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복수의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다폰과 CK허치슨 합병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전했다.
관계자들은 보다폰과 CK허치슨의 가치가 모두 90억 파운드(약 15조 원), 부채는 60억 파운드(약 10조 원)로 추산해 합병 규모는 150억 파운드(약 25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합병은 보다폰이 실적 부진과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압력에 직면한 가운데 사업을 효율화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지난 한 해 동안 외국인 인수자들은 보다폰 지분 확보에 나섰다. 보다폰은 행동주의 캠페인으로 인해 최고경영자를 교체했고 기업 가치는 20% 떨어졌다. 아랍 에미리트 통신그룹 'e&'는 현재 보다폰 지분 14.6%를 보유하고 있으며 리버티 글로벌은 5%, 프랑스 통신 재벌 자비에 니엘은 2.5%의 지분을 갖고 있다.
한편 CK허치슨의 쓰리는 지난 몇년 동안 낮은 투자와 낮은 수익률의 악순환에 빠져있다.
보다폰과 CK허치슨 합병 논의는 지난해부터 거의 1년간 진행됐다. 작년 말 닉 리드 보다폰 최고경영자(CEO)가 퇴임하면서 지연됐고 양측은 거래를 마무리하기 위해 후임자가 확정되기를 기다려 왔다.
보다폰은 지난 주 회사 최고재무책임자(CFO)였던 마르게리타 델라 발레를 최고경영자로 임명했다. 이번 달에 계약이 발표될 것으로 기대된다.
양사는 작년 10월 공동 성명을 통해 이번 인수합병으로 보다폰이 합병 회사의 지분 51%를 소유하고 CK허치슨은 나머지 지분을 갖게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통해 CK허치슨이 지분 49%를 보다폰에 매각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홍콩에 본사를 둔 CK허치슨이 영국 통신시장에서 철수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관계자들은 아직 계약이 확정되지 않았으며 상황은 바뀔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 4대 이동통신사는 EE, O2, 보다폰, 쓰리로 구성되어 있다. FT는 이번 합병은 영국 통신 시장을 3개 이동통신사로 재편하는 역사적인 거래로 영국 규제당국이 그동안 막아왔던 정치 및 경쟁 싸움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영국 경쟁시장국(CMA)은 기업이 합병을 통해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고 가격을 인상할 수 있어 그동안 인수합병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해왔다. 특히 올해 초 대다수 영국 이동통신사가 요금을 약 14% 인상하면서 더욱 민감한 사안이 됐다. 지난 2016년에도 쓰리와 O2간의 합병이 무산된 바 있다.
국가 안보 및 투자법에 따라 영국 정부는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영국 자산과 외국인 당사자와의 거래를 검토하고 필요한 경후 거래를 차단할 수 있다.
작년 말 중국 넥스페리아가 영국 칩 제조업체 뉴포트 웨이퍼 팹을 인수하려고 했으나 영국 정부의 권한에 따라 거래가 무산됐다.
이번 거래에 참여한 사람들은 규제 승인 절차가 1년 이상 걸릴 수 있다고 전했다.
노훈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unjuro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