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마하 9.68 달성한 시험기 ‘X-43’과 후속기 ‘X-51A’ 토대로 기체 구상

미국 항공우주학회가 개최하는 포럼 'SciTech'에서 발표된 콘셉트 모델은 최고 시속 마하5로 SR-71의 마하3을 훨씬 능가한다. 시속 약 6000㎞로 비행하는 것을 전제로 구상이 가다듬어 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체 외부를 살펴보면 날카롭고 뾰족한 기수에 표면은 매끄러운 곡선이다. 이는 초음속 비행 시 저항을 줄이는 동시에 단열 압축에 의한 기체의 과열을 최소화하고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는 '스텔스 기술'을 높이기 위해서다.
또 기체 바닥은 평면 형상으로 다소 변칙적인 델타형 날개를 가졌다. 평평한 바닥은 초음속 비행에 의해 발생하는 충격파로 양력을 얻을 수 있는 형상이다. 이러한 유형의 항공기는 충격파의 파도를 탄다는 의미에서 '웨이브 라이더'라고 부른다.
보잉은 2004년 마하 9.68(시속 1만2144㎞)을 달성한 시험기 'X-43'과 후속기인 'X-51A'를 토대로 이 기체를 구상했다. 특히 마하5에 달하는 초음속 영역에서 가속하는 기체를 개발하기 위해 보잉의 설계자는 모든 관련 분야를 동시에 통합하는 과정인 'MDD(Multidisciplinary Design Optimization, 다각적∙전문적 디자인 최적화)'를 채용하여 X-51A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그 노하우를 이번 '선 오브 블랙버드'에 적용했다.
이 구상은 SR-71 블랙버드를 개발·생산한 록히드 마틴의 선진 개발 계획 부문 '스컹크 웍스'가 개발 중인 'SR-72'와 경합하는 것으로, 두 경쟁자 모두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 의 지원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만일 보잉의 방안이 선택될 경우, 우선 엔진 1기만 탑재한 F-16 전투기 크기의 실증기를 제작하여 연구 개발을 수행한 다음, 이후 실제 기체에 가까운 기체를 제작하고 추가 연구개발을 실시하는 2단계의 과정이 상정되어 있다. 최종적인 선 오브 블랙버드의 기체 크기는 SR-71 블랙버드의 107피트(약 37m)와 거의 동일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방위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는 고고도 초음속 정찰기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과거에 비해 성능이 크게 향상되고 있는 정찰위성이나 무인항공기를 이용한 첩보활동 등의 진화로 그 '존재의 의미'가 개편되려는 움직임도 관측된다.
또한 기존의 정찰기와는 다른 특수한 구조를 갖게 되는 '선 오브 블랙버드'와 'SR-72'의 경우 제조비용 및 운영비용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예산에 맞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