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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중국, '국제조정원' 창설…'병렬 질서'로 미국 패권에 균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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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중국, '국제조정원' 창설…'병렬 질서'로 미국 패권에 균열

샹그릴라 안보회의엔 군 실무급 보내고…같은 날 홍콩서 32개국 모아 '세 과시'
국제법 무시 전력에 '중재 자격' 논란…미 "동맹 침략 시 결정적으로 승리" 경고
중국이 최근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를 사실상 외면한 채 독자적인 '국제조정원' 창설을 공식화하는 등 미국 주도의 국제 질서에 맞선 '병렬 질서'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교도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이 최근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를 사실상 외면한 채 독자적인 '국제조정원' 창설을 공식화하는 등 미국 주도의 국제 질서에 맞선 '병렬 질서'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교도
미국이 주도하는 기존 국제 질서를 허물고 독자 체제를 세우려는 중국의 행보가 거침없다. 미·중이 '신냉전'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중국은 '국제조정원'이라는 독자 기구 창설을 공식화하고 미국 중심 패권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다고 닛케이가 9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세계 분쟁의 '중재자'를 자처하며 미국과 나란히 서는 '평행 질서'를 만들겠다는 뜻을 보란 듯이 드러낸 것이다.

중국의 이런 자신감은 지난 1일 싱가포르에서 막을 내린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샹그릴라 대화는 적대 관계인 미·중 국방 수뇌부가 만나 소통하는 사실상 유일한 창구였으나 올해 중국은 국방부장은 물론 그에 준하는 고위급 군 간부조차 보내지 않았다. 대신 인민해방군 국방대학의 후강펑 부교장(해군 소장)이 대표단을 이끌었다.

이를 두고 서방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군부 내 반부패 숙청 같은 복잡한 내부 사정과 함께 서방 주도 국제회의에서 더는 중국이 고립될 우려가 없다는 자신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샹그릴라 대화 첫날, 보란 듯이 '독자 기구' 출범


실제로 중국은 샹그릴라 대화 개막일인 지난 5월 30일, 홍콩에 독자 '국제조정원'을 세우기 위한 설립 협약 서명식을 열었다. 왕이 외교부장이 직접 나서 신흥·개발도상국 중심의 32개국 서명을 이끌어내며 세를 과시했다. 국제조정원 창설은 중국의 외교 전략이 경제(일대일로, AIIB)를 넘어 정치·외교 분야에서도 독자 국제 체제를 만드는 ‘3단계’로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서방 주도의 국제법과 질서에 맞서 중국식 '대안 질서'를 만들려는 의도가 명확하다.

'자격'과 '중립성' 논란…깊어지는 미·중 갈등


그러나 중국이 분쟁 중재를 주도할 자격이 있는지를 두고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회의론의 핵심은 '자격'과 '중립성' 문제다. 2016년 국제중재재판소가 남중국해 영유권을 두고 중국의 주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지만, 중국은 이를 '휴지 조각'이라며 무시한 전력이 있다.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가 허물어지며 중국의 통제가 강해진 홍콩이 과연 중립 기구의 본부로 적합한지도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샹그릴라 대화에 참석한 중국 대표단 관계자는 "다극 질서는 이미 현실이며, 미·중 국력 차가 줄어든 만큼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더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이번 회의에 참석한 미국의 피터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중국이 인도·태평양에서 동맹국을 침략하면, 반드시 싸워 결정적 승리를 거둘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중국의 '평행 질서' 만들기가 계속될수록 미·중 신냉전은 더욱 깊어지고, 자칫 '열전(熱戰)'의 위험까지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중국의 독자 행보가 세계 질서의 분열과 갈등을 한층 더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