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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가르드 ECB 총재, 2027년 임기 만료 전 사임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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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가르드 ECB 총재, 2027년 임기 만료 전 사임 가능성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사진=로이터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8년 임기 만료 시점인 오는 2027년 10월 이전에 물러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FT는 라가르드 총재의 사정을 잘 아는 인사를 인용해 라가르드가 내년 4월 예정된 프랑스 대선 이전에 자리에서 물러나길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라가르드는 지난 2019년 11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에서 ECB 총재로 자리를 옮겼다. 프랑스 출신인 그는 유로존 통화정책을 총괄하는 ECB 수장으로서 유럽 경제 위기 대응을 이끌어왔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라가르드는 임기를 끝까지 채우지 않고 물러남으로써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차기 총재 선임 과정에 관여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길 원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헌법상 3선에 도전할 수 없다.

이에 대해 ECB는 “라가르드 총재는 임기 종료와 관련해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았으며 현재 임무에 전적으로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FT가 지난해 12월 실시한 유럽 경제학자 대상 설문조사에서는 파블로 에르난데스 데 코스 전 스페인 중앙은행 총재와 클라스 노트 네덜란드 중앙은행 총재가 차기 유로존 중앙은행 수장 후보로 거론됐다. 이자벨 슈나벨 ECB 집행이사도 관심을 표명한 바 있으며 요아힘 나겔 독일 분데스방크 총재 역시 의지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파리 정가에 정통한 인사들은 마크롱 대통령이 수개월 전부터 라가르드의 후임 인선에 영향력을 행사하길 원해왔다고 전했다. 프랑수아 빌르루아 드 갈로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가 이달 임기 종료 18개월을 앞두고 6월 사임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내년 4월 프랑스 대선은 유로존 2위 경제대국인 프랑스는 물론 유럽연합(EU) 전반에 중대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여론조사에서는 극우 성향의 국민연합(RN) 대표 마린 르펜이 경쟁 후보들을 앞서고 있다. 르펜은 지난해 유럽의회 자금 횡령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항소 중이며, 출마가 제한될 경우 조르당 바르델라가 대신 후보로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두 인물 모두 유럽회의론 성향으로 ECB와의 관계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라가르드 재임 기간 ECB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미국과의 무역 갈등 등 연쇄 위기를 겪었다. 2022년 말 유로존 물가상승률은 에너지 가격 급등과 공급망 병목 여파로 11%에 근접했다. ECB는 기준금리를 마이너스 0.5%에서 4%까지 1년여 만에 인상했다가, 2024년 중반 이후 물가가 2% 중기 목표 수준으로 하락하자 2%까지 낮췄다.

라가르드의 ECB 총재 취임은 2019년 마크롱 대통령과 당시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이 합의한 결과였다. 당시 합의에 따라 라가르드는 ECB 총재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은 EU 집행위원장을 맡았다.

라가르드는 지난달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ECB 총재직을 수락할 당시 5년 임기로 이해하고 있었다고 밝혀 조기 퇴임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는 해석이 나왔다. 그는 취임 당시 마크롱 대통령에게 “5년간 프랑크푸르트에 있겠다”고 말했지만, 마크롱이 “8년”이라고 답했다고 회고했다.

지난해 여름 클라우스 슈바프 전 세계경제포럼(WEF) 의장이 라가르드가 조기 사임 후 WEF 수장을 맡을 가능성을 논의했다고 언급하자 ECB는 “라가르드는 8년 임기를 완수할 의지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라가르드 역시 지난해 6월 기자회견에서 “곧 나를 떠나보내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