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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이·팔 전쟁의 새 변수…네타냐후 지지율 폭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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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이·팔 전쟁의 새 변수…네타냐후 지지율 폭락

전쟁을 수행 중인 네타냐후 총리가 낮은 지지도로  고심하고 있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 자료이미지 확대보기
전쟁을 수행 중인 네타냐후 총리가 낮은 지지도로 고심하고 있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 자료

이스라엘군은 2일(이하 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 최대 도시 가자시티에 대한 포위 작전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우리는 전투의 한복판에 있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지상군의 전면적인 시가전 개시를 알렸다.

전쟁의 양상은 일방적이다. 이스라엘은 가드를 내린 하마스를 일방적으로 두들겨 패고 있다. 하지만 전쟁을 이끄는 네타냐후 총리의 속내가 마냥 편치만은 않다. 일반적으로 전쟁을 수행하는 지도자들은 국민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기 마련이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이스라엘 유권자들의 마음은 싸늘하다. 사법부 무력화 시도로 신임을 잃은데다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허용한 책임을 묻는 여론이 비등하다.

난민촌 폭격으로 인접 아랍 국가들은 물론 서방으로부터도 비난을 받고 있다. 싱크탱크인 이스라엘 민주주의연구소가 지난달 23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스라엘 국민의 20%만 정부를 신뢰한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 6월 조사한 28%에서 급락한 수치로 최근 20년 동안 가장 낮은 지지도다. 이스라엘은 7일 하마스의 대규모 국경 공격으로 1400명 이상이 사망했다.

이스라엘 국민들은 이를 막지 못한 네타냐후 총리의 책임을 따끔하게 질책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지구로 지상군을 들여보낸 후 '제2단계 전쟁'에 돌입했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일간지 말리브가 지난달 27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군이 대규모 지상 공세를 개시해야 한다는 응답은 전체의 29%에 불과했고, 기다리는 편이 낫다는 응답은 49%에 달했다. 이는 인질의 안위에 대한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젤렌스키의 높은 인기


그 이전 실시된 조사에선 응답자의 65%가 대규모 지상 공격을 지지했다. 가자지구에는 200명 이상의 인질이 억류돼 있다. 이스라엘군에 주어진 과제는 가자지구에 대한 전면적인 공격을 하면서 어떻게 인질을 무사히 구출해 내느냐 여부다.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에 기습 공격을 허용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분명하게 밝히지 않았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그는 지난달 28일 밤 X(옛 트위터)에 "하마스가 전쟁을 벌일 것이라는 어떤 경고도 받지 못했다"는 글을 올려 은근히 보안 당국을 비난했다.

돌아온 것은 역풍이었다. 전 국방장관인 간츠가 "지도자들은 책임감을 보여줘야 한다"고 질책하자 네타냐후는 슬그머니 게시물을 삭제하고 사과해야 했다.

이스라엘 재계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자동차용 반도체 기업 모빌아이의 최고경영자(CEO) 카르카스토는 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네타냐후 총리의 실수를 지적하며 "속히 손실을 줄여야 한다"며 즉각 사임을 촉구했다.

적에게 기습을 당한 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지도자의 지지율이 오른다.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2001년 9월 11일 테러 이후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의 지지율은 90%까지 치솟았다.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에 나선 결과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은 높은 지지율을 유지해 오고 있다. 네타냐후의 지지율 추락은 이런 흐름을 역행하고 있다.

하마스와의 전쟁 이전에도 많은 이스라엘 유권자들은 네타냐후에게 불만을 품고 있었다. 극우 정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해 2022년 말 재집권했으나 법원의 권한을 약화시키는 '사법제도 개혁'을 추진하면서 이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시위가 확산됐다. 이스라엘 사회를 분열로 몰아넣은 조치였다.

가자시티 포위 완료


네타냐후는 도합 16년 동안 총리를 지냈다. 부패 혐의로 낙마했으나 극우 정당과의 연정을 통해 총리직에 복귀했다. 그는 또 다른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정권 수명을 연장하려는 강한 욕망을 품고 있다.

하마스에 대한 공격이 성공으로 이어지면 구심력 회복을 기대할 수 있지만, 실패하면 사임 논란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그는 가자지구에서의 강력한 군사행동으로 지지율 회복을 노리고 있다.

할레비 이스라엘 참모총장은 2일 "우리 군은 도시의 중요한 지역에서 작전을 수행하며 목표물을 파괴하고 테러리스트를 사살하고 있다"며 "시가전에서 이미 일정 수준의 성공을 거뒀다"고 주장했다.

가자지구의 보건 당국은 이 지역의 사망자 수가 9000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시가전이 본격화되면 민간인 사상자는 더 늘어날 것이다.

이스라엘 북부에서는 레바논의 시아파 무슬림 무장단체 헤즈볼라와의 충돌이 격화되고 있다. 헤즈볼라는 지난달 30일 폭탄을 실은 드론 2대로 국경 근처의 이스라엘 군사기지를 공격했다.

헤즈볼라가 드론으로 공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스라엘군은 즉각 포격으로 응수했다. 전쟁의 음울한 그림자는 점차 중동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성일만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exan509@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