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이터에 따르면 공항에서는 백인 시민 수십 명이 수하물을 싸들고 출국 심사를 기다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콜렌 음시비 남아공 교통부 대변인은 “범죄 이력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심사 과정을 거쳐 49명이 최종적으로 탑승 허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미국 워싱턴DC 인근 덜레스공항에 도착한 뒤 텍사스로 이동할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임기 때부터 백인 아프리카너(Afrikaner) 공동체를 미국 내 우선 난민 수용 대상에 포함시키겠다고 밝혀왔다. 그는 이들을 “부당한 인종 차별의 피해자”라고 주장했고 이번 난민 수용 결정은 그 연장선상에서 이뤄졌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동시에 비(非)백인 국가 출신의 난민 입국은 대부분 차단하고 있어 형평성 논란이 제기돼왔다.
남아공에서 아프리카너는 네덜란드계 백인 이주자 후손으로 백인 공동체 중 가장 오래된 정착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 조치에 대해 남아공 정부는 “미국이 자국의 민감한 정치 현안을 이해하지 못한 채 개입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현재 남아공에서는 백인 인구가 전체의 8%에 불과하지만 여전히 사유지의 약 75%를 소유하고 있고 흑인 인구보다 20배 많은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 학술지 리뷰 오브 폴리티컬 이코노미에 따르면 이는 식민지 시기와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 시기에 축적된 부가 이어지고 있는 탓이다. 백인은 또 남아공에서 실업률이 가장 낮은 집단으로 남아 있다.
그럼에도 백인 공동체 내부에서는 흑인 정부로부터 차별받고 있다는 주장이 인터넷 상에서 확산돼왔다. 특히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같은 남아공 출신의 트럼프 측근 인사들도 이 같은 주장을 공개 지지한 바 있다.
로이터는 “이번 조치가 양국 모두에서 강한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