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차르'(황제)로 불리는 블라디미르 푸틴(71) 러시아 대통령이 2024 러시아 대선에서 압도적 지지로 5선을 사실상 확정하며 종신집권의 길을 열었다. 미국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5선이 확실시되는 러시아 대통령 선거가 공정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백악관은 러시아 대선에 대해 "분명히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백악관은 푸틴 대통령이 정적을 구금하고 그들이 자신을 상대로 출마하지 못하게 막았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우크라 전쟁을 일으킨 푸틴의 연임에 세계가 실망하고 있다.
러시아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개표는 아직 진행 중이지만 푸틴 대통령의 당선이 실상 확정됐다. 푸틴 대통령의 득표율은 87%을 넘어섰다. 최종 개표 결과에서도 80%대 득표율이 나올 경우 이는 러시아 대선 역대 최고 득표율 기록이 된다. 종전 최고 기록은 2018년 푸틴 대통령이 기록한 76.7%다.
러시아 대선은 사흘간 진행됐다. 2000·2004·2012·2018년에 이어 대선에서 또다시 승리한 푸틴 대통령은 2030년까지 6년간 집권 5기를 열게 됐다. 이오시프 스탈린 옛 소련 공산당 서기의 29년 집권 기간을 넘어 30년간 러시아를 통치하게 되는 것이다.1999년 12월 31일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의 퇴진으로 대행을 맡은 푸틴 대통령은 2008∼2012년에는 총리로 물러나 있었지만 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를 대통령에 올리고 실권을 유지했다. 푸틴 대통령은 2020년 개헌으로 2030년에 열리는 대선까지 출마할 수 있어 이론상 84세가 되는 2036년까지 정권을 연장할 수도 있다.이 경우 푸틴 대통령은 18세기 예카테리나 2세의 재위 기간(34년)도 넘어선다. 러시아제국 초대 차르(황제) 표트르 대제(43년 재위)만이 푸틴보다 오래 러시아를 통치한 인물로 남게 된다.
압도적 지지를 재확인한 푸틴 대통령은 2년 넘게 이어가고 있는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의 정당성을 확보했다는 자신감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이를 바탕으로 '푸틴 5.0' 시대에는 추가 징집 등 특별군사작전 정책이 강화되고 서방과의 대립도 심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러시아가 '새 영토'로 부르는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는 개표가 완료된 가운데 도네츠크 95.23%, 루한스크 94.12%, 자포리자 92.83%, 헤르손 88.12% 등 푸틴 대통령이 90% 안팎의 높은 지지를 받았다고 선관위는 밝혔다.
미 백악관은 러시아 대선에 대해 "분명히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다"는 입장을 밝혔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권력에 굶주린 독재자라고 표현하면서 "영원히 통치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