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OC가 조직적인 도핑을 이유로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러시아 선수단을 제외하겠다고 결정하면서 푸틴에 대한 국내 지지도는 한층 고조될 공산이 크다. 또한 "세계가 러시아를 적대시하고 있다"는 푸틴의 메시지를 받은 유권자가 일치단결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서방 국가들의 관계는 최근 몇 년 사이 극도로 위축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평창올림픽 출전을 금지한 IOC의 결정에 대해서 푸틴은 "러시아가 서방에 의해 봉쇄 받고 있다"는 친숙한 문구를 내세우며 "정치적 동기에 따른 것"이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또한 "러시아는 전진을 계속한다. 어느 누구도 이 움직임을 멈출 수 없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상원 코사쵸프 외교위원장 또한 IOC의 결정은 서방의 반러시아 행위라는 주장을 즉각 펼쳤다. 소셜미디어에서 코사쵸프는 "(서방은) 우리나라의 명예와 평가, 이익을 겨냥하고 있다"며, "배신자를 매수하고 미디어를 조종해 러시아에 위해를 가하고 있다"고 썼다.
푸틴은 그동안 여러 차례의 위기를 자신에게 유리한 입장으로 전환하는 기회로 활용해 국제 사회에서의 역풍을 '국내의 정치적 승리'로 전환해왔던 전례가 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IOC의 결정을 이용해 국민의 애국심을 자극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IOC의 결정과 지금까지 이어져온 서방의 대 러시아 제재, 그리고 새롭게 예상되는 제재는 결국 러시아 유권자를 푸틴을 중심으로 결속하도록 정부가 호소하는 것을 도와 줄 것이며, "외압은 우리를 강하게 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최근의 러시아 각종 여론 조사에 따르면, 푸틴의 지지율은 80% 전후를 나타내고 있다. 이변이 없는 한 내년 3월 대선에 출마할 의향을 표명한 푸틴이 재선하는 것은 거의 확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푸틴은 유권자에게 퍼펙트 한 지지율을 확보함으로써 국가를 붕괴의 늪에서 구한 국부적인 인물로 부각되기를 원하고 있다. 이번 IOC의 결정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지렛대로 삼는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