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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중국, 대만 농산물·제조업 수입 제재할 여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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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중국, 대만 농산물·제조업 수입 제재할 여유 없다

중국 정부는 대만의 농산물 등에 대해 수입을 금지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정부는 대만의 농산물 등에 대해 수입을 금지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중국은 농산물 수입 금지, 관광 제한, 투자 유치 등 다양한 부문에서 대만에 대한 경제 제재 조치를 시행해 왔으나 대만이 수출·해외직접투자, 관광객 유치 등을 다변화했고 경제 역량도 강화한데다 중국의 반도체 산업 실패 등으로 제재역량(효과)이 상당히 약화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은 경제 금수 조치를 시행하여 대만이 독립 야망을 발전시키는 것을 막으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대만은 제조 능력과 경제 회복력을 키웠고 중국은 반도체 산업 발전에 실패했다. 대만에서 경제 클럽을 휘두르는 베이징의 능력이 상당히 약화되었다는 것이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

2021년 초, 중국은 대만으로부터의 여러 농산물 수입을 금지했다. 2022년 8월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한 중국의 분노로 더 많은 제품이 금수 조치 목록에 추가되었다. 그러나 대만의 경우 중국의 수입 금지는 큰 천둥과 적은 비를 의미한다.

농업 부문은 대만 경제의 작은 부분만을 차지하며 대만 국내총생산(GDP)의 2% 미만이다. 이 분야의 작은 규모를 감안할 때 금수 조치가 대만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지는 않다. 이는 대만이 본토에서 멀어지는 것에 대한 중국 지도부의 우려를 보여주는 정치적 제스처다.
중국이 정치적 이유로 대만 경제를 제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중국은 대만 경제에 피해를 주거나 여론을 통일 쪽으로 돌리지 못했다.

2016년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집권한 뒤 중국은 중국인의 대만 관광을 제지하며 차이 총통의 승리에 불만을 드러냈다. 일본, 한국, 동남아시아 관광객의 증가로 인해 대만 관광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2017년에서 2019년 사이에 중국에서 온 방문객 수는 150만 명 감소했다. 같은 기간 동안 일본, 한국, 동남아시아에서 온 방문객 수는 230만 명 늘었다.

중국의 농산물 수입 금지 조치로 인해 대만은 수출 파트너를 다양화할 수 있었다. 중국은 대만 농산물 수출의 최고 목적지였다. 하지만 2022년 현재 미국, 일본에 이어 3위로 떨어졌다. 특히 미국 시장에 대한 대만의 농산물 수출이 계속 증가함에 따라 펠로시의 방문 이후 시행된 추가 금지 조치는 대만의 농산물 수출에서 중국의 중요성을 더욱 감소시킬 것이다.

대만 경제는 스마트폰, 태블릿, 컴퓨터 및 기타 소비자 및 상업용 전자제품을 만드는 데 필수적인 반도체 칩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2020년 대만 총수출의 40%는 반도체 칩이었으며 중국과 홍콩은 가장 큰 수입국이었다.

대만의 본토로의 대규모 칩 수출은 금지된 적이 없다. 첨단 기술 제품을 조립하기 위해 대만에서 생산된 칩에 의존하는 중국은 이를 금지할 수 있는 능력을 제한했다.

코로나19 제로 정책의 결과인 중국의 경기 둔화도 대만에 대한 영향력을 약화시킬 것이다. 중국 경제는 2021년 8.1%에서 2022년 3.3%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수십 년 동안 호황을 누리는 중국 경제는 본토에 대한 대만의 막대한 투자를 유치했다. 그러나 그것은 대만을 양안 통일로 설득하기에 충분한 인센티브를 제공하지 못했다. 중국 경제와 대만 투자가 감소하면서 경제 금수 조치를 통해 통일을 추진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대만의 전체 대외 직접 투자에서 중국의 비중은 2010년 80% 이상에서 2021년 32%로 감소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인도는 대만의 외국인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더 큰 역할을 맡았으며, 2018년 8%에서 2021년 31%로 증가했다.

중국에 기반을 둔 대만 기업의 자본 설비 및 준공업 제품에 대한 수요는 대만의 대중국 수출의 주요 원동력이었다. 중국 내 대만 기업 수가 감소하면서 중국 기업이나 중국에 소재한 외국 기업의 수요가 대만에서 대량 수출을 이어가고 있다. 대만의 산업 핵심부품 공급은 중국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역할을 수행하는 데 필수적이다.

최근 미국이 미국 기술을 사용하는 반도체 칩의 중국 수출을 제한함에 따라 양안 무역관계는 ​​더욱 약화될 수 있다. 대만 최대 반도체 제조업체인 TSMC의 경우 2022년 2분기 순매출의 13%만이 중국 판매에서 발생했으며 이는 2019년 3분기 20%에서 감소한 것이다. 주로 중국 전자 제조업체 화웨이에 대한 TSMC의 칩 판매를 미국이 금지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SMC의 총매출은 순매출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북미 및 기타 아시아 국가의 강력한 수요로 인해 증가했다.

여러 유럽 국가들과의 관계를 악화시킨 늑대 전사 외교처럼 중국 정부의 경제적·정치적 강압은 중국에 대한 대만인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대만 국민의 80% 이상이 중국의 대만 농산물 금지와 '일국양제' 정책에 동의하지 않는다.

일국양제는 중국의 제도로, 1980년대 초반 덩샤오핑이 제안한 중화권 통일 정책이다. 일국양제는 중화인민공화국의 정치체제인 공산주의 정치체제 안에서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경제 체제가 조건부 공존하는 정치제도이다.

대만 농산물 수입 금지는 중국이 대만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능력이 제한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동시에 중국은 농산물을 넘어 대만의 제조업을 제재함으로써 대만과의 경제적 유대를 잃을 여유가 없다.


김세업 글로벌이코노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