성원의 삶에서 직업과 조직이 지니는 의미를 배제한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지도자와 성원의 삶을 전혀 별개의 것으로 보는 것이다.
전환적 리더쉽 이론은 조직 성원들이 조직 활동을 통해서 자기 삶의 의미를 추구하는 것을 인정하고 이들의 자기 가치 추구행위에 초점을 맞춘다. 따라서 전환적 지도자는 성원과 조직의 단기적인 이익을 넘어서 장기적이고 초월적 목표의 달성을 추구하도록 성원들을 동기화시키는 지도자이다.

리더십 이론에서 오래됐지만 아직도 확실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주제는 리더의 자질에 관한 것이다. 쉽게 말하면 유능한 지도자가 따로 있는 것인지, 아니면 자리가 유능한 지도자를 만드는 것인지 아직도 확실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아마도 이 논쟁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계속될 것이다. 지도자가 지닌 특성이 리더십에 상당한 역할을 하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지만, 리더십이 지도자의 특징 그 자체는 아니다. 작업 상황에서 지도자가 보이는 행동은 일관되거나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복합적이다.

하지만 지도자의 특성에 대한 연구는 유능한 지도자가 갖고 있는 몇 가지 공통적 특성을 찾아냈다. 첫째 특징은 융통성 있는 사고이다. 사고에 융통성이 있어야 주어진 과제 상황에서 필요한 행위가 무엇이고 어떻게 접근할지를 파악할 수 있다. 둘째는 미래에 대한 밝은 전망을 조직원들에게 생생하고 확신을 갖고 전달하여 희망을 갖게 해준다. 그리고 이 전망을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조직원들에게 보여준다. 셋째는 조직원들이 지도자에게서 관심을 받는다는 느낌을 갖게 해준다. 넷째는 탁월한 의사소통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 마지막 특성은 개별화된 관심이다. 리더가 구성원들을 조직원으로서가 아니라 개인으로 대하려고 노력하고 개인의 욕구 능력 야망을 파악하여 과업의 수행과 결부시키며 자기계발의 기회를 제공한다.

지도자의 특성에 대한 연구는
융통성 있는 사고 등 특징 존재

이상과 같은 능력을 가지 리더는 조직원으로부터 강한 신뢰를 받는 '카리스마(charisma)'를 가지게 된다. 카리스마는 '다른 사람들에게 정서적 감동을 주어 행동의 변화를 가져오는 개인의 정서적 사회적 능력'을 의미한다. 다른 말로 하면 자신이나 타인의 정서나 감정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자발적으로 표현하여 효과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전달함으로써 그 사람에게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영향력이 카리스마다. 이와 더불어 카리스마를 지닌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말을 적극적으로 경청하는 능력 등이 뛰어나다.

감독이 바뀐 후에도 연패를 거듭하다가 처음으로 승리한 날 세터 김하경 선수는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위로하는 김호철 감독의 말에 울음을 터트려 '울보'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는 김호철 감독을 만난 것이 '천운(天運)'이라고 하면서 '제2의 아버지'라고까지 부르며 존경의 마음을 드러냈다. 다른 선수들도 하나같이 김 감독을 진심으로 따르고 있다.

3명의 국가대표 선수들도 하나같이 감독의 리더십에 큰 만족을 나타내고 있다. A 선수는 "선수 개개인의 특징을 정말 빨리 파악하고 그 점에 대해 세터한테 많은 주문을 하는 점 등이 공통점"이라면서 "라바리니에 비해 배구에 대한 열정이 더 많으면 많았지, 적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B 선수도 "연습할 때도 이 연습을 왜 하는지 그 이유를 정확하게 알게 해준다"면서 "그냥 '시간 때우기'식의 연습이 없고 항상 100%를 다할 수 있는 연습을 하게 해주신다"고 말했다. C 선수도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우선이고 당연하다. 그래야 동생들도 따라온다. 어려운 부분은 감독님이 따로 다 말씀해 주신다. 우리는 우리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이 선수들은 태업을 주도했다고 의혹을 받았던 고참 선수들이다. 이런 팀이 성적이 안 나면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우리도 이런 멋진 감독을 만나는 행운을 얻을 수 있을까? 다행이 앞으로 5년 동안 국정을 책임질 감독을 우리 손으로 뽑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선택의 결과는 고스란히 우리의 책임으로 돌아온다.

한성열 고려대 명예교수
한성열 고려대 명예교수

필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 심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심리학이 문화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심리학자의 마음을 빌려드립니다』 『문화심리학』 『신명의 심리학』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 『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


한성열 고려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