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순익 1억9180만 달러, 매출 23억8000만 달러로 시장 전망치 상회
베이징 '반도체 자급' 정책 힘입어 AI 칩 수요 흡수…7나노 공정 한계·정부 개입 심화
베이징 '반도체 자급' 정책 힘입어 AI 칩 수요 흡수…7나노 공정 한계·정부 개입 심화
이미지 확대보기SMIC의 이러한 성과는 미국 엔비디아의 공백을 파고든 결과로 풀이된다. 최근 중국 당국이 엔비디아의 H20 칩에 대한 보안 우려를 제기하며 자국 테크 기업들에 사용 중단을 촉구하자, SMIC와 같은 현지 제조사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렸다.
AI 칩 생산에서 SMIC가 계속 중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커지면서, 홍콩 증시에 상장된 이 회사 주가는 올 한 해에만 두 배 이상 급등했다. 중국 정부의 지원 정책과 긍정적인 산업 소식 역시 주가 상승에 훈풍으로 작용했다. DBS의 짐 아우(Jim Au) 애널리스트는 최근 연구 노트에서 "SMIC는 성숙 공정과 첨단 공정 모두에서 중국의 반도체 현지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대리인"이라고 평가했다.
3분기 순익·매출 모두 시장 예상 상회
SMIC가 13일 발표한 3분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9% 증가한 1억9180만 달러(약 2820억 원)를 기록했다. 팩트셋(FactSet)이 집계한 애널리스트 예상치 1억6120만 달러(약 2370억 원)를 웃도는 수치다.
같은 기간 매출 역시 9.7% 늘어난 23억8000만 달러(약 3조5000억 원)로, 시장 전망치(23억5000만 달러)를 소폭 상회했다. 3분기 매출은 SMIC가 자체적으로 제시했던 전분기(22억1000만 달러) 대비 5~7% 성장 가이던스도 넘어선 성과다.
앞서 자오 하이쥔(Haijun Zhao) SMIC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8월 실적 발표에서 "모바일 고속 충전 및 전력 관리에 사용되는 아날로그 칩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중국 현지 기업들이 해외 경쟁사들의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는 당시 "적어도 10월까지는 SMIC의 생산 능력이 수요를 감당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다만, SMIC는 4분기 매출이 전분기 대비 최대 2%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며, 매출 총이익률(Gross Margin)은 18~20% 범위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4분기 성장 전망은 다소 보수적이지만, 시장은 중국 내 AI 칩 수요의 장기적인 성장에 주목하고 있다.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 내 AI 칩 수요의 장기적 성장에 대한 가시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AI 훈련·추론 칩 및 AI 엣지 디바이스 칩 수요 증가로 SMIC와 같은 중국 내 주요 파운드리가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심화하는 AI 칩 부족난…정부 개입·기술 한계 '이중고'
하지만 SMIC의 재무적 성과 이면에는 미국의 고강도 수출 통제로 인한 극심한 첨단 칩 부족 현상이 자리하고 있다.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중국 내 하이엔드 반도체 부족 사태가 심각해지자, 중국 정부가 SMIC의 생산 배분에 직접 개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은 화웨이를 비롯해 전략적으로 중요하다고 간주되는 국영 기업들에 우선적으로 물량을 배정하고 있다.
엔비디아 측은 이러한 주장을 부인하며 "대규모 밀수 징후를 보지 못했으며, 중국이 여전히 충분한 국내 AI 칩과 서버 용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검토한 계약서에 따르면, 11월 인도 예정이던 냉장고 크기의 '블랙웰' 랙(Blackwell rack) 최소 16대가 더 작은 부품으로 분해되어 중국으로 배송된 후 현지에서 재조립된 정황이 드러났다. 이 정도 용량은 최첨단 AI 모델을 훈련시키기에는 역부족이지만, 연구 및 고급 소프트웨어 개발은 지원할 수 있는 수준이다.
중국 기업들은 대안 마련에도 분주하다.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기업들은 수천 개의 (성능이 낮은) 칩을 연결해 더 큰 컴퓨팅 시스템을 구축하는 우회 방식을 테스트 중이다. 이 방식은 훨씬 더 많은 전력을 소비하지만 AI 모델 훈련을 가능하게 한다. 에너지 소비가 급증하자 일부 지방 정부는 전기 보조금을 제공하는 방안까지 내놓고 있다.
중국 정부 역시 국영 데이터 센터에 엔비디아 칩 사용 중단을 지시했으며, 일부 시설은 기존에 설치된 엔비디아 하드웨어를 오프라인으로 전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도 블룸버그 통신을 통해 "블랙웰 AI 칩 판매에 대해 중국 고객들과 논의하고 있지 않으며, 해당 프로세서를 중국에 배송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미국 싱크탱크인 프로그레스 연구소(IFP)는 최근 연구에서 2025년 미국이 엔비디아의 하이엔드 칩 B300과 동등한 수준의 칩을 중국보다 거의 25배 더 많이 생산할 것이며, 2026년에는 격차가 약 40배로 벌어질 수 있다고 추정했다.
중국 관리들은 자국의 칩 제조 역량이 미국에 뒤처져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국내 생산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중국의 정치 시스템이 산업 목표 달성을 위해 자원을 더 빨리 동원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개입에도 불구하고, SMIC가 넘어야 할 근본적인 기술 장벽은 여전히 높다. 제프리스(Jefferies) 소속 애널리스트들은 중국이 엔비디아 칩 의존도를 줄이는 데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은 '제한된 제조 역량'이라고 지적했다. SMIC가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같은 첨단 장비에 대한 접근 없이 7나노미터(nm) 칩을 생산하는 데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