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클래식 발레를 기반으로 전개된 「The Blues」 속에서 청춘들은 경쟁 사회에서 지나친 자기 비하, 완벽주의, 과도한 비교 의식, 열등감에 빠져 깊은 바다에 빠진 것처럼 끊임없이 허우적거린다. 지속되는 우울한 감정에서 벗어나고자 발버둥 치는 가운데 스스로 자신을 탐구하게 되고 차츰 회복된다. 「The Blues」는 발레 움직임과 즉흥 춤을 기반으로 다양한 시도를 한다. 조명은 화려하다기보다 담백하게 표현하였으며, 색상은 온통 블루(파란색)로 통일하였고, 파란 색상의 밝기 차이로 심리적 변화를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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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음악의 전반부에 흘러나오는 나레이션은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가 1941년 3월 28일에 남편에게 남긴 유서를 낭독하는 부분으로 시작된다. 삶을 모두 포기하는 순간에 적은 이 편지에는 남겨진 사람에게 전하는 메시지와 더불어 유서를 적은 주인공의 다양한 감정이 담겨 있다. 안무가 이정민 또한 오늘날의 청년들이 느끼는 우울한 감정은 단순한 상황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복합적 상황에서 온 것임을 인지하고, 이를 이해하고 벗어나려 애쓰는 동시대 청년들의 모습을 그리고자 이 음악을 선택한다.
청춘을 대리하는 다섯 명의 여인들은 푸른 대형 천을 들고 등장하여 장(場)을 운용한다. 천은 해수면과 해저, 수평선과 바닷속으로 구분하여 생사의 경계를 상징한다. 음악의 후반부에는 파도소리가 추가된다. 파도에 빠진 상태에서 긍정적인 감정과 기억, 부정적인 감정을 모두 떠올려 보는 시간이 묘사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자신의 자아를 찾고 우울감을 극복하게 되는 과정이 표현된다. 청년에게는 휩쓸렸던 파도에서 빠져나와 자신의 갈 길을 다시 천천히 걸어볼 용기가 생기고, 파도는 여전히 그 자리에서 거세게 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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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작품의 소품으로 커다랗고 파란 얇은 천이 무대에 등장한다. 이를 통해, 청년들이 느끼는 우울한 감정을 표현한다. 안무가 이정민은 천이 무용수들의 몸을 휘감고, 벗어나고자 발버둥 치는 과정을 연출하면서 삶이란 힘들면서도 누구에게나 꼭 필요한 순간이라 여긴다. 또한, 우울감을 벗어나게 되고, 또 찾아오더라도 다시 벗어날 수 있는 조금 성장한 청년들의 모습을 소품인 천과 움직이고, 천을 던지거나, 벗어나는 등의 모습을 연출한다. 속뜻과 다르게 상징을 우회하면 바다가 주는 심연의 아름다움으로 읽히기에 십상이다.
음악은 포스트미니멀리즘과 컨템포러리 클래식 스타일의 영국 작곡자·피아니스트인 막스 리히터(Max Richter)의 <The Waves: Tuesday>(파도: 화요일)가 편집되어 사용된다. 의상은 파도에 빠지기 전과 빠지고 나서 자아를 찾아가며 입는 옷, 두 가지가 있다. 의상 하나는 탑과 반바지로 구성된다. 의상 두 번째는 파도에 빠지고 나서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바뀐다. 하늘색에서 파란색으로 점점 진해지는 그라데이션 형태의 원피스이다. 심플하고 기교적 묘미의 움직임이 극대화되도록 의상은 바다의 의미를 심화시킨다.
2장: ‘부정적인 감정을 인지’, 거친 파도에 휩쓸리듯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인다. 이 모습은 마치 사람이 깊은 바닷속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허우적거리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솔로의 춤에 나머지 무용수들은 침잠의 시간을 갖는다. 아이러니하게도 파도를 탄 상황의 심각성은 격정적 감정의 흔들림 이외에도 바다의 낭만성을 부른다. 춤의 감정적 양면성을 수용하고 있는 이정민의 춤은 회화의 율동성을 부추기는 듯하다. 안무가는 무용수들은 구성의 함수이며, 강한 부정은 긍정으로 가는 길목에 있음을 밝힌다.
3장: ‘자아 탐구의 시간’,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심리적으로 불안한 자신을 들여다본다. 이 사유의 과정에서 부정적인 생각이 점차 긍정적으로 변하게 된다. 안무가 자신도 미래의 꿈으로 무대를 통해 관객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안정된 교육자로서 학생들과 소통할 수 있는 무용인이 되고자 한다. 바다는 긍정과 부정을 모두 포용한다. 심연은 죽음마저 수용하며 부드럽고 따뜻하다. 검푸른 바다를 두고 독대하는 시간은 젊은 날의 초상으로서 귀한 삶의 한 부분이 된다. 파도는 고독한 청춘의 우울을 위로하는 친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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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4장: ‘우울한 감정을 극복 및 포용’, 자기 탐구를 통해 우울한 감정, 부정적인 감정을 포용하는 법을 배운다. ‘우울한 감정‘은 포용해야 하며, 일상의 흔한 감정임을 깨닫는다. 격한 파도가 지나간 뒤, 하늘은 파도가 놀던 바닷빛이며 세상은 자신의 고민과 우울을 모르는 채 굴러간다. 나의 우울을 들킬 일이 없으니, 세상은 공평하다. 원래 세상은 그랬다. 나는 엄숙과 장엄에 걸쳐있는 그물 같은 나의 우울을 하늘빛으로 만들어야 한다. 아직, 그곳 바닷가에는 나를 성숙시켰던 파도 소리가 내공의 힘을 키우라고 말하는 듯하다.
안무가 이정민은 캐나다 출신의 안무가이자 무용수인 크리스털 파이트(Crystal Pite)를 존중하고 너무 좋아한다. 이정민이 가장 좋아하는 크리스털의 작품은 「The Statement」(진술)로 회의실에서 회의를 하는 과정을 춤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춤을 잘 모르는 사람도 별도의 무용 지식 없이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작품이며, 더불어 무용수들의 움직임과 에너지 또한 강하고 역동적으로 잘 구성되어 있다. 이정민의 「The Blues」는 청춘들의 푸른 이야기를 대중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담은 작품으로 의미있는 발레 한 편이 되었다.
(출연: 이정민, 이서연, 박채원, 박소희, 김나경)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