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네르는 세트스코어 0-2로 몰린 경기서 3세트를 내리 따내 3대2(3-6 3-6 6-4 6-4 6-3)로 대 역전극을 펼쳤다. 2001년생인 신네르는 로저 페더러(43·은퇴), 라파엘 나달(38·스페인), 노박 조코비치(37·세르비아)에 의해 20년 동안 장악돼온 남자 테니스 챔피언 자리에 새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이탈리아 선수로는 첫 호주 오픈 정상에 오른 신네르의 나이는 22살 5개월 12일.
세계랭킹 3위(메드베데프)와 4위(신네르)의 경기는 3시간 44분에 걸친 혈전이었다. 2021년 US오픈 우승자 메드베데프는 그랜드슬램 정상에 한 번도 오른 적 없는 신네르에겐 너무 높은 벽이었다. 첫 두 세트를 3-6, 3-6으로 잇달아 내주자 관중들은 메드베데프의 21번째 투어 우승이자 두 번째 그랜드슬램 우승을 확신했다.
그러나 3세트 들어 6-4로 힘을 내기 시작한 신네르는 4,5세트 마저 6-4, 6-3으로 이겨 대 역전승을 이끌어냈다. 메드베데프로에겐 2022년 라파엘 나달과 맞붙은 호주 오픈 결승전의 뼈아픈 기억을 떠올리게 만든 장면이었다.
당시 메드베데프는 이번과 마찬가지로 라달에게 2세트를 내리 따낸 후 연거푸 3세트를 허용해 정상 정복에 실패했다. 메드베데프는 그랜드슬램 결승전서만 5차례 패배했다. 이번 패배는 더 뼈아팠다. 나머지 4번은 나날, 조코비치 등 전·현 1인자들에게 당한 것이었다.
그들의 세대가 저물면 자신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의심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엔 6살 아래인 차세대 황제에게 일격을 당했다. 신네르는 준결승에서 세계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를 누르고 결승에 올랐다. 조코비치는 ‘호주오픈의 사나이’로 불리는 하드코트의 지배자다.
호주 오픈은 그랜드슬램 대회 가운데 유일하게 하드코트서 벌어진다. 조코비치는 무려 10차례 호주오픈 우승을 차지해 최다 우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조코비치는 이 대회서 34연승을 달리고 있었다. 조코비치가 호주오픈에서 패배한 것은 2195일 만의 일. 호주 오픈에서 조코비치를 이김으로서 신네르는 차세대 황제임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신네르는 아탈리아 선수로는 세 번째 남자 테니스 그랜드 슬램 단식을 제패했다. 1976년 아드리아노 파나타 이후 처음이다.
성일만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exan509@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