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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동맹 흔드는 미국, 점점 더 고립…외교 역사상 유례 없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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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동맹 흔드는 미국, 점점 더 고립…외교 역사상 유례 없는 상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백악관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백악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를 내세워 주요 동맹국과 관계를 악화시키는 행보를 밀어붙이면서 미국이 스스로 고립의 길을 걷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는 최근 낸 분석기사에서 “미국이 자국의 오랜 동맹을 이처럼 노골적으로 저버린 사례는 역사상 드물다”며 “워싱턴의 일방적 행동이 세계 질서에 심각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포린어페어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과 한국 등 아시아 동맹은 물론, 유럽의 주요 파트너 국가에도 일방적으로 관세를 부과하고 이들 국가를 ‘무임승차자’ ‘사기꾼’ 등으로 비난하며 외교적 신뢰를 붕괴시키고 있다”며 이같이 비판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동맹국들은 더 이상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할 수 없다’고 언급했고 이에 따라 영국과 프랑스가 독자적 핵보장 체제 구축에 나섰다. 한국, 폴란드, 일본 등에서도 자체적인 핵무기 보유 필요성이 공개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 트럼프식 ‘동맹 경시’…국제질서 뿌리째 흔든다


마거릿 맥밀런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는 포린어페어스에 낸 기고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을 부담스러운 짐이나 거래 대상으로만 여기며 민주주의 동맹국에 대해서는 폄훼와 조롱을 일삼는 반면,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나 나입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등 권위주의 지도자에 대해선 공개적으로 칭송을 아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포린어페어스는 “미국이 최근 유엔 총회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결의안 표결에서 동맹국이 아닌 북한, 벨라루스, 러시아와 함께 반대표를 던졌다”며 “이런 행보는 그 자체로 미국의 전통적 외교노선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는 “미국이 ‘돼지 저금통’처럼 동맹국들에게 일방적으로 뜯기고 있다”고 오랜 기간 주장하며 자국 이익에 반하는 다자협정이나 조약에서 잇달아 탈퇴하는 등 동맹 경시 기조를 지속해왔다. 포린어페어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비판하던 파리기후협정, 이란 핵합의(JCPOA) 등 국제질서를 뒷받침해온 합의에서 벗어난 이후, 미국이 신뢰할 수 없는 파트너로 인식되는 상황이 심화됐다”고 지적했다.

◇ 동맹 무너진 세계, 미국에 더 큰 위험


포린어페어스는 “강대국일수록 동맹과 신뢰 구축이 필수적이며 이는 단순한 군사력이나 경제력의 합산이 아니라 조직력, 신뢰, 외교적 역량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했다. 영국의 사례처럼 제국의 위세가 아무리 커도 동맹 없이 ‘고립’을 선택하면 금세 한계에 직면하게 된다는 것이다.

맥밀런 교수는 “과거 영국이 남아공 전쟁에서 세계 각국의 반감에 직면하자 경쟁국과 화해하며 동맹을 다졌던 역사가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처럼 동맹을 내치면, 미국 역시 점차 고립 속에서 힘을 잃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동맹국들이 미국 없이 독자적 안보전략을 모색하거나 러시아·중국 등 새로운 강대국과 손잡을 경우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이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포린어페어스는 “현실적으로 신뢰와 존중이 바탕이 돼야만 협력과 연대가 가능한데 지금처럼 동맹을 적대시하면 미국이 언젠가 ‘더 이상 믿을 수 없는 나라’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포린어페어스는 마지막으로 “동맹과의 관계는 정원처럼 끊임없는 관리와 신뢰, 인내, 소통이 필요하다”며 “미국이 외교적 리더십을 되찾으려면 다시 한번 동맹에 대한 존중과 신뢰 회복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