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방정부 "주별 규제 금지" vs 디센티스 "자치권 침해"... 2025년 쟁점 급부상
삼성·SK "규제 통일 유리" vs "에너지 제동 땐 악재"... 韓 반도체 셈법 복잡
삼성·SK "규제 통일 유리" vs "에너지 제동 땐 악재"... 韓 반도체 셈법 복잡
이미지 확대보기지금까지 시장은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는 AI가 과연 그만큼의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지를 두고 씨름했다. 하지만 이제는 훨씬 더 본질적이고 정치적인 질문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수많은 일자리를 위협하고 막대한 에너지를 소모하는 이 기술의 운전대를 실리콘밸리의 기술 지도자들에게 온전히 맡길 것인가, 아니면 대중과 정치가 더 깊이 개입해야 하는가 하는 본질적인 운영 주도권 문제다. 이 논쟁의 최전선에는 론 디센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있다.
디센티스 주지사, 연방 정부의 'AI 규제 권한 독점' 움직임에 제동
공화당의 유력 인사이자 차기 대권 잠룡으로 꼽히는 론 디센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AI가 가져올 노동 시장의 변화와 사회적 파장에 대해 꾸준히 목소리를 높여왔다. 그는 지난 18일 소셜미디어 엑스(X, 옛 트위터)를 통해 연방 정부와 빅테크 기업의 결탁 가능성을 강하게 비판했다.
디센티스 주지사는 "AI의 확산은 현시대에 일어나는 가장 중대한 경제와 문화의 변화"라고 규정했다. 이어 "국민이 자치 정부(주 정부)를 통해 이러한 기술을 생산적인 방식으로 활용하도록 돕는 대신, 연방 정부가 권한을 남용해 기술 기업들이 제멋대로 행동하도록 방치하려 한다"고 날을 세웠다.
이 발언은 미 의회 전문지 펀치볼 뉴스(Punchbowl News)의 보도가 나온 직후 터져 나왔다. 펀치볼 뉴스는 공화당 의원들이 의회 입법을 통해 각 주(州) 정부가 독자적인 AI 규제안을 만들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전했다. 여기에 디 인포메이션 등 주요 외신이 지난 19일 "백악관이 AI에 대한 주 정부 차원의 규제를 차단하는 행정명령을 준비하고 있다"고 잇따라 보도하면서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이는 캘리포니아나 뉴욕 등 각기 다른 주에서 쏟아내는 복잡한 규제를 피하고자 하는 실리콘밸리 기술 기업들의 이해관계와 맞아떨어진다. 그러나 디센티스 주지사를 비롯한 일각에서는 이를 '기업 편의를 위한 연방 정부의 월권'으로 해석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딜레마... "규제 완화가 되레 역풍 맞을 수도"
기술 기업들은 주마다 다른 '누더기 규제'보다는 단일한 연방 기준을 선호한다. 당연한 논리다. 하지만 AI가 사회 전반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아직 풀리지 않은 의문이 너무나 많다. 규제 권한을 둘러싼 이번 충돌은 잠복해 있던 난제들을 한꺼번에 끄집어냈다.
이들이 우려하는 시나리오는 구체적이다. 규제 빗장이 풀린 AI가 일자리를 대거 대체하고, 데이터센터 가동을 위한 전력 수요 폭증으로 에너지 가격이 치솟으며, 아동 안전 문제까지 불거질 경우 그 비난의 화살이 고스란히 집권 여당으로 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선거에서 치명적인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즉, 기술 기업의 소원을 들어주려다 핵심 지지층인 노동자 계층을 등지게 될 수도 있다는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실리콘밸리의 낙관론 대 대중의 불안감... 사회적 합의 도출 시급
업계의 시각은 여전히 확고하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나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기회 있을 때마다 "AI가 주는 혜택이 위험보다 훨씬 크다"고 강조한다. 생산성 혁명과 기술 발전이 가져올 풍요로운 미래를 약속한다.
그러나 시장의 냉정한 평가는 기술 리더들의 낙관론만 믿고 가기엔 위험 부담이 크다는 쪽으로 기운다. AI 기술 개발에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일반 대중이라도 자신의 일자리와 에너지 요금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기술에 대해 발언권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지금 벌어지는 '규제 전쟁'은 단순한 법리 다툼이 아니다. 거대 기술 기업의 이익과 대중의 생존권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가는 거대한 사회적 진통의 시작이다. AI 기술의 주도권을 쥔 빅테크, 이를 견제하려는 주 정부, 그리고 그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연방 정부와 의회의 힘겨루기가 2025년 하반기 글로벌 경제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韓 반도체·AI 업계의 셈법... "규제 통일은 호재, 에너지 제동은 악재"
한국 기업들도 미국의 이러한 규제 지형 변화가 국내 AI 생태계와 수출 전선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예의 주시해야 할 때다.
미국 내에서 벌어지는 연방 정부와 주 정부 간의 '규제 권한 전쟁'은 태평양 건너 한국 기업들의 손익계산서와도 직결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과 네이버 등 AI 플랫폼 기업들은 이번 논쟁의 결말이 가져올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연방 정부가 규제 주도권을 쥐는 시나리오를 상대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엔비디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한국산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의 핵심 고객이기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각 주마다 다른 규제가 난립하면(파편화하면)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확장과 AI 모델 개발 속도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이는 곧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고성능 메모리 주문 감소로 이어질 수도 있"고 분석한다. 즉, 기술 기업의 편의를 봐주려는 연방 정부 움직임이 한국 반도체 수출 전선에는 오히려 청신호가 될 수 있다는 논리다.
반면, 론 디센티스 주지사가 제기한 '에너지와 일자리' 이슈가 공론화하는 상황은 잠재적 악재다. AI 데이터센터가 막대한 전력을 소비한다는 비판이 거세져 전력망 연결 제한이나 탄소 배출 규제가 강화할 경우, 반도체 수요의 '슈퍼사이클'이 조기에 꺾일 수 있어서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흐름을 지켜보고 "AI 산업의 성장 속도가 물리적(전력·인프라) 제약과 규제 장벽에 부딪히는 시점이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네이버와 같은 플랫폼 기업이나 AI 스타트업에는 '규제의 명확성'이 핵심이다. 미국 시장 진출을 노리는 상황에서 주마다 다른 '규제 지뢰밭'이 생기는 것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업계 관계자는 "캘리포니아의 강력한 AI 안전 법안이 사실상 글로벌 표준이 되는 '캘리포니아 효과(California Effect)'가 나타날지, 아니면 트럼프 행정부의 연방 규제가 이를 무력화할지가 관건"이라며 "한국 기업들은 규제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단일화한 기준(연방 규제)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 내 '통제권 전쟁'은 단순한 정치 싸움을 넘어, 한국 AI 반도체 생태계의 성장 속도와 진입 장벽을 결정짓는 중대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AI가 불러오는 기회와 후폭풍은 점점 더 새로운 갈등과 쟁점을 만들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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