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동안 추진해온 관세 정책이 미 연방대법원의 판단을 앞두고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미 대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근거를 문제 삼을 경우 트럼프 행정부는 즉각 다른 법률을 동원해 새로운 관세를 재도입할 준비를 마친 상태라고 외교관들과 통상 전문 변호사들이 전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3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미 대법원은 이르면 내년 1월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비상권한을 근거로 부과한 관세의 합법성에 대해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세는 트럼프 행정부 경제정책의 핵심 축으로 평가받아 왔다.
FT에 따르면 금융시장에서는 대법원이 관세에 제동을 걸 경우 상당한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부과된 관세가 위법 판정을 받을 경우 미 정부가 수십억 달러 규모의 환급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점에서 국채 시장과 외환 시장 전반에 충격이 예상된다고 FT는 전했다.
다만 외교가와 법조계에서는 “관세가 사라질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없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워싱턴의 통상 전문 로펌 시들리 오스틴의 테드 머피 변호사는 “관세는 다른 법적 틀로 같은 날 재발동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국가안보·통상법 총동원 준비
미 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비상권한 사용을 위법으로 판단할 경우 행정부가 가장 먼저 꺼내 들 수 있는 수단으로는 1962년 제정된 무역확장법 232조가 꼽힌다. 이 조항은 국가안보를 이유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규정으로 자동차, 철강, 알루미늄, 구리, 목재 등에 이미 적용돼 있다.
현재 반도체, 의약품, 핵심 광물, 항공우주 부품 등을 대상으로 한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도 진행 중이지만 조사 결과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이와 함께 트럼프 행정부는 1974년 제정된 무역법 301조를 활용해 브라질 니카라과 중국 등의 무역 관행에 대한 조사를 벌여왔고 추가 조사 착수도 예고한 상태다. 통상 변호사들은 같은 법의 122조 역시 유력한 대안으로 보고 있다. 이 조항은 최대 150일 동안 최대 15%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 “관세는 남겠지만 즉흥성은 줄어들 것”
전문가들은 대체 법률을 활용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운용 방식이 일정 부분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로리 월락 리싱크 트레이드 대표는 “대법원이 행정부에 불리한 판단을 내릴 경우 관세를 보상과 처벌 수단으로 자유롭게 사용하는 권한은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며 “다른 법률을 쓸 경우 관세 부과에 대한 명확한 근거 제시가 필요해진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대법원 심리를 “미국 역사상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라고 규정하며 최근 지지자들에게 승리를 기원해달라고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그는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관세가 국가안보와 재정적 자유를 지키도록 대법원이 지혜로운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2025년 한 해 동안 관세로 약 2000억 달러(약 288조6000억 원)를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수입업체들은 관세 환급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법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미국 굴지의 대형 유통업체 코스트코는 이달 초 관세 환급 권리를 지키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미국 최대 경제단체인 미 상공회의소를 포함해 약 40건의 반대 의견서가 대법원에 제출됐다.
대법원이 국가비상권한 사용을 위법으로 판단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국채 가격 하락과 금리 상승 압력도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관세 수입이 사라질 경우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한 국채 발행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백악관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쿠시 데사이 백악관 대변인은 “대법원이 관세에 제동을 걸 경우 경제와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할 것”이라며 “백악관은 이번 사안에 대한 대법원의 신속하고 적절한 결정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