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시진핑이 뜬다…‘트럼프식 신질서’에 흔들린 각국 정상들, 베이징으로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시진핑이 뜬다…‘트럼프식 신질서’에 흔들린 각국 정상들, 베이징으로

지난 1월 5일(현지시각)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이재명 한국 대통령이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1월 5일(현지시각)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이재명 한국 대통령이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과 외교 노선 변화로 미국의 동맹국들이 불안을 느끼는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외교 무대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관세 휴전에 합의한 이후 한국과 캐나다, 영국, 독일 등 주요국 정상들이 잇따라 베이징을 찾거나 방문을 예고하며 중국과의 관계 복원에 나서고 있어서다.

14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최근 들어 미국의 통상 압박과 외교 기조 변화에 동요한 각국 정상들을 맞이하며 중국의 외교적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으로 미국의 동맹국들이 상당한 외교적 부담을 떠안은 이후 미·중 관계 구도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 중국과의 관계를 정비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 이재명·카니·스타머…잇따른 정상 외교 재개


이같은 흐름의 출발점은 이재명 한국 대통령의 방중이었다. 이 대통령은 이달 초 중국을 방문해 지난 2019년 이후 처음으로 중국을 찾은 한국 대통령이 됐고 이를 계기로 양국 관계 개선의 전기를 마련했다.

이어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14일 늦게 베이징에 도착해 약 10년 가까이 중단됐던 양국 정상 간 외교를 재개할 예정이다.

영국에서는 키어 스타머 총리가 며칠 뒤 베이징을 방문해 영국 기업 지원과 경제 협력 확대에 나선다. 영국 총리의 방중은 2018년 이후 처음이다. 독일의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도 다음달 중국 방문이 예상되고 있다.

◇ 美·中 관세 휴전 이후 본격화된 ‘베이징 행렬’


이같은 정상 외교 행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관세 휴전에 합의하며 세계 최대 경제국 간 긴장이 완화된 이후 본격화됐다. 시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네 차례 회담이 예정돼 있으며 오는 4월 정상회담이 성사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반년 사이 중국을 방문한 주요 7개국(G7) 국가 정상 가운데 다섯 번째가 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관세 위협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닐 토머스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 중국분석센터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서방 국가들 사이에 외교적 소외에 대한 불안감을 확산시키고 있다”며 “미·중 간 외교 구도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각국 정상들이 시 주석과의 접촉을 서두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 희토류·통상 이해관계가 부른 방중 러시


외국 정상들의 방중 배경에는 통상과 전략 자원이 자리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각국 정상들이 무역 현안을 논의하고 중국이 글로벌 공급을 주도하고 있는 희토류 등 핵심 광물에 대한 접근권을 확보하기 위해 베이징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10월 미중 무역 합의에서 중국은 일부 핵심 광물에 대한 수출 통제를 1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세계 경제에 긍정적인 합의로 평가했지만 서방 국가들은 중국 당국과 직접 접촉해 자국의 이해를 관철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중국을 방문한 요한 바데풀 독일 외교부 장관은 희토류 확보 논의에서 진전이 있었다고 밝히며 중국이 유럽의 주문을 건설적으로 다루겠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전했다. 주요 7개국 재무부 장관들과 일부 국가 당국자들 역시 최근 워싱턴에서 회동해 핵심 광물 공급망의 취약성을 논의했다.

◇ 트럼프 외교가 키운 ‘중국 실용 노선’


트럼프 대통령의 전방위적 관세 압박과 외교 행보도 각국의 태도 변화를 부추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미국의 동맹국들에 대규모 투자 약속을 압박하는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국제무대에 다시 등장시켰고 베네수엘라 정권을 전복했으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덴마크의 자치령 그린란드에 대해 침공 가능성까지 언급해 국제사회를 놀라게 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는 인식도 확산하고 있다. 커트 통 전 미국 국무부 고위 관리는 “미중 관계가 이전보다 덜 대립적인 국면으로 들어선 상황에서 중국과 관계를 복원하지 않을 이유가 사라졌다”며 “중국은 여전히 매우 중요한 경제국이고 결국 모든 국가는 중국과 거래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수출 공세에 대한 경계심은 여전하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방중 이후 중국의 수출 확대를 두고 “유럽 산업의 생존이 걸린 문제”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다수 국가는 안보 문제를 상대적으로 낮추고 통상과 경제 협력에 초점을 맞추는 실용 노선을 택하고 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집권 1기 동안 안보 이슈를 최대한 자제하고 무역 관계 복원에 집중했으며 2023년 11월 방중을 통해 중국의 보복 조치로 얼어붙었던 관계를 정상화했다. 그는 지난해에도 다시 중국을 찾았다.

유럽연합(EU) 역시 최근 중국산 전기차에 부과했던 관세를 최소 가격 설정 방식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하며 갈등 완화에 나섰다. 이에 맞서 중국은 유럽의 유제품과 돼지고기, 브랜디 산업을 겨냥한 보복 조치를 완화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시 주석이 해외 순방을 줄이는 대신 각국 정상들이 베이징을 직접 찾는 ‘안방 외교’가 더욱 강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알렉산더 두칼스키 아일랜드 유니버시티칼리지 더블린 교수는 “국제무대에서 공격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미국을 마주한 각국 지도자들은 최소한 중국과는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