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SJ에 따르면 최근 미국 대학가에서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방학 기간 중 출국 후 재입국이 어려워질 것을 우려해 귀국을 취소하거나 연기하고 있으며 일부 학교는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비공식적으로 여름 기숙사 제공과 법률 자문 등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탠퍼드대를 졸업하고 캘리포니아공과대 박사과정 진학을 앞둔 우크라이나 출신의 안드리 토르칠로는 WSJ와 인터뷰에서 “지금은 어떤 결정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많은 학생들이 국경 심사를 우회하기 위해 소셜미디어에 친미적인 글을 올리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오하이오주 더블린에 거주하는 이민 전문 변호사 샘 시합은 “요즘 외국인 학생이 전화를 걸어와 ‘방학에 고국에 다녀오겠다’고 하면 나는 ‘미쳤냐’고 되묻는다”면서 “최근 오하이오주립대를 비롯한 여러 학교에서 이와 관련한 문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베일러대(텍사스), 듀크대(노스캐롤라이나) 등도 학생들에게 여름철 미국 내 체류를 권고하고 있으며 일부 대학은 공식 발표 없이 조용히 학생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미리엄 펠드블럼 고등교육이민정책연합 대표는 “예년에 비해 학교들의 지원이 확실히 늘었다”며 “최근 몇 달 간 우리 단체의 이민자 지원 웹사이트 방문자 수는 월 10만명을 넘어섰다”고 전했다.
미국 내 유학생들은 학기 중에도 학외 근로가 제한돼 있으며 여름철 체류는 재정적 부담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애리조나주립대는 이번 여름부터 수업이나 근로 여부에 관계없이 유학생 전원에게 기숙사 이용을 허용하기로 했다.
미네소타주 세인트폴의 매칼레스터대는 기부금 25만 달러(약 3억4000만원)를 활용해 유학생들에게 무료 기숙사와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이 학교는 다음 학기 복학 예정인 유학생의 3분의 1 이상이 여름에도 캠퍼스에 남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학들은 이같은 지원책을 조심스럽게 운영 중이다. 공개 이메일이나 공지 대신 대면 안내나 그룹채팅 등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펠드블럼 대표는 “학교들은 연방정부의 감시를 피하면서 학생들을 돕기 위해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하버드대는 유학생들에게 이민 당국의 불시 방문 시 대응 요령이 담긴 ‘레드 카드’와 긴급 연락처를 배포했고 일부 학생들에게는 비공식적으로 여름 기숙사 지원 신청 기한을 연장하고 자격 조건도 완화했다는 설명이다.
하버드대 재학생인 오스트리아 출신의 칼 몰덴은 “처음엔 미국에서 인턴십을 할 계획이었지만 하버드가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 대상이 되면서 생각을 바꿨다”며 “친구들이 귀국을 포기하는 가운데 나는 차라리 고국으로 돌아가고 미국에 못 돌아올 위험을 감수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