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현지시각) 가디언에 따르면 티센크루프의 이사회 임원이자 자회사인 티센크루프 머티리얼 서비스의 일제 헤네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정책센터(EPC) 회의에서 ‘유럽 철강업계가 전멸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물론”이라고 답했다.
헤네는 “철강은 가치사슬의 출발점이다. 철강 가격이 오르면 그 영향을 자동차, 항공기, 가전제품 등 모든 산업 분야가 받는다”며 “이같은 혼란은 전 산업의 불안정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유럽 철강산업이 무너지면 단순히 철강만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전반의 붕괴로 이어진다”며 “군사 안보 측면에서도 핵심 산업이며, 수많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유럽이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기존 25%에서 50%로 두 배 인상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는 유럽 철강업계가 회복을 준비하던 시점에서 결정된 조치로, 유럽연합(EU) 철강협회인 유로퍼는 지난 5일 분기 전망 보고서에서 “미국의 관세 인상이 회복 기대에 심각한 타격을 줬다”며 긴급 지원 대책을 EU에 촉구했다.
유럽에서는 여기에 더해 중국산 철강의 ‘덤핑’ 문제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유로스태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유럽 내 중국산 철강 수입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 증가했다. 여전히 연간 300만~400만톤 규모의 러시아 철강도 시장에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관세 인상은 영국에는 당장 적용되지 않으며 영국은 다음달 9일까지 기존 25%의 관세를 유지한다. 영국 정부는 지난달 미국과 체결한 양자 협정을 조속히 발효시켜 철강 관세를 0%로 낮추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타타스틸이 인도와 유럽에서 반제품을 수입하고 있는 점이 ‘수입 철강은 반드시 해당국에서 용해·주조돼야 한다’는 미국 기준에 위배될 수 있어 제외 대상이 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한편, 헤네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략이 오히려 미국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관세 인상 직후 미국 내 철강업체들이 곧바로 가격을 인상했고 제조업 전반의 비용도 급등했다”며 “이같은 조치는 미국의 성장 가능성을 스스로 제한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비용 문제에 대해서도 헤네는 “관세 완화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경쟁력 있는 에너지 가격 확보가 더 중요하다”며 “수소에너지로의 전환을 EU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