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연합(EU)이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격화 속에서 경제적 안정과 성장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서는 일본과 한국의 대중국 무역 전략을 참고해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각)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오웬 드레이 유럽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이날 이 매체에 낸 기고문에서 “일본은 경제 안보 전략을 효과적으로 운영하고 있고 한국은 독자적인 방산 및 기술 산업을 발전시켜오는 등 이미 중국과 무역 관계에서 실용적 접근법을 통해 성공적인 전략을 펼치고 있다”면서 “그러나 EU는 여전히 지정학적 전략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고 복잡한 글로벌 경제 환경에서 적응 중”이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드레이 연구원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1월 대통령선거에서 재집권에 성공한 것은 EU, 일본, 한국이 직면한 경제적 도전을 더욱 부각시켰다.
이들 국가가 미국과 중국에 대한 높은 무역 의존도, 복잡하게 얽힌 글로벌 공급망, 자원 부족이라는 공통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는 점을 다시 확인시켰다는 뜻이다. 특히 미국의 안보 보장과 아울러 무역 정책이 거래 지향적으로 더 변하면서 이들 사이에 새로운 경제 보안 전략이 필요해졌다는 것.
드레이 연구원은 “EU 입장에서는 경제 안보와 기술 의존성에서 상당한 취약점을 드러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는 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 총재와 엔리코 레타 전 이탈리아 총리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면서 “EU가 중국의 보조금을 받은 기업들이 유럽 시장에 자유롭게 접근하도록 허용한 과거의 '순진함'이 현재의 불균형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드레이 연구원에 따르면 일본과 한국은 경제 안보와 실용적 무역 정책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며 미국과 중국 양측과 전략적 관계를 조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은 첨단 기술 분야에서 경제 안보를 강화하면서도 중국과의 무역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고, 한국은 첨단 산업 협력에서는 미국과의 연대를 유지하면서도 여전히 중국 시장을 중요한 수출처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
이에 비해 EU는 기후 변화 대응 정책을 추진하면서 중국산 저비용 친환경 제품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태양광 패널과 배터리 부문에서 EU는 이미 중국에 크게 뒤쳐진 상황일뿐 아니라 이 때문에 중국 기업들로부터 기술 이전을 요구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얘기다.
드레이 연구원은 비근한 예로 최근 스웨덴의 배터리 기업 노스볼트가 파산 보호를 신청하면서 EU의 녹색 전환 전략에 큰 타격을 입힌 점을 거론했다.
그는 따라서 “EU가 경제 안보와 기술 혁신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한·일과 실질적인 협력이 필요하지만 정치적인 현실을 고려했을 때 EU 내 불안정한 정치 상황과 각국의 정책적 이견은 주요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에 따라 EU는 당장의 실질적 성과에 집중해야 하고 미국의 관세 정책, 중국의 전기차 산업 경쟁에 대한 공동 대응, 경제 안보 강화 등 구체적이고 즉각적인 이익을 제공하는 프로젝트를 우선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