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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증시 30년 만의 '大순환매'…S&P 500 동일비중 지수, 시총 가중 지수를 5.4%포인트 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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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증시 30년 만의 '大순환매'…S&P 500 동일비중 지수, 시총 가중 지수를 5.4%포인트 압도

가치주·소형주·배당 ETF가 AI 빅테크 꺾어…에너지 22.7%·원자재 15.2% 폭등
JP모건 "경기민감주 이미 고평가…추격 매수 시기 놓쳤을 수도"
10년 넘게 시장의 왕좌를 독차지했던 미국 대형 기술주가 올해 들어 갑자기 힘을 잃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10년 넘게 시장의 왕좌를 독차지했던 미국 대형 기술주가 올해 들어 갑자기 힘을 잃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10년 넘게 시장의 왕좌를 독차지했던 미국 대형 기술주가 올해 들어 갑자기 힘을 잃고 있다. 그 돈은 어디로 갔을까. 대두를 짜고, 골판지를 만들고, 냉동감자를 파는 회사들이 올해 미국 주식시장 성과 상위 목록을 채우고 있다면 믿겠는가.

배런스는 지난 20(현지 시각) 이 현상을 30년 만에 전례 없는 자금 대이동으로 진단하면서 랠리가 이미 상당 부분 소진됐을 가능성과 함께 투자자들이 지금 어디를 봐야 하는지를 짚었다.

'지루한 종목'들의 반란…디어 42%, 캐터필러 33%


올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내 상위 성과 종목들의 면면은 낯설다. 대두 가공 전문업체 번지 글로벌이 연초 이후 37% 상승했고, 폴리에틸렌을 만드는 다우가 35%, 골판지 업체 스머핏 웨스트록이 34%, 베이킹소다 브랜드로 알려진 처치앤드와이트가 22%, 냉동감자 제조사 람웨스턴이 17% 올랐다.

기계·장비 업종도 같은 흐름이다. 농기계 업체 디어는 올해 42% 뛰었고, 중장비 업체 캐터필러 33%, 공구 제조사 스탠리블랙앤드데커는 21% 올랐다. 금 채굴 업체 뉴몬트도 약 25% 상승해 2년 새 세 배 넘는 주가를 기록 중이다.

반면 인공지능(AI) 붐을 이끈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7(M7, 엔비디아·애플·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아마존·메타·테슬라)' 정보기술(IT) 업종은 연초 이후 4.5% 빠졌고, 소비재 업종은 5% 떨어졌다. 올해 들어 에너지 업종은 22.7%, 원자재는 15.2%, 산업재는 13.1% 올랐다.

이 격차가 얼마나 큰지는 동일비중 지수와 시가총액 가중 지수의 차이로 잘 드러난다. 다우존스 마켓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첫 32거래일 기준 모든 종목을 같은 비중으로 반영한 동일비중 S&P 500 지수는 5.5% 오른 반면, 대형주 중심의 시총 가중 S&P 500은 고작 0.1% 상승에 그쳤다. 두 지수의 격차가 이렇게 벌어진 것은 1992년 이후 처음이다.

보도에 따르면 JP모건 기술 전략팀은 이를 '경기 순환적(pro-cyclical) 순환매'로 규정한다. 지난달 미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1년 만에 처음으로 경기 확장 국면을 나타내는 50 이상으로 올라선 것이 주도주 교체의 불씨가 됐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JP모건은 같은 보고서에서 "경기민감주 주가가 이미 글로벌 PMI의 대폭 개선을 선반영했다""현 수준에서 추가 진입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가치주 랠리, 실적이 아닌 재평가가 이끈다는 불편한 진실


이번 순환매가 진짜 추세인지, 아니면 일시적 자금 이동인지를 놓고 월가의 시각은 엇갈린다.
바클레이스는 이번 섹터 순환이 일시적 리더십 교체에 그칠 수 있다고 봤다(배런스, 220). 가치주 강세가 실적 개선이 아닌 밸류에이션 재평가로 견인되고 있고, 소형주 이익 전망치 조정 흐름도 약화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경제학자 에드 야르데니는 M7의 주가수익비율(PER)2020938.1배에서 최근 25.8배로 낮아진 반면, S&P 500 나머지 493개 종목 평균은 21.8배라고 분석했다. 야르데니는 M7의 프리미엄이 "충분히 정당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M7의 올해 주당순이익(EPS) 증가율 전망치가 22.8%, 나머지 종목의 12.9%를 크게 웃돈다는 이유에서다.

스테이트 스트리트의 수석 투자전략가 마이클 애런은 "우리는 분명히 순환매를 목격하고 있으며, 이 흐름은 지난해 말부터 탄력을 받았다"면서 "예상을 웃도는 경제 성장과 이익 성장의 광범위한 확산이 이어지는 한, 랠리는 앞으로 몇 분기 더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시타델 증권의 스콧 루브너 주식 전략 대표는 "자금이 위험자산에서 빠져나가는 것이 아니라, 매우 공격적으로 재배분되고 있다"고 규정했다. 루브너에 따르면 지난 30거래일 동안 S&P 500 편입 종목의 평균 주가 변동폭은 10%에 달했고, 이는 최근 30년 기준 상위 97번째 백분위에 해당하는 극단적 수준이다.

이미 오른 가치주를 지금 편입해도 되는지에 대해서는 경계론도 만만찮다. 맥주 제조사 몰슨쿠어스가 단적인 사례다. 이 종목은 올해 지난 12일까지 16% 올랐지만, 회사가 올해 이익이 크게 줄 것이라고 예고하자 상승분 대부분을 곧바로 반납했다. 뱅가드 가치주 상장지수펀드(ETF)의 주가수익비율이 17.2배로 역사적 평균보다 높아진 점도 걸림돌이다.

지금 어디를 봐야 하나…해외 ETF·배당주에 기회 남아


배런스는 S&P 500 펀드 보유자라면 올라가는 섹터가 내려가는 섹터를 상쇄해 지수는 사실상 보합권이라며, 당장 큰 충격은 없다고 분석했다.

다만 국제 분산 투자와 배당주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는 평가도 함께 제시했다. 뱅가드 해외주식 ETF(Vanguard Total International Stock ETF·VXUS)는 올해 9% 올라 제자리걸음인 S&P 500을 크게 앞질렀다. 올해 주가수익비율이 15배 수준으로 가치주 성격을 띠는 데다, 달러 약세 흐름이 이어질 경우 환율 방어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슈왑 미국 배당주 ETF(Schwab US Dividend Equity·SCHD)는 연초 이후 15% 올랐다. 연 배당수익률이 3.4%S&P 500 평균의 3배에 달하고, 주가수익비율도 16.1배 수준이다. 주요 편입 종목은 에너지, 음료, 방산, 제약, 통신 등 내수 방어 성격의 배당 우량주들이다.

변수는 연방준비제도(Fed).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일부 위원들이 다음 금리 조정 방향으로 인상 가능성도 언급했다. 선물 시장은 현재 하반기 두 차례 인하를 반영하고 있지만, 인플레이션 지표에 따라 언제든 바뀔 수 있다. 금리 인하가 예상대로 실현되지 않을 경우, 이번 순환매를 이끌어온 에너지·원자재·소형주 업종은 상당한 하방 압력에 노출된다.

30년 만의 최대 주도주 교체라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돈의 이동은 빠르고 거칠다. 그러나 빠른 자금 이동은 반대 방향으로도 마찬가지다. 지금 시장에서 가장 위험한 판단은 이미 오른 것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확신과, 떨어진 것이 이제 오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동일시하는 것이다.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2026년 들어 이달 14일까지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테슬라와 엔비디아다. 엔비디아는 국내 투자자 보유액 기준 1위 자리를 굳혔고, 나스닥 100 지수 3배 추종 상품(TQQQ)과 반도체 3배 레버리지 상품(SOXL) 등 공격적인 레버리지 ETF도 순매수 상위권을 채우고 있다.

월가에서 AI·빅테크를 팔아 에너지·원자재·소형주로 갈아타는 순간에도, 한국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은 반대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트럼프 2기 관세 정책에 따른 변동성 확대 속에 일부 자금이 고배당주와 에너지 인프라주로 분산되는 움직임이 포착되지만, 전체 흐름을 바꾸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미국 증시의 판이 바뀌고 있다면, 포트폴리오의 방향도 한 번쯤 다시 들여다볼 때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