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일을 덜하고, 대신 사람이 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테슬라 전기차를 로봇이 생산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면서 옵티머스 로봇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 미 공장들에서는 로봇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
주문 3분의 1 감소
7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제조업 현장에서 로봇 확대 흐름이 급격히 퇴조하고 있다.
로봇업체들의 모임인 자동화추진협회(AAA) 자료로는 2022년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북미 제조업체들의 로봇 주문이 지난해 3분의 1 가까이 급감했다.
이런 흐름은 올해에도 지속돼 올 상반기 주문 감소세가 지속됐다.
자동화 장비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북미 제조업 현장에서 급격히 확대됐다.
노동자 부족으로 일손을 구하지 못한 업체들이 대규모 자본이 필요하지만 일단 설치만 하면 24시간 가동할 수 있는 로봇으로 눈을 돌렸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이 보수는 더 나으면서 육체적으로 덜 고된 일자리로 갈아타는 흐름도 겹쳤다.
당시 공급망 차질로 제품 가격이 폭등하자 고수익을 노리고 로봇을 사들이는 업체들이 늘었다.
과수요
로봇 수요가 대폭 증가한 또 다른 배경 가운데 하나는 공포였다.
업체들이 일손 부족으로 손을 놓고 있어야 할지 모른다는 공포로 로봇을 대거 구매하면서 실제 필요한 규모보다 더많이 로봇을 사들인 것으로 보인다.
가와사키 로보틱스 미 법인의 폴 마르코베치오 이사는 “업체들이 공포로 인해 로봇을 사들일 때는 필요 이상으로 과하게 사들이는 경향이 있다”면서 지난해 이후 로봇 수요가 급감하고 있는 것은 이 같은 공포에 따른 과수요가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수요 부족
로봇 수요 감축은 일감이 줄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일감이 줄면서 로봇이 예전만큼 대규모로 필요하지 않자 업체들이 로봇 주문을 대거 줄인 것이다.
미 정부 통계에 따르면 8월 미 산업생산은 지난해 8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가전제품, 중형 트럭, 기계, 유전 지대의 석유 생산은 아예 1년 전보다 감소했다.
오판
팬데믹 기간 공포에 따른 과도한 로봇 주문 외에 지금의 로봇 인기 하락은 업체들의 오판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로봇 보조용품 업체 저겐스 사장인 잭 슈론의 분석이다.
슈론은 로봇에 대해 잘 모르는 업체들이 휴식도 필요없고 부상을 입지도 않으며 돌연 사표를 던지는 일도 없는 로봇의 장점만 보고 앞다퉈 로봇을 구매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이들은 로봇 관리에 상당한 노동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점은 간과했다고 말했다.
슈론 사장은 팬데믹 기간 로봇을 사들인 업체들은 로봇을 가동하려면 프로그램 기술이 있어야 하고, 유지보수에도 상당한 노력과 비용이 들어간다는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로봇이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기저효과까지 겹치면서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확산 속도가 더딜 것으로 예상했다.
반발
로봇 인기가 예전만 못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인간들의 반대다.
머리를 쓰는 일은 인공지능(AI)에게, 몸을 써야 하는 일은 로봇에게 빼앗길 수 있다는 노동자들의 불안을 다독이지 못함에 따라 로봇을 대거 늘리는 공장자동화는 노동쟁의의 단골 소재가 됐다.
지난주 사흘 만에 막을 내린 미 동·남부 항만 파업의 최대 쟁점 가운데 하나도 바로 하역 자동화였다.
항만 노동자들은 임금 인상률 일부를 양보하는 대신 하역 자동화에 멍에를 걸었다.
전기차 수요 둔화
로봇 인기가 시들해진 원인에는 전기차 수요 둔화도 있다.
자동차 업체들은 북미 로봇 산업 최대 고객이다.
그러나 이들의 2분기 로봇 주문은 전년동기비 20% 급감했다.
2022년 2분기 북미 로봇 주문의 60%에 육박하던 자동차 업계의로봇 주문은 올 2분기 46%로 뚝 떨어졌다.
이들의 로봇 주문은 주로 전기차 생산에 집중돼 있다.
그러나 전기차가 하이브리드 인기에 밀려 예상외로 고전하자 자동차 업체들이 로봇 주문을 대거 줄이고 있다.
한편 최근 공장 주문이 둔화된 가운데 숙련공 구하기가 쉬워진 점 역시 미 로봇 수요 둔화의 배경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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