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존 제재보다 관세를 앞세운 경제 압박 전략을 강화하면서 미국 내외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새 외교·경제 무기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22일(현지시각) 지적했다.
◇ 관세로 정치·경제 압박…“제재보다 빠르고 효과적”
DW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올 1월 복귀 이후 수십개국을 대상으로 관세 인상을 잇따라 예고하거나 실제 부과했다. 관세는 주로 미국 산업 보호와 무역 적자 해소를 내세우며, 특히 중국을 겨냥해 지난 4월 145%까지 치솟았고 5월 런던 무역회담 직후 크게 낮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는 미국 일자리와 산업을 보호하고 무역 불균형을 바로잡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라고 강조해 왔다.
백악관은 “관세는 행정명령만으로 신속하게 도입할 수 있고 제재보다 유연하게 적용과 철회가 가능하다”며 “미국 기업이나 국제사회에 즉각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소피아 부시 애틀랜틱카운슬 지오이코노믹센터 부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시장이 동요하거나 목적을 달성하면 관세를 곧바로 철회할 수 있다”며 “제재보다 훨씬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점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 ‘관세=제재’ 경계 무너져…글로벌 긴장 고조
트럼프는 기존에 외교적 제재로 쓰였던 수단을 관세로 대체해 멕시코, 캐나다, 브라질, 유럽연합(EU) 등 주요 교역국에도 이민과 규제 문제를 비롯한 비무역 분야까지 압박을 확대하고 있다. 브라질에는 극우 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기소에 반발해 “50% 관세”를 경고했고 유럽연합에는 개인정보·기후 규제에 맞서 관세를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관세의 불확실성이 미국 기업과 세계 무역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우려한다. 번스 교수는 “수년간의 관세 불확실성은 기업과 투자자의 활동 위축, 경제 성장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관세는 미국 재정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도시-브루킹스 세제정책센터는 올해 상반기 미국의 관세 수입이 전년 동기 대비 110% 늘어난 973억 달러(약 134조원)에 이르렀고 내년에는 3600억 달러(약 495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 “관세, 전통 제재 대체”…러시아·베네수엘라 ‘이중 압박’
미국 정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2500건이 넘는 금융·수출입 제재를 시행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2차 관세’ 도입도 시사했다. 이는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국에 500%까지 관세를 부과하거나 베네수엘라산 원유 구매국에 25% 관세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부시 부국장은 “러시아·이란·북한 등은 미국과의 교역 비중이 낮아 기존 제재가 주로 사용됐지만 관세는 최대 교역국을 직접 겨냥해 국내 경제에도 더 큰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 법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이 발의한 ‘러시아 제재법안’은 러시아 고위 관료와 금융기관, 에너지 분야를 직접 겨냥하는 동시에 제3국과 외국기업에도 2차 제재 성격의 ‘2차 관세’를 적용하도록 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