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11년 사실 폐지한 징병제를 12년여 만에 다시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독일 연방정부 차원에서 나오고 있다. 장기화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흐름은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부 장관이 주도하고 있다.
피스토리우스 “징병제 폐지 나름 이유 있었지만, 지금 와서 보면 실책”
30일(현지시간) 독일의소리(DW)에 따르면 독일 연방군의 신규 병력 충원이 역대급 위기를 맞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월 현재 독일 연방군을 구성하는 병력은 총 18만1383명에 그쳐 오는 2025년까지 병력을 20만3000명으로 늘리겠다는 독일 정부의 계획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DW는 “모병 실적이 당초 목표에 크게 미달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현재 독일을 비롯한 주요 서방국들이 지원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대러시아 항전은 물론이고 향후 촉발할 가능성이 있는 유로존의 잠재적 군사분쟁에 대응하는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독일 연방군이 직면한 병력 충원 문제의 심각성을 진작부터 지적하고 나선 인물은 주무부처인 국방부의 책임자로 지난 1월 새로 취임한 피스토리우스 장관이다.
그는 자신이 취임한 이래 연방군 병력 충원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청원을 65건이나 받은 상황이라면서 징병제 부활을 포함한 대대적인 모병 시스템 개혁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밝히고 있다.
피스토리우스 장관은 독일 유력 일간 디벨트와 이달 초 가진 인터뷰에서 “독일이 지난 2011년 징병제를 사실상 폐지한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실책이었다고 본다”면서 “징병제를 다시 도입하는 방안을 포함해 다양한 개선책을 정부 차원에서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징병제의 시행을 중단했으나 다시 도입한 스웨덴의 사례를 거론하며 “스웨덴도 독일이 참고할만한 사례로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독일이 징병제 사실상 없앤 과정
만약 독일이 이르면 내년부터 징병제를 재도입하기로 결정한다면 13년 만의 일이 된다.
지난 2009년 독일 연방의회가 이듬해부터 징병제에 따른 군복무 기간을 6개월로 줄이기로 입법한데 이어 2011년부터 징병제의 시행을 유예하는 조치를 내림으로써 징병제를 사실상 폐지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당시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끈 연방정부가 대규모 병력이 필요 없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군비 지출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 크게 작용했다.
그러나 당시 징병제를 사실상 없애기로 하면서도 연방군을 다시 늘려야 할 상황이 추후에 발생하면 다시 모병 규모를 늘린다는 것이 독일 정부의 계획이었으나 실제로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졌음에도 모병 실적이 정부가 예상한 규모를 크게 밑돈 것으로 나타나면서 징병제를 부활시킬 필요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다시 나오고 있다고 DW는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