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타임스(NYT)는 “일론 머스크 정부효율부 수장의 해체 작업으로 미국의 대중국 견제 수단들이 잇달아 무력화되면서 중국 정부가 그 공백을 빠르게 채워가고 있다”고 22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스텔스 기능을 갖춘 차세대 전투기 ‘F-47’ 개발 계획을 공식 발표하며 “중국의 태평양 패권 야욕을 견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미국 정부의 대외 영향력 확대에 핵심 역할을 해온 주요 기관들이 해체 또는 예산 삭감으로 기능 정지 상태에 빠졌다고 NYT는 지적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시아 지역에서 주당 6000만명 이상이 시청하는 것으로 알려진 '자유아시아방송(RFA)'이다. 29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 비영리 기관은 미 국무부의 예산 중단 조치로 워싱턴 본부 인력 75명만 남기고 대부분을 무급휴직 처리했다. RFA는 중국의 위구르족 강제 수용소 문제를 처음으로 폭로한 바 있다. 베이 팡 RFA 대표는 “우리는 독재국들이 감추고 싶어 하는 현실을 전하는 몇 안 되는 창구”라면서 “이같은 조치는 아시아 민중뿐 아니라 미국에도 큰 손실”이라고 말했다.
사이버 안보 분야에서도 해체 바람은 거세다. 국토안보부 산하 '사이버안전검토위원회(CSRB)'는 최근 중국 해커들이 미국 최대 통신망과 법무부 도청 시스템을 장기간 침투했던 사건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지만 이 위원회마저 활동이 중단된 상태다. NYT는 “지금은 이 조사의 책임자가 누구인지조차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NYT는 “정부효율부는 정작 행정부의 전략적 방향성과 연계된 검토나 분석 없이 신속하게 조직들을 해체하고 있다”며 “정책의 일관성이나 장기적 대비라는 측면에서 심각한 공백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이클 그린 호주 시드니대 미국연구센터 소장은 “미국이 중국과의 경쟁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인권 문제 제기나 중국의 허위 정보 대응 등 소프트파워 전략을 스스로 포기하고 있다”며 “이는 중국이 가장 반기는 시나리오”라고 평가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급진 좌파의 목소리’라고 비판해온 미국의 대표적인 대외방송인 '미국의 소리(VOA)'를 정조준하고 있다. VOA는 현재 1300여명의 전체 직원이 유급휴직 상태로 트럼프 대통령은 “세금으로 급진적 선전 방송을 유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보수 성향 정치운동가인 브렌트 보젤 3세를 VOA 상급기관인 미국글로벌미디어청(USAGM) 국장으로 지명했고 카리 레이크 전 애리조나 상원의원 후보를 VOA 특별고문으로 임명한 상태다.
폴 콜브 전 중앙정보국(CIA) 요원은 NYT와 인터뷰에서 “중국이 해군력 증강, 위안화 결제망 확대, 외교 공세에 나서는 와중에 미국은 대외 정보 채널을 스스로 차단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중국 내부에서는 미국의 쇠퇴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