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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 타코벨과 '아침밥'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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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 타코벨과 '아침밥' 전쟁

맥도날드, 공짜 커피 이벤트 Vs 타코벨, 부리또 등 메뉴 차별화
세계 최대 패스트푸드점인 맥도널드에게 2014년은 최악의 한해로 기억될 것인가. 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증대로 패스트푸드의 인기는 점점 떨어지고 있는데다, 신생 패스트푸드 업체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칙필레, 타코벨 등 기존 업체 가운데 강력한 라이벌로 부상하고 있는 경쟁사도 많아졌다. 소비자들도 전통적인 패스트푸드보다는 한 단계 고급화 된 개념인 ‘패스트 캐주얼 레스토랑’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더구나 올 7월 중국, 홍콩 맥도날드에서 저질 육류제품을 납품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브랜드 신뢰도도 바닥에 떨어졌다. 이 사건은 일본에까지 악영향을 끼쳐 일본맥도날드의 8월 매출량이 25%나 급감했으며, 글로벌 전체기준으로도 매장 매출이 3.7% 감소했다. 본사가 있는 미국쪽 사정도 나쁘기는 마찬가지다.

맥도날드는 전 세계에 걸쳐 약 3만 5000개의 매장이 있는데, 이 중 40%가 미국에 있다. 그러나 미국 점포도 소비자들의 웰빙 추구로 지난 1년간 매출이 정체되었거나 감소한 곳이 대다수다. 지난 8월 미국의 동일 매장 매출은 전년 동월대비 2.7% 감소했다.
이에 따라 맥도날드는 다시 한번 공짜 커피 이벤트를 실시할 계획이다. 패스트푸드업계간 경쟁이 치열한 아침 메뉴시장의 고객유치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도 공짜 커피 프로모션을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맥도날드는 지난 16일부터 29일까지 2주일간 아침메뉴 제공 시간 동안 손님들에게 맥카페(McCafe) 스몰 사이즈를 무료로 제공키로 했다. 공짜 커피 프로모션에 참가하는 가맹점은 미국 전역에 걸쳐 29개 매장이며, 맥도날드는 지난 3월과 4월에도 유사한 프로모션을 진행한 바 있다.

맥도날드는 지난 2009년 미국에서 최초로 맥카페를 론칭했다. 맥카페를 시작으로 이후 라떼, 스무디, 프라페 등 음료메뉴를 다양하게 갖추기 시작했다.

그림 1. 맥도널드 켄터키주 리치몬드 지점의 프리 커피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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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들어 패스트푸드 업체 및 커피숍들간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특히 외식업계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시장 중 하나가 바로 아침 메뉴다. 아침메뉴는 고정적인 매출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외식업체들간의 고객 잡기 경쟁이 뜨겁다.

타코벨(Taco Bell)은 지난 3월 27일부터 아침메뉴를 선보였다. 아침메뉴 시장 진입이 타 업체들보다 늦은 만큼 타코벨은 부리또, 와플타코, 크런치랩, 시나몬볼 등 타코벨만의 색다른 메뉴를 선보이며 차별성을 강조했다. 아래 그림 2처럼 타코벨은 ‘차세대 아침메뉴가 바로 여기(타코벨)에’, ‘타코벨의 아침은 전혀 다릅니다’ 라는 카피들을 활용해 여타 햄버거 체인점의 아침메뉴와는 차원이 다른 메뉴를 제공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그림 2. 타코벨 아침메뉴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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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재미난 마케팅 전략은 바로 타코벨이 만든 영상광고다. 아래 그림3은 타코벨이 지난 3월말부터 대대적으로 광고한 영상의 캡처화면이다. 광고 내용은 6명의 남자들이 둘러앉아 음식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각각 미국의 다양한 지역에서 왔지만 모두들 동명이인이다. 이들의 이름은 바로 ‘로널드 맥도날드’!! 경쟁업체인 맥도날드를 겨냥해 만든 광고인 것이다. 내용은 단순하다. 6명의 맥도날드씨가 타코벨의 새로운 아침메뉴를 맛보고는 “저는 로널드 맥도날드입니다. 타코벨의 새로운 아침메뉴가 참 마음에 드는군요.”라고 말하는 것이 전부다.

그런데 이 광고의 백미는 마지막 장면이다. 부리또 3개를 클로즈업하며 타코벨의 아침메뉴가 7시(혹은 더 일찍)부터 이용 가능함을 자막으로 표기한 마지막 장면의 아래 부분에 아주 조그만 글귀가 등장한다. 그 글귀에는 “본 광고에 등장한 로널드 맥도날드씨들은 (경쟁사) 맥도날드와는 무관합니다. 개별적으로 타코벨을 좋아하는 ‘실제’ 인물들을 뽑은 것뿐입니다. 그런데 이들이 타코벨의 아침메뉴에 정말로 만족한 것은 ‘사실’입니다.’ 라고 씌여 있다.

젠틀한 문투로 상황을 설명하고 있는 듯 하지만 타코벨은 감히 업계 1위 맥도날드를 도발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타코벨은 6명의 맥도날드가 ‘실제’ 로 존재하는 일반인이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통상 직업광고 모델들이 대본에 쓰여진대로 '맛있다'고 의무적으로 앵무새처럼 떠드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이들 로널드 맥도날드 6명이 ‘실제’로도 타코벨의 메뉴에 무척 만족했다고 다시 한번 설명했다. 로널드 맥도날드는 맥도날드의 캐릭터인 어릿광대의 이름이다. 같은 단어인 '맥도날드'를 활용한 언어 유희로 재미도 주고, 미국의 1위 업체인 '맥도날드'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메뉴라는 타코벨의 강한 자신감을 피력한 것이다. 현재 미국 패스트푸드 아침메뉴 시장에서 맥도날드는 점유율 31%를 차지한다.

그림 3. 타코벨 아침메뉴 영상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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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코벨의 광고영상은 단번에 화제를 몰고 왔고, 업계는 물론 소비자들도 타코벨의 부상에 주목했다. 타코벨도 패스트푸드에 대한 인식이 점점 나빠지자 자사의 신선함과 저칼로리를 무기로 맥도날드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맥도날드는 타코벨을 경계하며 상기 영상광고가 온에어 된 후 바로 다음날(3월 28일) 대응을 보였다. 맥도날드는 트위터를 통해 “'맥치즈' 시장(市長)이 로널드가 여전히 맥도날드를 더 좋아한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긴급 뉴스'를 전했다. 맥치즈 시장은 로널드 맥도날드와 함께 '맥도날드 랜드’라는 환타지 세계에 함께 살고 있는 친구다.

또한 맥도날드는 3월 31일부터 2주 동안 아침메뉴 시간에 커피를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대응했다. 미국 전역에 걸쳐 맥도날드가 공짜 커피 이벤트를 실시한 건 처음이다. 타코벨의 공세에 맥도날드가 긴장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맥도날드 미국 시장 전체 매출 중 아침메뉴가 차지하는 비율이 20%나 되기 때문이다.

그림 4. 맥도날드 랜드와 맥치즈 시장 & 로널드 맥도날드 (2014년 변경된 유니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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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맥도날드와 타코벨간 전쟁이 한차례 지나간 것도 잠시. 지난 8월에는 버거킹이 캐나다의 커피&도넛 체인점인 팀 홀튼(Tim Hortons)을 인수했다. 메뉴들을 강화해 아침밥 시장에서 제대로 붙어보겠다고 나선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에서는 던킨 도너츠가 최근 적극적인 공세를 시작해 맥도날드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2014년 2분기 미국에서 최소한 1년 이상 매장을 운영한 맥도날드의 동일매장 매출은 1.5% 감소했다. 지난 8월에만 동일 매장 매출이 2.7% 감소해 하락폭이 점점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순익은 전년 동기에 비해 거의 변화가 없다. 실적은 점점 나빠지고 있는데 만만치 않은 라이벌들이 안팎에서 계속 압박해오고 있어 맥도날드는 여러모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때문에 ‘맥브런치’를 상표로 등록하는 등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브런치 시장이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수영 기자


☞용어풀이


* 동일매장 매출(same store sales) : 보통 프랜차이즈의 경우 다양한 지역에 매장들이 분포하고 있는데 각 매장마다 운영 형태가 각각 다를 수 있다. 따라서 프랜차이즈에서는 여러 조건의 매장들 중 동일한 상권, 동일한 매장 평수, 비슷한 매출대, 같은 운영시간 등을 고려하여 실적을 평가한다. 즉 각 변수들을 공평하게 동일한 기준에서 평가할 수 있는 해당 매장들에 대해 '동일매장 매출(sss)'을 측정한다. 동일매장 매출을 통해 한 점포의 매출이 상승했더라도 다른 매장들과 비교하여 해당 점포의 매출 실적이 흑자인지 적자인지, 얼마만큼 성장했는지 체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