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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관광용어도 쉬운 우리말로 19] 유커, 차라리 ‘중관’으로 부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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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관광용어도 쉬운 우리말로 19] 유커, 차라리 ‘중관’으로 부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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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커가 돌아온다. 관광업계는 물론 증권시장도 기대에 부풀어 있다.

중국이 2017년 3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이후 6년5개월 만에 한국에 대한 단체관광의 빗장을 풀었다. 관광업계는 유커 유치에 분주하지만 긍정적 시각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유커의 관광 행태나 국내 경제 영향에 대한 손익계산 측면에서 그렇다.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은 한 묶음 여행(패키지 투어) 상품을 단체로 이용하면서 관광의 부정적인 효과를 보였기 때문이다. 또 현재 중국은 부동산 위기와 미중 갈등 등으로 인해 경제 사정이 어려워 2016년 806만명 방한과 같은 수치는 당분간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중국의 20대 청년실업률이 20%대를 넘어 45%에 이른다는 분석이 제기될 정도로 중국 경제는 어렵다고 보는 것이다. 물론 중국인들의 관광 행태도 개별 여행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영향 요인이다.
이번 중국의 단체관광 규제 해제는 한국인이 일본을 대거 방문한 것처럼 중국으로 와서 돈을 써달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물론 중국인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는 바람에 물가 하락(디플레이션)이 심해지자 이를 해소하기 위해 관광 규제를 해제한다는 의도는 기본적으로 깔려 있다. 하지만 우리 국민도 미중 갈등으로 인해 과거보다 중국 관광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어서 중국 당국의 단체관광 문호 개방은 과거의 절반 이상의 효과만 거두어도 다행일 것으로 전망된다.

관광은 내수 진작, 경제 활성화, 국민 행복 증진 등 많은 긍정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부정적인 영향으로 인해 관광객에 대한 규제 논의도 일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오버투어리즘, 투어리즘 포비아, 젠트리피케이션이다.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은 수용 가능한 범위를 넘어서는 관광객이 관광지에 몰려들면서 관광객이 도시를 점령하고 주민들의 삶을 침범하는 현상을 말한다. 제주도는 한때 과다하게 밀려든 중국인 관광객들로 인해 오버투어리즘의 부작용을 겪기도 했다. 우리 국민들은 이 때문에 오히려 제주도를 기피했고 한한령, 코로나19로 중국인 방문이 줄어들자 다시 제주도를 찾기 시작했다.

유네스코는 최근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전통 건축물이 훼손되는 등 오버투어리즘 부작용이 심각해지자 베네치아를 ‘세계유산 위험 목록’에 올려야 한다고 권고했다. 오버투어리즘을 겪은 곳은 부산 감천 문화마을, 전주 한옥마을, 북촌 한옥마을이 대표적이다. 오버투어리즘은 우리말로 ‘관광객 과잉’이다.

투어리즘 포비아(tourism phobia)는 관광객이 지나치게 몰려들어 주민들의 삶이 침해당함에 따라 관광객에 대한 거부 현상으로 우리말로는 ‘관광혐오증’이다. 관광의 또다른 부정적 영향 중의 하나가 젠트리피케이션(zentrification)이다. 구도심이 번성해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으로 인기 관광지의 경우 관광객들이 몰리면 비슷한 현상이 생긴다. 우리말로는 ‘둥지 내몰림’이다.

중국인 관광객을 지칭하는 유커는 유객(游客)의 중국어 발음을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표기한 것이다. 중국어로 유커는 보통명사인 여행객 또는 관광객이다. 관광업계나 언론에서 한국으로 여행 온 중국인 관광객의 의미로 쓰고 있으나 이는 올바른 표현이라고 볼 수 없다. 그래서 유커는 우리말로 ‘중국인 관광객’으로 쓰는 것이 맞는다. 굳이 줄이고 싶다면 ‘중(국인)관(관광객)’으로 할 것을 제안한다. 마찬가지로 미국인 관광객은 ‘미관’, 일본인 관광객은 ‘일관’ 등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황인석 경기대 미디어문화관광 전공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