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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고싶은 선물 1위는 맥주…최고로 받고 싶은 건 상품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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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고싶은 선물 1위는 맥주…최고로 받고 싶은 건 상품권

글로벌스페셜(25)-일본의 추석선물문화

평균 비용은 3만~5만원 수준


신세 진 사람엔 직접 전달해


한국, 중국, 일본 등 동북아 주요 3개국은 음력 8월 15일 미국의 추수감사절에 해당하는 추석이다. 중국은 춘처우제(中秋節), 일본은 오봉(お盆)이라고 부른다. 봄에 뿌린 농작물의 수확을 조상에게 알리는 제사의 형식을 띠고 있는 것은 동일하지만, 각국은 자국의 문화에 적응된 추수감사절 행사를 하고 있다.

선물을 주는 사람은 받는 사람을 생각하며 즐거움을 얻고, 선물을 받는 사람은 선물에 담긴 감사의 정을 음미하는 기쁨이 있다. 세상에서 선물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지만 선물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하지 않는 것보다 못하다. 어느 나라든지 독특한 선물문화가 있는데, 일본과 중국의 추석선물문화를 살펴보자.

오봉()은 정월(正月)과 함께 일본 최대의 명절로 선물을 주고받는 오츄겐(中元)이 있다. 한국은 선물문화와 조상을 기리는 제사의 의미가 추석에 모두 내포되어 있는 반면 일본의 선물문화는 오봉과 별개의 풍습으로 보는 오츄겐이라 말하면서도, 오봉과 결합해 보낸다. 오츄겐은 고대 중국의 삼원(三絃) 행사에서 유래한다. 중국 삼교(유교, 불교, 도교)의 하나인 도교에서는 115일의 상원, 715일의 중원, 1215일의 하원이 있다. 이 가운데 중원이 일본으로 넘어와 본래 신을 모시는 풍습이, 불교의 우란분회와 결합하면서 이웃에게 공양 물품을 나누게 된 것이 오츄겐의 유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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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에도 시대에 들어서면서 친척과 신세를 진 사람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선물을 보내는 것으로 변화했고, 상반기가 마무리되는 시기를 기점으로 오츄겐을 보내는 풍습이 정착됐다. 이후 현재까지 이어져 오봉은 일본인들에게 있어서 모두의 건강과 복을 빌고 조상을 맞이하는 명절이자, 오츄겐으로서 선물을 주고받는 날이 된 것이다. 시장조사기관인 라쿠텐 리서치는 500명을 대상으로 2013년 오봉에 오츄겐을 보내는 대상과, 비용, 주고받는 선물 등 다양한 조사를 실시해 발표했는데, 주요 결과를 보면 아래와 같다.

첫째, 선물을 주는 대상은 부모님과 시부모님이 17.2%1위였으며, 그 외 친척이 16.8%2위를 차지해 부모와 친척 등 가족에게 선물하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뒤이어 친구, 회사의 상사, 스승이 뒤를 이었다. 그 외에는 결혼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이라면 중매를 서준 사람에게 주는 경우도 있다. 부모와 자매 친척 등 가까운 곳이 늘어나고, 일 관계가 감소 추세에 있는 이 현상으로, 부모, 형제 자매와 친척 등 가까운 같은 사람들에 대한 인간 관계를 재검토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선물을 줄 예정이 없거나, 주지 않는다고 응답한 사람도 전체의 61.2%로 절반을 넘었다. 이 답변을 연령대별로 보면 20대가 81.0%, 30대가 74.0%로 매우 높았다. 20~30대에게 오츄겐 문화가 깊게 뿌리를 내리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 경향이 점차 심화될 경우 오츄겐 문화가 사라질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선물에 대한 비용은 상대에 따라 다르지만 3000(3만원)에서 5000(5만원)이 평균 수준이었다. 회사의 상사, 부모 등 윗사람에게 5000엔 정도의 선물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고, 각별히 신세를 진 사람에게는 1만 엔(10만원) 이상의 선물을 하는 경우도 있다. 조사결과를 보면 3000(3만원)~4000(4만원) 미만이 37.6%로 가장 많았으며, 4000(4만원)~5000(5만원) 미만은 29.4%, 3000(3만원) 미만은 14.9%를 차지했다. 5000엔 미만이 80%이상인 이유는, 해마다 선물을 주는 관례이기 때문에 무난한 금액을 선물한다는 인상이 강한 탓으로 보인다.

셋째, 주고 싶은 선물과 받고 싶은 선물은 조금씩 차이를 보였다. 2013년 주고 싶은 선물 1위는 맥주로 21.1%였는데, 고급스러운 프리미엄 맥주를 선물한다. 2007년에는 10위에 머물렀던 초콜릿이 2013년도에는 커피를 제치고 19.6%2위를 차지했다. ·소시지 등 육류도 2007년 대비 순위가 올라 16.5%3위로 뒤를 이었다. 한편 받고 싶은 선물 순위에서는 상품권이 45%1위를 차지했다. 선물을 할 때는 상품권을 삼가는 편이 좋지만, 혹시 받는다고 가정한다면 상품권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실제로 상품권을 주는 경우는 7위에 불과했다. 이는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경제불황으로 인해 가계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이 많은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

받고 싶은 선물 2위는 맥주로 31.2%, 3위는 초콜릿(서양과자)으로 27.4%, ·소시지 등 육류가 24.2%로 뒤를 이었다. 이 결과로 본다면 상품권을 제외하고, 자신이 받고 싶은 선물을 상대에게 선물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편 오츄겐은 상대방이 원하는 선물을 파악하는 것과, 비용, 사람도 중요하지만 가장 신중해야 할 부분은 다름 아닌 예절이다. 일본인이 생활 속에서 주고 받는 조우토우(贈答), 즉 선물과 답례의 관습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기 때문에 예절과 함께 조심해야 할 물건들을 미리 알아 두는 편이 유용하다.

오츄겐은 직접 전달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최근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백화점이나 슈퍼에서 택배를 이용한다. 하지만 각별한 신세를 진 사람이라면 직접 전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전에 방문하고자 하는 날짜와 시간을 상대방과 협의하고 전날 다시 확인한 후 방문하는 배려가 필요하다. 상대방 집에 도착하면 바로 전달하지 않고 집안으로 들어가 상대방이 앉고 나서 선물을 전달한다. 선물은 보자기나 종이봉투에 싸서 갖고 다니며, 상대에게 전달할 때는 보자기나 종이봉투에서 꺼내 전달하고 난 뒤, 보자기나 종이봉투는 다시 자신이 가져간다. 또한 선물을 건넬 때, 선물을 묶는 끈인 노시가미(熨斗, のし)의 윗부분이 자신을 향하도록 가지고 있다가 상대방에게 전달할 때 돌려서 주어야 한다.

/유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