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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찾은 여성의 본질…홍선미 안무의 '비너스의 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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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찾은 여성의 본질…홍선미 안무의 '비너스의 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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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선미 안무의 '비너스의 외출'
현대무용극의 달인, 홍선미는 평범한 소재로 상급 작품을 생산해온 현대 무용계의 중추이다. 실생활에서 다중의 역할을 해온 그녀는 예술의 다양한 장르를 매일 접하면서 현대춤을 대중화시키고 있다. 댄스시어터Nu(1997~2022) 예술감독으로서 정기공연 20회를 이끌면서 독특한 자신의 개성을 보여주었고, SDP국제페스티벌 총괄기획 및 예술감독, 경기도 힐링회복지원사업 ‘뮤지컬 한여름 밤의 꿈’(2022) 등 여러 지역에서 숱한 안 무감독으로 활약했다. 「아내의 선언」(1997)에서 올해 삼육대 통합예술학과 제1회 정기공연 「굿모닝」, 개인 발표작 「비너스의 외출」 안무에 이르는 길은 도전과 영광의 성취를 얻을 충분한 자격을 인정받을 작품들이었다.

팔월의 한가운데, 계룡문화예술의전당에서 홍선미(삼육대 통합예술학과 교수, 홍선미댄스시어터Nu 대표) 안무의 현대무용 「비너스의 외출」이 공연되었다. 서울에 본거지를 둔 안무가의 외출, 반가반출(半暇半出)은 절반의 휴가와 절반의 외출로 간주한다. 안무가는 5· 60대의 위축의 시대를 영위하는 여성들의 행복을 기원하며 저지름을 감행하고 변방으로의 탈출을 감행한다. 각자의 영역에서 빡빡한 삶의 일정을 소화해온 여인들이 오랫동안 숨겨 온 열정을 분출한다. 비너스는 춤추며 스트레스를 풀고, 춤추며 행복해하며 웃음을 제공한다. 많이 먹으면서도 다이어트를 말하고 입으로 몸을 푼다. 「비너스의 외출」은 맛나고 요란한 레시피와 같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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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선미 안무의 '비너스의 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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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선미 안무의 '비너스의 외출'


길게 객석을 통해 한 소녀의 모습으로 부케를 들고 여자(홍선미)는 객석으로 향한다. 이 여자는 어린 시절의 환상을 꿈에서 만난다. 영상은 피아니스트가 연주하며 여인을 맞이한다. 현실과 영상이 만나면서 부케를 들고 있던 두 손에는 고무장갑이 끼워져있다. 비너스라고 생각했던 자기 손에 고무장갑은 모욕이다. 고무장갑을 벗어 던지면서 반란이 시작된다. 유쾌한 상상은 외출에 머문다. 일상을 유희적으로 풀어간 작품은 남녀노소의 고민을 잘 풀어낸다. 안무가 홍선미는 많은 부분을 절제하며 작품을 전개 시킨다. 에너지·동작·장치가 절제되고 단순화되면서 삶에 대한 애착이 번지는 무대는 다 벗어던질 수 없는 ‘비너스의 외출’이 정갈하게 자리 잡는다.
벚꽃 내리는 벚나무 아래 ‘그레이스 찾기’를 들으며 명상해도 좋을 듯하다. 빨간 고무장갑을 부케처럼 여긴다. 빨랫줄이 오르내린다. 자크 프레베르의 시에 조세프 코스마가 곡을 부친 이브 몽탕의 ‘고엽’(Les feuilles mortes)에 맞추어 여자들은 자기의 개성을 보이며 하나씩 춤을 춘다. Cold Blue의 ‘아틀란티스’(Atlantis)에 맞추어 선글라스를 낀 여자들이 마무리를 위한 춤을 춘다. 남자 무용수 일도의 등에 기대고 모여들고 그림자를 만들면서 춤은 종료된다. 움직임 사이, 강애란의 대사가 여자의 현실을 대변한다. 예술의 가치가 월등하지 않으면 작품은 예술의 가치는 인성과 품성에 비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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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선미 안무의 '비너스의 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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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선미 안무의 '비너스의 외출'


미의 기준을 논하며 소통해 나갔던 주제, 다산을 칭송했던 고대의 비너스, 시메트리의 르네상스 비너스를 떠올린다. 반란의 아줌마들은 과거와 현재의 비너스를 모두 품고 있다. 일렁이는 가슴 속 욕망을 분출시키면서 행복을 추구한다면서 춤을 춘다.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행위 자체가 아름다움이다. 동기가 상황을 만들어 내면서 관통 선(線)이 생기고, 안무가와 무용수가 작품에 집중한다. 안무가는 동기의 미학을 추구한다. 동기는 구체적인 플롯을 설정하면서 철학의 문으로 진입하고 무용수들의 춤을 완성해 준다. 풍자의 본질은 다양하게 패러디를 낳는다. 홍선미가 하늘에 내건 빨래는 국내외에 무수히 번져 현대무용의 ‘상징의 깃발’처럼 비치고 있다.

「비너스의 외출」은 홍선미의 치밀한 안무와 춤 플랜에 공감하는 노련함과 깊은 호흡으로 작품의 핵심을 잡아준 류명옥(청주 송범춤사업회 위원장), 낯선 동작을 꾸준히 연습하고 챙겨준 강애란(JJ컴퍼니 이룸 대표), 긍정 에너지 분출의 정미영(KY dance & KY Soma 대표), 믿음으로 동지적 활동을 보인 윤정아(성신여대 융합예대 무용예술학과 강사), 의리와 사랑으로 믿음을 주는 고일도(현대무용수)가 만들어 낸 명랑 반란 무용극이다. 이 작품에 이민용 감독의 「개같은 날의 오후」와 이명세 감독의 「남자는 괴로워」가 오버랩된다. 걸작 무용극 「느릅나무아래 욕망」을 존중하고 아끼는 우천식이 전자 피아노 연주자로서 분위기 창출에 일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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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선미 안무의 '비너스의 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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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선미 안무의 '비너스의 외출'


홍선미의 전제, 유토피아는 젊은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한 소녀가 상기된 모습으로 부케를 들고 조심스레 걷는다. 한여름 밤의 꿈, 중년의 아줌마도 꿈속에선 소녀이다. 현실로 돌아오면 과거의 소녀에겐 대부분 고무장갑을 낀 아줌마의 일상이 펼쳐진다. 빨래로 스트레스를 풀고 땀내 나는 몸뚱이에 폭탄세일만 찾아다니는 발발이가 되기도 한다. 거칠기만 한 욕쟁이, 몸매를 모르는 항아리, 거리를 방황하는 구시렁구시렁 쟁이에 일중독으로 살아가는 여자들이 뭉쳐 비너스가 되다. 여인들은 다시 비너스가 되기를 꿈꾸며 외출한다. 홍선미의 익숙한 패턴은 늘 순응자가 되며 의도적 반란 없이 고무장갑의 일상과 다시 부케를 꿈꾸면서 원상으로 되돌아온다.

최근 십여 년의 그녀의 안무·연출작 「Mother’s Jar」(2022), 「파랑새, 날다」(2022), 「이건명과 함께하는 뮤지컬 갈라 콘서트」(2022), 「All That Musical」(2021), 「권율의 여자들」(2020), 「빛깔의 여운, 무늬의 역동」(2020), 「빈사의 흑조」(2019), 「웃는 남자」(2018), 「엄마의 항아리」(2018), 「보이지 않는 날개 짓」(2017), 「엄마의 항아리」(2017), 「엄마의 항아리」(2016), 「느릅나무아래 욕망」(2016), 「이카로스의 날개」(2016), 「Phaedra」(2014), 「그녀의 잔상」(2014), 「푸른 계곡의 꿈」(2014), 「centaur」(2014), 「 바다에서 온 여자 II」(2012), 「바다에서 온 여자 I」(2011), 「세 여자의 접시 쌓기」(2010)는 홍선미 현대무용의 놀라운 성취를 보여주는 걸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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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선미 안무의 '비너스의 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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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선미 안무의 '비너스의 외출'


안무가 홍선미의 「비너스의 외출」은 현대무용의 규범, 적용 범위, 풍자의 기법을 개관하는 대중 친화적 작품이다. 그녀의 접근 방식은 쉽게 보이면서도 러시아·모로코·스페인·이집트·일본·콜롬비아·프랑스 등 지구촌 공통의 메시지를 원용한다. 홍선미의 안무작은 늘 교훈적 전통을 이어받고 있으며, 예술의 가치와 예술에 대한 대중의 반응 모두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 홍선미는 지적 문화 유전자에 대한 지속적 관심을 소지하고 있다. 안무가 홍선미가 소지한 고도의 안무 경험과 시대를 읽어내는 균형감은 무용계와 학계에서 새로운 현대무용 전통의 형성자로서 인정받으며 기교와 재량을 비축한 교양적 작품이 선호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장석용(문화전문위원,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