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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중국, 국제 반도체 그룹서 '왕따'…고부가 첨단 제조국가 전환 늦어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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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중국, 국제 반도체 그룹서 '왕따'…고부가 첨단 제조국가 전환 늦어질듯

중국은 미국을 필두로 한 글로벌 반도체 어벤전스에 가입하지 못함에 따라 고부가 첨단 제조국가로의 전환이 늦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은 미국을 필두로 한 글로벌 반도체 어벤전스에 가입하지 못함에 따라 고부가 첨단 제조국가로의 전환이 늦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중국은 2010년에 접어들면서 저가 제조산업 국가에서 산업 고도화를 전격적으로 추진했다. 더 이상 저임금을 앞세운 값싼 제품을 팔아서는 선진국에 진입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이에 세계화 흐름을 타고 중저가 제품을 팔아서 벌어들인 천문학적 달러를 산업 고도화에 집중적으로 투입했다. 제조산업 분류에 따른 기술 수준을 상중하로 나눠볼 때 중국 제조산업의 경쟁력은 하급 수준에 머물고 있다.
중국은 2025년까지 이를 중급 수준으로 끌어올려 독일과 일본, 한국을 추월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국과 대등한 기술 역량을 2050년까지 달성한다는 복안이었다.

하지만 천문학적으로 푼 돈은 당장 수익이 나는 부동산이나 응용 기술분야 쪽으로 흐르고 원천기술이 집약된 반도체 산업으로는 흘러가지 않았다. 첨단산업으로의 전환을 결정하는 디지털 사회의 총아인 반도체 칩 선진화는 계속해서 실패하고 지연되었다.

다른 분야의 경우 규모의 경제를 앞세우고 공산당과 정부가 국영기업이나 민간기업에 투자하고 해외 선진기업을 M&A하면 글로벌 선진국 수준으로 압축 성장해서 진입할 수 있었지만 반도체는 예외였다.

반도체는 어느 한 국가가 독점적으로 전 공정을 지배해서 최종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닌 가장 세계화된 고도로 분업화된 산업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반도체 도전은 미국과 거의 비슷한 시기인 1950년대에 시작되었다. 하지만 문화대혁명, 죽의 장막으로 세계와의 단절, 1970년대 개혁과 개방, 세계화 진입 등 1960년대부터 2010년대 중반에 이르기까지 거의 60여 년 동안 중국의 반도체 산업은 제자리 걸음 수준이었다.

초기에는 공산당이 반도체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전혀 몰랐다. 세계시장에 합류한 뒤로는 저가의 제조산업에서 성과를 내야 하는 관계로 반도체 육성 지시가 내려와도 남의 일로 치부했다. 강 건너 불 보듯이 했다.
공산당 수뇌들이 해외 순방을 통해 반도체 중요성을 인식하고 발전 구상을 하달해도 실무선의 당 관료들은 여전히 반도체의 중요성에 대해 무지했다. 관료주의 지배, 시장과 연결되지 않은 부실 연구, 단기 성과 위주의 평가, 토종 혁신을 가로막는 투자제도, 선택과 집중이 아닌 칩 산업 전반에 대한 무모한 투자, 창의와 혁신·실패를 용인하지 않은 연구개발 제도 등이 기술 발전을 60년 동안 가로막았다.

100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투자가 이뤄졌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M&A를 통해 사들인 반도체 해외기업들도 2류였다. 사들인 기업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해 세계 최고 기업들과 기술 격차가 더 벌어졌고 반도체 산업이 경기에 민감한 산업인 관계로 기술 격차에 따른 시장성 부재로 큰 실패가 잦았다.

유일하게 성공한 사례가 화웨이가 투자한 하이실리콘이었다. 이 기업은 설계 분야에서 글로벌 10위권에 진입했다. 이 기업은 유일하게 실패를 용인하는 천문학적 연구개발비 투입, 해외연구소와 창의와 혁신을 바탕으로 한 솔직한 교류와 소통이 있었다. 직원들에 대한 과학기술 교육에도 아낌없이 투자했다. 공산당이나 관료의 개입이 없었다. 빠른 성공에 집착하지 않고 실패의 축적을 통해 시장친화적 제품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중국은 미국 견제가 본격화되면서 반도체 자립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반도체는 어느 한 국가가 전 공정을 독점할 수 없다는 점을 잘 알기에 반도체 어벤저스를 결성했다. 이 반도체 어벤저스는 중국에 대한 반도체 봉쇄전략을 구사한다.

중국은 혼자의 힘으로 도저히 반도체 기술 고도화에 성공할 수 없다. 천문학적 투자로 패키징·테스트 분야는 글로벌 수준이지만 설계, 소부장, 제조 분야는 글로벌 수준에서 1세대 내지 3세대 정도 뒤처져 있다.

글로벌 어벤저스는 생태계를 조성하고 그들만의 리그를 시작했다. 중국은 초대장을 받지 못했다. 최첨단의 반도체 과학기술은 구걸하거나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것이다. 중국에게는 그림의 떡이 되었다.

최첨단 기술을 가진 기업과 연구개발 역량을 가진 석학의 도움이 없이 토종 혁신만으로 최첨단 칩을 제작할 수 없다. 중국 최대, 최고의 반도체 기업인 SMIC도 14나노급만 생산할 수 있다.

미국을 정점으로 하는 글로벌 반도체 어벤저스의 설계, 소부장, 제조기술 전수 없이는 중국의 반도체 역량은 정체되고 지연될 수밖에 없다. 이는 중국 산업의 고도화 진입을 가로막는 거대한 장벽이 될 것이다.

미국은 중국 도발을 저지하기 위해 과학기술의 힘을 발휘했다. 경제안보와 국제정치 헤게모니를 활용해 중국의 G1 등극을 철저히 차단하기 시작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