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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대법원 낙태권 불인정 판결로 기업들이 '두 동강'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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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대법원 낙태권 불인정 판결로 기업들이 '두 동강'난 이유는

직원 낙태 시술 여행 경비 지원 놓고 양분 사태 직면

미국 워싱턴 DC 연방대법원 앞에서 25일(현지시간) 낙태권 인정을 요구하는 시위가 버ㅗㄹ어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워싱턴 DC 연방대법원 앞에서 25일(현지시간) 낙태권 인정을 요구하는 시위가 버ㅗㄹ어
미국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낙태를 헌법상 권리로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은 것이 미국 기업들에 심대한 파장을 미치고 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내려진 대법원 판결로 미국에서 최소한 26개 주에서는 낙태가 금지된다. 이들 주에 있는 기업에 근무하는 직원이 낙태하려면 낙태 시술이 가능한 주를 찾아가야 한다. 이렇게 되면 시간과 비용이 들고, 이때 기업이 이런 비용을 지원할지 결정해야 한다. AP 등에 따르면 현재 미국 굴지의 기업들이 낙태 시술 지원 문제를 놓고 양분된 상태이다.

메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마스터카드, 뱅크어브아메리카(BofA), 골드만삭스, 애플, 스타벅스, 우버, 리프트, 옐프, 파타고니아, JP모건 체이스, 도이체방크 등은 직원들이 다른 주로 이동해 낙태 시술을 하면 그 비용을 회사가 지원해주기로 했다.
그러나 맥도날드, 펩시, 코카콜라, GM, 타이슨, 메리어트 등은 낙태 시술 비용 지원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고 AP가 전했다. 미국에서 고용 직원 숫자가 가장 많은 기업인 월마트도 아직 구체적인 견해를 밝히지 않고 있다. 미국 대기업 모임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도 입장 표명을 거부했다.

낙태 시술을 금지하는 주 정부 당국은 기업 측에 직원들의 낙태 시술을 위한 여행 경비를 지원하지 말라고 압박하고 있다고 미국 언론이 전했다. 다만 기업의 낙태 시술 여행 경비 지원이 불법 행위에 속하는지 아직 논란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이다.

절세를 위해 캘리포니아주를 비롯한 진보 성향의 주에서 텍사스주를 비롯한 보수 색깔이 강한 주로 본사를 이전한 기업들은 이번 대법원 판결로 타격을 입게됐다. 테슬라는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텍사스 오스틴으로 본사를 옮겼다.

510억 달러(약 66조 원)의 자금을 운용하는 미국의 대형 헤지펀드 시타델은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시로 본사를 옮기기로 했다. 이들 기업은 직원들이 다른 주에서 낙태 시술을 받으려고 여행하면 그 경비를 지원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됐다.

현재 미국 주요 기업들은 대체로 낙태 시술 여행 경비를 지원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낙태와 함께 성전환 의료시술에 대한 여행 경비도 지원하기로 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거주지에서 낙태를 포함한 모든 의료 수술·처방·검진을 받을 수 없는 직원들에게 의료여행 경비를 보전해주기로 했다. 옐프도 텍사스, 오클라호마주처럼 임신 6주 뒤 낙태 시술이 금지된 주에서 다른 주로 원정 시술을 받으러 가면 그 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나이키, 데이트 애플리케이션 범블, 워너브러더스, 청바지 제조업체 리바이 스트라우스도 여행 경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데이트 앱 업체매치 그룹,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도 24일 의료 복지 옵션을 확대해 직원과 그 가족들이 낙태와 다른 출산 의료 서비스를 받기 위해 여행하는 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