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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머스크 돌아올 것"…트럼프-머스크 관계 새 국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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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머스크 돌아올 것"…트럼프-머스크 관계 새 국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복잡한 관계가 머스크의 정부직 중도 사임으로 또 한 차례 전환점을 맞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두 사람의 최근 4개월간 동거가 갈등과 협력, 애정과 실망이 뒤섞인 정치적 동맹이었음이 드러났다고 지난달 31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머스크는 지난 1월 신설된 정부효율부의 수장으로 깜짝 발탁돼 1조 달러(약 1370조원) 규모의 연방예산 절감을 약속했지만 실제 성과를 둘러싼 회의론이 백악관 내부에서 커져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보좌진에게 “그거 다 헛소리였던 거 아니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WSJ에 따르면 트럼프는 머스크를 여전히 "90% 천재, 10% 어린애"라고 부르며 애정을 표현하고 있지만 정책 추진 과정에서의 독단과 언론을 통한 기습적 발표에 대해선 곤혹스러워했다. 머스크는 심지어 장관급 회의에서 다른 부처 수장들을 향해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등 내부 반발을 키우기도 했다.
트럼프는 지난달 24일 백악관에서 열린 고별 행사에서 “일론은 진짜 떠나는 게 아니다. 앞으로도 왔다 갔다 할 것”이라며 머스크의 향후 정치적 관여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날 머스크는 트럼프으로부터 ‘백악관의 열쇠’를 상징적으로 받기도 했다.

머스크는 정부효율부 수장으로 재직 중 미국국제개발처(USAID)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연방 공무원 수를 줄이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했으나 연방 법원과 각 부처의 저항, 정치권의 비판 등으로 대부분 제동이 걸렸다. 교통부와 보건복지부 등 일부 부처 장관들과도 정면 충돌을 빚었다.

또 트럼프 측근들은 머스크가 백악관 수석보좌관 수지 와일스를 비롯한 참모들과의 소통을 회피하고 정부효율부의 결정사항을 사전에 공유하지 않아 곤란을 겪었다고 전했다. 한 백악관 고위 참모는 “정부효율부가 수백명을 정리해고 하거나 민감한 데이터를 요청했을 때조차 상부는 보도 이후에야 알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달에는 머스크가 미 국방부에서 중국 관련 최고기밀 브리핑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트럼프가 “이건 명백한 이해충돌”이라며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 머스크는 자신의 우주 탐사업체 스페이스X와 미국정부 간 계약 관계가 있는 상태였다.

머스크는 정부 직책에서 물러나는 배경으로 “내 회사들에 쏟아지는 비난을 피해 부담을 덜고 싶다”고 했으며 실제로 테슬라는 올 1분기 순이익이 71% 급감했고, 스페이스X는 최근 로켓 폭발 사고를 겪었다.

트럼프에게 3억달러(약 4110억원)를 쏟아부으며 재선에 힘을 보탰던 머스크는 향후에도 정치적 지원을 약속했지만 WSJ는 “머스크가 약속한 1억 달러(약 1370억원) 규모의 정치후원금은 아직 송금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두 사람의 관계는 여전히 긴밀하나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머스크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고 WSJ는 지적했다. 백악관 참모진은 머스크가 인디애나주 공화당 상원의원 토드 영을 “딥스테이트 꼭두각시”라 부른 일이나 위스콘신 대법원 판사 선거에 깊숙이 개입한 점 등을 문제삼았고, 트럼프는 심지어 자신이 직접 후원한 후보의 무능함에 실망해 “다신 그 사람하고는 안 하겠다”고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트럼프는 머스크가 공개석상에서 백악관 무역고문 피터 나바로를 "바보"라고 조롱한 것에 대해 “그렇게까지 거칠게 할 줄은 몰랐다”고 반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참모진은 머스크가 “세금 개편안까지 비난하면서 백악관을 곤란하게 만들었다”고 비판하면서도 트럼프 본인은 “크게 화내지 않았다”고 WSJ는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