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통령 "원달러환율 한국과 미국의 상대적 통화가치가 안정될 수 있도록 미국도 협력"

윤석열 대통령 대변인실은 19일 기자단 공지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이 방한 중인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을 만나 "양국의 상대적 통화가치가 안정될 수 있도록 미국도 협력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한미 통화스와프 재체결의 가능성을 열어둔 포석으로 해석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옐런 장관은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미 재무장관 회의에서 한국과 미국이 필요하면 외화유동성 공급장치를 실행할 수 있다는 인식을 공유 했다.
대통령실은 한미 장관 회담 후 서면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이 옐런 장관에게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다양한 방식의 실질적 협력 방안을 한미 당국 간 깊이 있게 논의해달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외환시장 안정을 통해 한미 안보 동맹이 정치 군사 안보와 산업 기술 안보를 넘어 경제 금융 안보로 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윤 대통령이 지난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에서 '외환시장과 관련한 긴밀한 협의'를 하기로 합의한 연장선에서 나온 것이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한미양국정상 회담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 이례적으로 '외환 협력'을 명시했다. 한미공동성명서 속 '외환 합의' 대목의 전문은 " 질서있고 잘 작동하는 외환시장을 포함하여 지속 가능한 성장과 금융 안정성을 증진하기 위해, 양 정상은 외환시장 동향에 관해 긴밀히 협의해 나갈 필요성을 인식하였다"로 되어있다. 대통령실은 한미정상의 공동성명에 '외환시장 동향 긴밀 협의' 문구가 반영된 것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양국 정상의 공동선언에 외환합의는 최초로 등장한 것이다.
미국 대통령이 한국과 정상회담에서 외환시장에 대한 협력 의지를 천명한 것은 처음이었다. 통상 미국이 다른 나라와 정상회담을 하면서 외환시장을 거론하는 것은 인위적인 평가절하를 경고하는 내용인 경우가 많았다. 우리의 경우는 현재 원 달러 환율의 급등을 제동하는 의미이므로 그 반대 사례인 셈이다. 양국이 외환시장 동향 점검 등을 위한 협의를 정례화하고 필요하면 수시로 공조 방안을 찾기로 한 점 역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양국 정상 간 합의는 외환시장에 심리적 안전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일종의 방패 역할을 할 수 있다. 양국이 안정적 외환시장 관리 차원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는지를 함께 모니터링하고 문제가 발생한다면 협력해서 빠르게 문제를 시정하겠다는 포괄적이고 원론적 의미를 담은 것으로 볼 수 있다. 한 미 정상이 외환시장 안정에 관심을 갖고 협력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인 만큼 시장 심리 안정에는 상당한 긍정적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외환시장에서 앞으로 양국이 협력할 수 있는 문을 열어둔 합의로 볼 수 있다.
통화스와프는 두 국가가 현재의 환율에 따라 필요한 만큼의 돈을 상대국과 교환하고,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 최초 계약 때 정한 환율로 원금을 재교환하는 거래다. 미국은 이 순간에도 유럽연합(EU)이나 영국, 일본,캐나다 등 주요 기축통화국과 상시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고 있다. 금융위기 급 상황에선 신흥국들과 한시적인 통화스와프를 체결한다. 우리나라 원화는 그동안 미국과 상시 스와프를 체결할 위상에 오르지 못했다. 통화스와프 체결 주체가 행정부가 아닌 중앙은행이라는 점도 변수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행정부의 의견을 수용하는 것은 별도의 이슈이다.
통화스와프는 협상을 맺은 국가간 비상시 각자의 통화를 빌려주는 계약으로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 개념이다. 유사시 자국 화폐를 맡기고 미리 정해진 환율로 상대국 통화를 빌려올 수 있다. 미 달러화는 전 세계 외환보유액의 69%를 넘어서는 등 막대한 비중을 차지한다. 원화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기축통화가 아닌 만큼, 위기 국면에서 외화자금 조달이 급할 때 외화 유동성 위기를 막는 안전판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와 체결했던 600억달러 규모의 한시적 통화스와프 계약이 종료됐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