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태양광 러시인데 미국만 역주행…IEA 2010년 예측 4배 넘어 사상 최대 성장, 트럼프 정책에 미국만 절반 뚝
이미지 확대보기파이낸셜타임스(FT)는 29일(현지시각) 중국의 막대한 생산능력 확대로 태양광 패널 가격이 지난 10년간 90% 가까이 폭락하면서 인도·사우디아라비아·아프리카 등 전 세계에서 태양광 설치가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010년 전망한 2035년까지 전 세계 태양광 설치 용량 410기가와트(GW)는 이미 4배를 넘어섰다. 현재 전 세계 태양광 설치 용량은 1640GW를 넘어섰고, 이 가운데 절반이 중국에 집중됐다. 2024년 상반기에는 재생에너지가 처음 석탄 발전량을 추월하는 역사적 전환점을 기록했다고 에너지 싱크탱크 엠버(Ember)가 분석했다.
中 과잉 생산에 태양광 패널 가격 90% 폭락
전 세계 태양광 시장의 폭발적 성장을 이끈 핵심은 중국의 대규모 생산 투자와 그에 따른 가격 폭락이다. 중국은 2024년 기준 전 세계 태양광 모듈 생산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중국의 공격적 생산 확대로 태양광 패널 가격은 지난 10년간 약 90% 하락했고, 전체 자본 지출 비용도 70% 감소했다. 2024년 말 기준 태양광 패널 가격은 와트(W)당 9센트로, 2022년 초보다 70% 급락했다. 미국의 와트당 40센트, 유럽의 30센트와 비교하면 중국의 압도적 가격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과잉 생산은 중국 업계에 역풍을 불러왔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중국 태양광 업계 상장사 주요 7개 기업이 2024년 회계연도에 총 270억 위안(약 5조4200억 원)의 순손실을 냈다. 이는 2023년 418억 위안(약 8조4000억 원)의 순이익과 극명하게 대조되는 것으로, 2017년 이후 처음 적자를 낸 것이다. 중국태양광산업협회는 2024년 상장사 121개 가운데 39개가 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중국의 태양광 모듈 생산 능력은 연간 1200GW에 이르지만, 2024년 글로벌 수요는 511GW, 중국 내 수요는 255GW에 그쳐 공급 과잉이 심화됐다. 중국 세관총서에 따르면 2024년 중국의 태양광 패널 수출액은 306억 달러(약 43조6600억 원)로 2020년보다 50% 늘었다.
글로벌 태양광 설치 IEA 2010년 예측의 4배 넘어
IEA의 헤이미 바하르 선임 애널리스트는 FT 인터뷰에서 "중국의 막대한 태양광 패널과 배터리 생산이 전 세계 재생에너지 하드웨어 가격을 끌어내렸다"며 "일부 지역에서는 다른 선택을 하기가 매우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IEA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태양광 패널 새 설치량은 2022년 242GW에서 2023년 456GW, 2024년 602GW로 급증했다. 에너지 싱크탱크 엠버의 킹스밀 본드는 "태양광은 태양을 활용하는 매우 저렴한 방법"이라며 "재생에너지의 급속한 성장에 힘입어 2024년 상반기 처음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석탄 발전량을 넘어섰다"고 분석했다.
이런 진전으로 기후 전망도 개선됐다. 유엔은 2015년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2100년까지 4도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으나, 현재는 기후 정책이 이행될 경우 2.6도 상승으로 전망을 수정했다.
중국은 티베트 고원 해발 고지대에 시카고 면적 크기의 태양광 패널을 깔았다. 타라탄 솔라파크로 불리는 이 시설은 공기가 희박해 더 많은 햇빛이 투과되는 지리적 이점을 활용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뉴욕 유엔 정상회의에서 "녹색 저탄소 전환은 시대의 흐름"이라고 말했다.
인도·중동·아프리카로 확산되는 태양광 붐
저렴한 태양광 기술은 개발도상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속한다. 인도는 세계 3위 탄소 배출국이지만, 2030년까지 청정에너지 발전 용량 500GW를 목표로 하고 있고, 올해 초 243GW를 이뤄 전체 발전 설비 가운데 절반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확보했다. 인도 최대 재생에너지 기업 리뉴(ReNew)의 수만트 신하 회장은 FT 인터뷰에서 "인도의 모든 그룹이 이제 재생에너지가 나아갈 방향이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도 수출용 석유를 확보하려고 약 4.34GW의 태양광 설비를 구축했고, 2020년대 말까지 130GW로 확대할 계획이다. 사우디 국부펀드가 일부 소유한 ACWA파워의 마르코 아르첼리 최고경영자는 올해 초 FT 인터뷰에서 "지금 일어나는 일은 엄청나다"며 사우디에서 30GW의 재생에너지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이 2022년 민간 전력 공급자의 용량 제한을 철폐한 뒤 최소 6GW의 재생에너지 설비를 승인했다. 중산층 가구들은 전력 부족 탓에 생긴 계획 정전에 대응하려고 주택 옥상에 태양광 패널을 빠르게 설치한다.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1MW 미만의 소규모 태양광 설치가 2024년 전 세계 설치의 약 42%를 차지했고, 이는 2015년 22%에서 거의 두 배 늘어난 수치다. 파키스탄의 공장, 모스크, 농장들은 치솟는 국영 전력 요금을 피하려고 중국산 태양광 패널로 지붕을 덮는다.
미국의 소규모 전력망 업체 허스크파워시스템스의 윌리엄 브렌트 최고마케팅책임자는 FT 인터뷰에서 "나이지리아와 인도에 태양광과 배터리로 구성한 소형 전력망 약 400개를 설치했다"며 "이들 시설은 약국이 의약품을 보관하고 상점 주인이 음료를 시원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며, 비용은 전력망 전기의 절반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재생에너지 공격에 미국 성장 급브레이크
글로벌 태양광 붐과 대조되게 미국은 급격한 재생에너지 성장 둔화를 겪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풍력이나 농부들을 파괴하는 태양광을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올렸다. 올해 초 네바다 사막의 에스메랄다 7 프로젝트에 대한 연방 토지 집단 승인이 취소됐고, 개발업체들은 따로 재신청해야 한다.
이 프로젝트는 몬테크리스토 산맥 남쪽과 페이마스터 캐니언 서쪾 네바다 사막 광활한 지역에 워싱턴DC보다 넓은 면적을 실리콘 패널과 배터리로 덮어 라스베이거스와 수백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하려던 계획이었다. 재생에너지 진영은 이를 트럼프 행정부의 재생에너지 공격의 일환으로 우려한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2022년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서 도입한 인센티브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축소된다. 세액 공제가 삭감되고 주요 프로젝트가 차단되자 투자자들이 불안해하고 기존 개발업체들은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한다.
태양광 개발업체 실리콘랜치의 리건 파 최고경영자는 FT 인터뷰에서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자본 결정을 내리기가 매우 어렵다"며 "미국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합의한 일관된 에너지 정책이 없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뒤바뀌니 업계와 경제에 매우 나쁘다"고 지적했다.
세계 최대 해상풍력 기업 외르스테드는 트럼프 행정부의 해상풍력 적대 정책으로 미국 주요 프로젝트 지분 매각이 무산되자, 투자자들한테서 90억 달러(약 12조 8400억 원)를 추가로 조달해야 했다.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로 태양광 프로젝트 비용도 올랐다. 애널리스트들은 더 많은 대규모 태양광 프로젝트 허가가 취소되거나 재검토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IEA는 트럼프 정책 영향으로 2030년까지 미국의 재생에너지 성장 전망을 약 250GW로 절반 줄였다. 카본브리프 애널리스트들은 트럼프 정책 아래서 미국이 2015년 파리협정 의무를 이행했을 때와 비교해 2030년까지 70억 톤의 이산화탄소 상당량을 추가로 배출할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은 데이터센터 성장으로 전력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데이터센터 대부분은 꾸준한 전력이 필요해 가스 화력이나 원자력발전소를 찾는다. 가스 터빈 제조업체들은 수요를 따라잡기 어렵고, 새 원자력발전소는 종종 지연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에 따르면 소매 전기 요금은 지난 7월 이후 이미 5% 올랐고, 일부 전문가들은 공급이 제약되면 요금이 더 오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재생에너지 전환, 갈 길은 여전히 멀다
전 세계적인 진전에도 재생에너지 혁명은 완성하기까지 멀었다. 에너지연구소 통계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석유·가스·석탄의 에너지 공급 증가량이 원자력과 수력을 포함한 저탄소 에너지원의 공급 증가량을 넘어섰다. 에너지연구소의 앤디 브라운 회장은 올해 8월 보고서 발표에서 "세계는 여전히 에너지 추가 모드로, 명확한 전환 상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재생에너지가 도매 전력 비용을 낮췄지만, 이것이 반드시 소비자가 내는 가격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많은 나라에서 사용자들이 교통과 난방 등을 위해 전기로 전환하지 않아 화석 연료 사용을 줄이는 데 필요한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에너지전환위원회의 마이크 헴슬리 부국장은 FT 인터뷰에서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IEA 분석은 경고를 보낸다"고 말했다. IEA는 최근 보고서에서 "재생에너지 발전 비용이 떨어지더라도 소비자들이 내는 전기 요금은 바로 내려가지 않거나 비용 하락만큼 내려가지 않을 수 있어, 재생에너지가 과연 전기 요금을 낮추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고 밝혔다.
더 넓게 보면 미국의 화석 연료 중심 정책과 청정에너지 지원 축소가 미래 글로벌 에너지 시스템에 대한 영향력을 중국에 더욱 넘긴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연합(EU)에 임기 중 7500억 달러(약 1070조 원) 규모의 미국 석유, 천연가스, 원자력 기술을 사라고 압박하고, 세계 해운 탈탄소화 계획을 무산시키고, 다른 나라들에 중국 기술 의존도를 줄이라고 압박한다.
그러나 태양광 패널 가격이 워낙 싸져서 전 세계 많은 지역에서 태양광을 선택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 됐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재생에너지를 외면하면 오히려 중국과의 경쟁에서 미국의 경쟁력이 계속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트럼프 이후 재생에너지를 지원하는 행정부가 들어서더라도 그때는 이미 중국과의 격차가 너무 벌어져 따라잡기 어렵다는 것이다.
독립 전력 생산업체 컨투어글로벌의 안토니오 카미세크라 최고경영자는 FT 인터뷰에서 "중국은 경쟁력 면에서 훨씬 앞서 있다"며 "미국은 재건할 수 있겠지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