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신작 연대기(66)] 송용일(연극연출가, 극단 ‘10년후’ 대표, 인천연극협회 이사), 인천의 숨은 역사 발굴하고 공연으로 되살리다

송용일은 대학 동아리에서 무대미술로 연극을 바라보았다. 그는 현대극장의 김의경作 '길 떠나는 가족'(1991) 초연 때 무대미술 감독으로 데뷰했다. 새천년에 들어선 2000년, 송용일은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에서 연극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1995년부터 극단 ‘10년후’(1994년 창단)와 인연을 맺고 2012년 대표가 되었다. 극단 ‘10년후’의 단훈은 ‘사랑하며 살겠습니다’이다. 극단 ‘10년후’는 '사슴아 사슴아'(목종비곡, 2001)로 전국연극제 대상과 연출상을 받았다.
송용일의 첫 연출작은 톰토퍼 작 'NUTS'를 각색한 '딸의 침묵'이었다. 그는 1997년부터 2012년까지 중앙대, 대경대, 청주대, 경기대, 인천대, 중국 연변대에서 강사, 겸임교수, 초빙교수 등으로 연극과 무대 미술을 가르쳤다. 송용일은 늙은 청년으로 인천 중심의 제작자, 연출가로서 인천과 서울에서 연극과 뮤지컬을 창작해 왔다. 무대에 필요한 모든 것을 몸소 실천한 그는 대형 뮤지컬 '인천상륙작전-그 밤, 불빛 하나'의 총괄 지휘로 자신의 건재를 알렸다.
극단 ‘10년후’는 10년 후 만나 사회에 의미 있는 일을 하자고 다짐하며 만든 작명이다. 그 사이 극단 이름을 만들었던 최원영, 장진호, 송용일은 전 대표, 현 대표라는 직함을 나눠 가지며 대학 동아리 시절의 연극 사랑을 아직 실천하고 있다. 그들은 이제 60대 후반이 되었다. 인천 신포아트홀은 매달 서너 편의 연극을 공연하는 곳으로 우정의 3인이 약속한 연극 사랑의 증표가 되었다. 진정 인천을 사랑하는 극단은 해마다 인천문화재단의 지원을 듬뿍 받아야 한다.
부평아트센터에서 9월 12일(금)과 13일(토, 2회 공연), 인천중구문화회관에서 19일(금) 및 20일(토) 총 5회 공연된 창작뮤지컬 '인천상륙작전-그 밤, 불빛 하나'(제작 ‘십년후’ 대표 송용일, 예술감독 최원영, 김윤주作, 연출 위성신, 작곡 마창욱, 안무 박혜경)는 인천문화재단의 제75주년 인천상륙작전 기념 뮤지컬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였다. 남성미가 물씬 풍기는 전쟁 뮤지컬은 ‘전쟁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희망의 불빛’을 통해 희망과 자유의 소중한 가치를 일깨웠다.








인천상륙작전은 1950년 9월 15일 감행되었다. 전쟁 이면에 숨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팔미도 등대의 불빛 같은 희망과 용기를 준다. 15개의 뮤지컬 넘버에 실린 비장, 장엄의 뜨거운 명작 창출의 단합 의지는 본래의 목적을 이루었다. 믿음과 사랑으로 연극을 일구는 극단 ‘십년후’의 놀라운 저력이 용해되어 펼쳐진 작품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인천 지역 공연이 브로드웨이의 한가운데 있는 듯한 감동을 주었다. ‘십년후’의 30년의 노력이 지속적으로 사랑받았으면 한다.
뮤지컬 '인천상륙작전-그 밤, 불빛 하나'(120분)는 인천시, 인천문화재단의 후원으로 전쟁이라는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서도 꺼지지 않았던 작은 희망과 보통 사람들의 용기를 무대 위에 새겨, 잊힌 이야기를 다시 들려주었다. 연기자들(조정환, 윤진웅, 서찬양, 강상규, 진태연, 김주안, 설재근, 차은진, 유정역, 박시현, 윤동기, 권유리, 서덕훈, 김대환, 김찬호, 이호성, 김보현, 공병철, 하수현, 권혜영, 김소진, 홍수민)의 연기 또한 영웅적 열연으로 빛났다.
극단 ‘십년후’는 그동안 인천의 숨겨진 역사 콘텐츠를 발굴하고 이를 공연으로 되살리는 작업에 힘써왔다. 이번 작품 또한 단순한 전쟁 영웅담이 아닌, 역사 속에 가려진 민간인의 희생과 이름 없는 영웅들의 이야기를 무대 위에 담아내었다.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을 가능케 한 팔미도 등대 불빛을 중심에 두어, 그것을 단순한 항로 신호가 아닌 희망과 평화의 상징으로 재해석하였다. 작품은 작은 불빛 하나가 만든 기적을 통해, 평화와 공존의 가치를 강조한다.
작품 준비 과정은 연출, 작가, 작곡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의 크리에이티브팀과 제작진, 배우들이 함께 치열하게 논의하며 완성도를 높여왔다. 작가는 연출부와 배우들의 다양한 시선을 첨가해 작품을 풍성하게 만들었으며, 이 과정을 통해 집단 창작의 의미를 실현했다. 이번 공연은 인천상륙작전에 대한 고정된 시선에서 벗어나, 그날 희생된 인천 시민들에게 초점을 맞추었다. 전쟁의 속에서 쓰러져간 민간인들의 목소리를 오늘날 우리 앞에 분명하게 되살렸다.







송용일에게 연극상 수상의 문을 터준 것은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였다. 송용일은 제34회 올해의 최우수예술가상 시상식에서 심사위원선정 특별예술가상(2014)을 수상했다. 이후 한국연극협회 공로상(2014), 한국연극협회 자랑스러운 연극인상(2015), 제34회 인천항구연극제 최우수작품상·제1회 대한민국연극제 은상('배우 우배', 2016), 제35회 인천연극제 우수작품상('블랙아웃', 2017), 제36회 인천연극제 대상·제3회 대한민국연극제 은상('신포동 장미마을', 2018), 인천연극제 대상('아름다운 축제', 2021), 인천연극제 대상('애관-보는 것을 사랑하다', 2023)으로 수상을 이어간다.
송용일의 극단 ‘십년후’는 독창적인 내용과 구성으로 차별화된 감동을 선사해 왔다. 창단 31주년 맞아 송용일 제작자는 '인천상륙작전-그 밤, 불빛 하나;로 평화와 희망의 불빛을 다시 비추었다. 연출가 송용일은 10년 후 아름다운 미래를 그린다는 느낌으로 다가온 극단 이름이 일생의 동반자가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어린이 연극에서 시작하여, 인천이 무대인 창작극과 뮤지컬 등으로 범위를 넓히면서 연극 본질에 접근하고 있다. 그의 앞길에 어떤 작품들이 포진해 있는지 알 수 없다. 호시절을 연극에 바치고, 청춘을 희생한 그가 연극으로 늘 행복했으면 좋겠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