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부, "외계 기술 증거 없다" 공식 결론…UFO 신봉 전직 관리들과 진실 공방 격화
냉전 시기 스텔스기 개발 숨기려 'UFO 신화' 활용…국방부의 의도적 기만이 음모론 키워
냉전 시기 스텔스기 개발 숨기려 'UFO 신화' 활용…국방부의 의도적 기만이 음모론 키워

앞서 국방부 '전영역 이상현상 해결실(AARO)'은 지난 3월 공식 보고서에서 "외계 기술 역설계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명확히 밝혔다. 그러나 조사를 이끈 책임자와 내부고발자들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1947년 '로즈웰 사건'에서 유래한 의문의 금속 조각을 둘러싼 진실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 '로즈웰 금속' 30년의 여정과 진실
조사의 시작은 이례적이었다. 미 국방부 '미확인 변칙 현상(UAP)' 조사 책임자 숀 커크패트릭은 6대 방산업체 최고 기술 임원들을 모아 "여러분 회사 가운데 외계 기술에 접근한 적이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그는 "여러분 중 한 분이라도 솔직히 자백하고 UFO를 넘겨주거나, 아니면 제가 그것을 찾는 걸 도와주신다면 제 일이 훨씬 수월해질 겁니다"라며 압박했다.
이 질문에 록히드 마틴은 가장 복잡한 처지였다. 이 회사의 전설적인 비밀 연구소 '스컹크 웍스'는 실제로 로즈웰 추락 UFO에서 수집했다고 알려진 금속을 시험하고 있었다. 미 육군이 이 물질을 이용해 중력 법칙을 거스르는 비행체를 만들 수 있는지 확인하려 한 것이다.
이 금속의 여정은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6년, 초자연 현상을 다루는 라디오 진행자였던 아트 벨은 익명의 청취자한테서 소포 하나를 받았다. 청취자의 할아버지가 로즈웰의 군 추락물 수거팀 일원으로 수집했다는 금속 조각이었다. 벨은 방송에서 "이것들은 금속이고, 바깥 부분이 아주 심하게 탔습니다"라고 묘사했다.
이 금속은 2019년, 팝펑크 밴드 '블링크-182'의 프론트맨 톰 들롱이 설립한 '투 더 스타즈'라는 단체에 3만5000달러(약 4844만 원)에 팔렸다. 이 단체에는 펜타곤과 일했던 과학자 핼 푸토프와 에릭 데이비스, 전직 펜타곤 관리 루이스 엘리존도 같은 거물들이 있었다. 이들은 이 금속이 반중력과 은폐(클로킹) 특성을 가졌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미 육군과 시험 협약까지 맺었다.
하지만 그 아이디어는 실현되지 않았다. 커크패트릭 조사팀이 이 금속을 확보해 에너지부 산하 오크리지 국립 연구소에 최종 분석을 의뢰한 결과, 우주에서 온 물질이 아니며 반중력 특성도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연구소는 2년에 걸친 정밀 분석 끝에 이 금속이 20세기 항공우주 연구에서 경량화와 강도 향상을 위해 사용한 마그네슘 합금류이며, 외계 기술이 아닌 지구의 실험용 물질임을 확인했다. 일부 추종자들이 주장했던 테라헤르츠 파장 유도 같은 특수한 성질 또한 발견하지 못했다.
◇ 펜타곤의 '신봉자들'…현실과 뒤섞인 기이한 증언들
조사 과정에서 커크패트릭은 펜타곤 내부에 깊숙이 자리 잡은 UFO 신봉자 그룹과 마주했다. 이들은 수십 년간 초능력 스파이, 순간이동, 심지어 늑대인간 같은 비주류 과학을 군사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탐구해 온 인물들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 가운데 일부는 국방부가 극비 무기 개발을 은폐하려고 퍼뜨린 '외계 기술' 신화를 실제로 믿었다는 점이다.
UFO 전승의 유명인사인 물리학자 에릭 데이비스는 커크패트릭에게 자신이 러시아의 추락 UFO 역설계 프로그램을 조사한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모스크바가 UFO에서 회수한 레이저 시스템으로 미국의 우주 자산을 위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CIA는 데이비스에게 그런 임무를 맡긴 기록이 없다고 밝혔고, 조사팀은 이 이야기가 미국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한 러시아의 허위 정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CIA에서 초능력 스파이 프로그램을 만들었던 핼 푸토프는 2004년 백악관이 후원했다는 비밀 토론회에 대해 증언했다. 이 토론의 목적은 '대통령이 외계인 추락물 회수 프로그램의 존재를 공개해야 할지' 결정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푸토프는 "우리는 모든 수치를 종합해보고 '절대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공개를 감당할 수 없다고요"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부시 대통령의 비서실장은 그런 계획을 전혀 알지 못한다고 밝혔고, 조사팀은 이들이 정체불명의 세력에 속았다고 판단했다.
◇ 격화되는 진실 공방과 조사 책임자의 수난
엘리존도의 전 상사 역시 "여러 해 함께 일하면서 어떤 외계인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펜타곤은 공식적으로 엘리존도가 UFO 프로그램에 대해 할당된 책임이 없었다고 밝혔다.
조사가 진행될수록 커크패트릭과 UFO 커뮤니티의 갈등은 깊어졌다. 2023년 4월, 그가 의회에 "외계 활동에 대한 믿을 만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보고하자, 전 공군 정보 장교 데이비드 그러시가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그러시는 정부가 '축구장 크기의 우주선'을 보유하고 있다며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정부가 내부고발자를 탄압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커크패트릭에 대한 개인 위협이 급증했다. 그의 집 주소가 인터넷에 유포되고 낯선 이가 집을 찾아오는 등 신변에 위협을 느끼자, 국방부는 그에게 국방장관 수준의 경호를 제공했다. 그는 2023년 11월 자리에서 물러났다. AARO는 최근까지 700건이 넘는 UAP 사례를 조사했지만, 21건은 여전히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으로 남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 역시 외계 생명체의 증거로 볼 직접 단서는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은퇴 뒤 커크패트릭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기고문에서 내부고발자들의 주장이 "각자가 들은 바를 전달하지만, 정보는 궁극적으로 같은 소수 개인에게서 나온 전형적인 순환 보고의 예"라고 비판했다. 이에 엘리존도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나는 항의의 표시로 직장을 떠났지만, 다른 이들은 수치심에 떠난다"고 응수했다.
◇ 모든 의혹의 시작, 국방부의 '의도적 기만'
논란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국방부는 극비 프로젝트에 투입하는 지휘관들에게 "외계 반중력 우주선을 역설계한다"는 허위 브리핑까지 하며 수십 년간 의도적인 기만을 벌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첨단 무기 개발을 보호하기 위한 이런 허위 정보 전략이 UFO 음모론에 불을 붙이고 일부 관리들마저 이를 믿게 만든 것이다. 엘리존도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의 팟캐스트에 출연하는 등 여론전을 이어가고 있다. 국방부는 "외계 생명체의 존재를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지만, 현재까지 과학 증거나 잔해는 발견된 바 없다"는 태도를 고수하는 가운데, 진실 공방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