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 최대 산지 페루, 친시장 우파 집권…광물 투자 지형 바뀐다
중남미 6개국 잇따라 우파 집권…콜롬비아 결선도 우파 우세
중남미 6개국 잇따라 우파 집권…콜롬비아 결선도 우파 우세
이미지 확대보기중남미 정치 지형의 우경화 흐름 속에서 페루도 우파 집권으로 기울었다.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페루 대통령의 딸 게이코 후지모리 민중권력당 대표가 대선 결선투표에서 승리했다.
강력 범죄 대응을 앞세운 보수 노선이 유권자 표심을 사로잡으면서, 페루도 중남미 우파 정권 확산의 흐름에 합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1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개표율 98% 이상을 기준으로 후지모리 대표의 득표율은 50.002%로, 좌파 후보 로베르토 산체스와의 표 차이는 약 2000만 표 가운데 수백 표에 그쳤다.
4수 도전 끝에 이룬 '역전의 드라마'
후지모리 대표는 2011년, 2016년, 2021년 대선에서 모두 결선까지 올랐다가 석패를 맛봤다. 이번이 네 번째 도전이었다. 개표 과정에서 산체스 후보가 한때 50.10%까지 치고 올라오며 역전하기도 했지만, 최종 집계에서 후지모리가 다시 앞서며 사실상 승리를 굳혔다.
후지모리 대표의 승리는 결코 순탄하지 않은 과정 위에 세워졌다. 지난 4월 12일 1차 투표는 긴 줄, 늦은 개표, 부정선거 의혹 등으로 얼룩진 혼탁한 선거였다. 민중권력당은 의회에서도 의석을 공고히 다져 상·하 양원을 합쳐 약 3분의 1의 의석을 차지할 전망이다.
후지모리 대표는 선거 내내 '법과 질서'를 전면에 내걸었다. 그는 "테러리즘을 격퇴하고 60일간의 비상사태를 선포하겠다"며 강경 치안 공약을 내세웠다.
이에 앞서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페루 유권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문제로 범죄와 부패가 꼽혔던 만큼, 이 공약이 먹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상대 후보인 산체스는 오는 5월 검찰이 2018~2020년 선거 자금 관련 허위 재정 신고 혐의로 그를 기소하며 징역형과 피선거권 박탈을 구형해, 선거 운동 내내 법적 부담을 안고 싸워야 했다.
'독재자의 딸'에서 '첫 여성 대통령'으로
1994년 19살이던 게이코 후지모리는 부모의 이혼과 함께 아버지 알베르토 후지모리의 영부인 역할을 맡았다. 그것이 그가 정치 전면에 나선 시작이었다. 아버지 알베르토 후지모리는 초인플레이션을 잡고 마오이스트 반군을 진압했지만, 초법적 살인과 부패 혐의로 결국 수감됐다.
후지모리 당선자는 아버지의 유산을 계승하면서도 이미지 쇄신을 꾀했다. 델라웨어대학교 훌리오 카리온 교수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선거에서 후지모리는 단순히 공산주의와 싸우는 사람으로만 비치는 이미지를 벗으려고 보다 계산된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그는 "2021년에는 캠페인 프레임을 공산주의와의 싸움으로만 짰던 것이 근본적인 실수였다"고 덧붙였다.
후지모리 당선자는 최근 10년 사이 페루에서 취임하는 10번째 대통령이 된다. 취임은 오는 7월 28일 예정이다. 전임인 호세 마리아 발카사르 권한대행을 대신해 권좌에 오른다.
중남미 우파 도미노…콜롬비아·브라질이 다음 무대
후지모리가 대통령에 오르면 아르헨티나의 하비에르 밀레이, 칠레의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 에콰도르의 다니엘 노보아, 볼리비아의 로드리고 파스 등 우파 정권 확산의 흐름에 합류하게 된다.
이달 21일에는 콜롬비아 대선 결선투표가 열린다. 페루의 후지모리와 콜롬비아의 아벨라르도 데 라 에스프리에야 후보가 중남미 우파 신성으로 함께 주목받고 있다.
칠레, 아르헨티나, 볼리비아에서도 극좌에서 극우로의 이동이 현실화됐지만, 전문가들은 유권자들이 결국 다시 이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유권자들이 이렇게 빨리 이념적 틀을 바꾸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오히려 4년 전 찍었던 사람에게 계속 불만인 것뿐"이라고 정치분석가 벤저민 게단이 NPR에 밝혔다.
현재 개표율 98.2%를 기준으로 두 후보의 격차가 1000표도 되지 않는 상황은, 페루 사회가 얼마나 깊이 분열돼 있는지를 보여준다. 지난 10년 동안 9명의 대통령 중 6명이 중도에 권좌를 잃었다는 사실은, 누가 이기더라도 효과적인 국정 운영이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이 여전히 남아 있음을 시사한다.
산체스 측이 불복 전략을 쓸 경우 최종 당선 확정이 수주 이상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폴리마켓 등 예측 시장에서는 14일(현지시각) 기준 후지모리 당선 확률을 98%로 산정하고 있으며, 남은 이의제기 표와 해외 개표 추이가 현재 격차를 뒤집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