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증유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로 유례 없는 특수를 누렸던 미국 IT 업계.
코로나19 사태가 2년 넘게 이어진 끝에 호황 국면이 사라진데다 40여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까지 닥쳐 미국 중앙은행이 잇단 금리 인상에 나선 여파로 대기업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감원 열풍이 불면서 빅테크 업계가 침체기에 들어선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IT 업종과 관련한 고용시장은 최근 크게 불고 있는 정리해고 바람에도 여전히 탄탄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음을 뒷받침하는 보고서가 나와 이목을 끌고 있다.
미국의 구인‧구직 플랫폼 집리크루터가 최근 정리해고된 뒤 다시 취업한 직장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정리해고 후 3개월 내 재취업한 IT 업계 종사자 79%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집리크루터가 최근 진행한 설문조사에 참여한 재취업 직장인 가운데 IT 업종에서 종사하는 직장인의 79%가 재취업하는데 걸린 기간이 3개월 이내인 것으로 나타났다.
3개월 안에 재취업에 성공한 사람은 전체 조사 대상자의 경우 30%로 조사됐지만 IT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의 경우 42%를 차지해 IT 업계 종사자가 일반적인 경우보다 빠르게 재취업에 성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IT 기업에서 일하다 정리해고됐다 한달 이내에 다시 일자리를 구하는데 성공한 사람은 조사 대상자의 37%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3개월에서 6개월 걸렸다고 답한 응답자는 16%, 6개월에서 12개월 걸렸다는 응답자는 5%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IT 업종 안에서 재취업에 성공한 직장인이 74%에 달한 것으로 나타나 대부분 다른 업종으로 갈아타지 않고 같은 업종의 일자리를 유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IT 업계 종사자 수요 여전히 크다
이같은 조사 결과는 정리해고에 나선 IT 기업도 많지만 적극적으로 직원을 새로 채용하는 IT 기업이 더 많음을 보여주는 흐름으로 풀이되고 있다.
줄리아 폴락 집리크루터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비용 절감을 위해 신규 채용을 동결하고 정리해고에 나서는 기업이 늘고 있지만 IT 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상당수가 매우 빠른 속도로 재취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조사 결과”라면서 “이는 IT 업계 종사자의 수요가 어느 업종 종사자보다 여전히 크다는 방증”고 설명했다.
다만 집리쿠르터에 따르면 최근 정리해고된 뒤 재취업한 사람들이 그 이전에 그만둔 뒤 재취업한 사람들에 비해서는 재취업에 성공하는데 걸린 시간이 긴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지난 2월 정리해고 당한 뒤 한달 안에 재취업한 근로자는 50%에 달했지만 최근 정리해고된 후 1개월 안에 다시 취업한 근로자는 37%로 감소한 것으로 조사된 때문이다.
IT 업계 종사자들 입장에서도 과거에 비해 고용불안이 커진 것은 사실이라는 뜻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