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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우방국과 '소형모듈원전' 글로벌 시스템 구축…중·러의 원전 시장 장악 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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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우방국과 '소형모듈원전' 글로벌 시스템 구축…중·러의 원전 시장 장악 차단

우방국에 막대한 금융 지원 연쇄 제안 불구 아직 상업용 SMR 건설 실적 없어
미국 뉴스케일파워의 소형모듈원전(SMR) 조감도.  미국은 아직  국내와 해외에서 상업용 SMR을 건설하지 못하고 있다. 사진=뉴스케일파워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뉴스케일파워의 소형모듈원전(SMR) 조감도. 미국은 아직 국내와 해외에서 상업용 SMR을 건설하지 못하고 있다. 사진=뉴스케일파워
미국이 중국, 러시아와 해외에서 소형모듈원전(SMR) 건설 수주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은 아직 국내에서도 SMR를 판매하거나 가동하지 못하고 있으나 미국 기업들이 개발 중인 SMR을 다른 나라에 수출해 러시아와 중국의 글로벌 원전 시장 장악 차단에 나섰다고 WSJ이 전했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11월 미국 원전 스타트업 뉴스케일파워가 유타주에 SMR 6기를 짓기로 한 프로젝트를 비용 증가를 이유로 중단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자국 SMR 관련 기업과 정부가 운영하는 수출입은행, 국제개발금융공사(IDFC) 등과 함께 해외에서 SMR 수주 계약을 따낼 수 있도록 총력전을 경주하고 있다.

미국에서 SMR 개발 선두 업체인 뉴스케일파워가 오는 2029년 또는 2030년 완공을 목표로 폴란드에서 SMR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도록 미국 수출입은행과 IDFC가 40억달러 (약 5조2600억원)의 금융 지원안을 제시했다고 WSJ이 보도했다. 뉴스케일파워는 불가리아, 가나, 인도네시아, 카자흐스탄, 필리핀 등에서도 새로운 원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최근 2기의 SMR을 상업용으로 가동하기 시작했고, 전 세계적으로 22개 지역에서 58기의 원자로 건설 사업을 하고 있다. 중국은 파키스탄에 원전을 수출했고,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원전 수주를 위해 미국과 경쟁하고 있다. 미국은 사우디와 원전 건설 계약을 거의 마무리했으나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으로 인해 이 계약이 표류하고 있다.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는 러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 로사톰이 원자로와 핵연료의 핵심 공급업체로 굳건한 입지를 구축했다. 세계 원자력 산업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로사톰은 세계 각국에서 24기의 원자로를 건설하고 있다. 로사톰은 러시아에서 사용할 목적으로 중국에 소형 원자로를 건설하고 있고, 러시아 내에서도 3기의 원자로를 건설 중이다.

미국은 러시아와 중국 원전에 의존하지 않은 채 동맹국과 우방국들이 미국과 동일한 원전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유도하려 한다고 이 신문이 전했다. 그러나 미국이 아직 SMR의 상업성을 입증하지 못했고, 미국에서도 1기도 건설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내 첫 번째 SMR 사업으로 주목을 받았던 뉴스케일파워의 유타발전소 프로젝트가 급등한 비용 탓에 결국 중단됐다. 뉴스케일파워와 유타주를 담당하는 발전사 UAMPS는 무탄소발전소프로젝트(CFPP)를 폐기하기로 했다.

뉴스케일파워는 인플레이션 등의 영향으로 최근 사업 비용이 예상보다 크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뉴스케일파워는 2021년 메가와트(MW)당 58달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으나 이 비용 89달러로 53% 치솟았다. 이 회사는 애초 첫 번째 SMR2029년 가동 예정이었다.

한국과 미국 등 22개국이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원자력 발전 용량을 오는 2050년까지 2020년 대비 3배 수준으로 늘리기로 했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지난해 12월 2일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한국을 포함한 22개국이 원전 증설을 위한 협력을 다짐하는 선언문에 서명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원자력이 탄소를 배출하지 않기에 세계 각국이 지난 2015년 체결한 기후변화협약을 준수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 등 22개국은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0으로 줄이는 '넷제로(탄소중립)'를 달성하고, 지구 온도 상승을 섭씨 1.5도로 유지하려면 전 건설이 현재보다 대폭 늘어나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이들 국가는 원전 투자를 확대하고, SMR 다른 첨단 원자로의 개발과 건설을 상호 지원하기로 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 정부는 2022년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신규 원전 설비에 대해 30% 세액공제 혜택을 주고 있다.

원전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으나 폐기물 처리 문제와 값비싼 건설 비용 등을 이유로 주요 국가들이 신규 건설을 꺼려왔다. 특히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국제 사회에서 탈(脫)원전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그러나 최근에 탄소중립,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에 따른 에너지 안보 위기 등으로 인해 다시 주목받고 있다.

SMR는 에너지 위기가 부상할 때마다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평가받아 대안으로 떠올랐다. 국제원자력기구에 따르면 미국·영국·프랑스·중국·일본 등 전 세계에서 70여 종의 SMR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한국은 1997년 첫 개발을 시작한 후 2012년 세계 최초로 표준설계 인가를 받았다.

SMR는 원자로 부품을 공장에서 모듈로 생산해 현장에서 쉽게 조립할 수 있도록 설계한 전기 출력 300㎿ 이하의 원자로를 말한다. 대형 원전의 건설비는 5조~10조원이지만 SMR1조~3조원이 든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