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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 UBS 인수되기 전 9천명 해고…자구책 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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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 UBS 인수되기 전 9천명 해고…자구책 차원

급여 계약 미변동 등 직원 동요 최소화 시도

크레디트스위스 은행 본사.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크레디트스위스 은행 본사. 사진=로이터
세계적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CS)가 스위스 경쟁사 UBS에 매각이 결정된 뒤 대규모 감원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CS가 '정상영업'을 강조하며 직원들의 동요를 최소화하려 하고 있다.

20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블룸버그통신은 CS가 전날 30억 스위스프랑(약 4조2000억원)에 UBS로 인수되기 전 이미 자구책 차원에서 직원 9000명에 대한 해고 절차를 진행 중이었다고 보도했다. 또한 14일까지 전체 직원의 8% 정도를 벌써 감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한 소식통에 따르면 이는 시작일 뿐이며, 최종적인 감원 규모는 몇 배에 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말 기준 UBS와 CS의 직원 규모는 총 12만5000명인데 이 가운데 30%는 스위스 근무 인력이며, 두 은행의 사업 부문도 상당히 겹치는 상황이다.

콤 켈러허 UBS 이사회 의장이 아직 감원 규모를 논하기는 너무 이르다고 말하기는 했지만, UBS 측은 감원이 상당 규모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UBS는 합병 회사의 비용을 2027년까지 연간 80억 달러(약 10조5000억원) 넘게 줄이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지난해 CS 지출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다.

켈러허 의장은 시장 지배력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익이 나는 CS의 스위스 사업 부문을 유지하겠다면서도 IB 부문은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랄프 하머스 UBS 최고경영자(CEO)는 "계약이 마무리될 때까지는 CS가 여전히 경쟁사라는 점을 기억해달라"면서 직원들에게 CS 측과 사업 문제를 논의하지 말도록 입단속을 하기도 했다.
이러한 가운데 CS 측은 직원들에게 보낸 내부 메모를 통해 "급여 계약에는 변화가 없고 상여금도 예정대로 지급될 것"이라며 직원 동요를 최소화하려 했다.

CS 측은 "합병은 올해 말 마무리될 전망이며, 그때까지 최대한 '정상영업'에 가깝게 운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지점과 사무실은 계속 문을 열고 모든 직원은 계속 직장에 출근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 은행을 모두 사용하는 부유층 고객들도 예금을 어디에 둘지 고민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CS는 직원들에게 보낸 고객 응대 지침을 통해 "현재는 여전히 법적으로 자산이 분리돼있지만 (합병으로) 변화가 생긴 뒤 고객들이 자산 집중을 우려할 경우 일부를 다른 은행으로 옮기는 방안을 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한편 이번 인수 결정에 따른 이해득실에 대한 평가도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는 합병으로 UBS 자산관리 사업의 투자 자산 규모가 5조 달러(약 6560조원) 가까이로 불어날 전망이라며 하머스 UBS CEO를 승자로 꼽았다.

반면 짐을 싸게 된 울리히 쾨르너 CS CEO와 CS의 IB 부문인 'CS 퍼스트 보스턴'의 마이클 클라인 CEO는 패자라고 평가했다.

또 CS 최대 주주인 사우디국립은행 등 중동 투자자들, 가치를 인정받을 수 없게 된 170억 달러(약 22조2000억원) 상당의 CS 회사채 보유자들, 스위스 규제 당국 등도 손해를 봤다고 전했다.


정진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earl99@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