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메르세데스-벤츠의 역발상… '전기차 한파'에도 라인업 확장 승부수

글로벌이코노믹

메르세데스-벤츠의 역발상… '전기차 한파'에도 라인업 확장 승부수

GM·포드 34조 원대 손실에 '축소' 택할 때… 벤츠는 "전동화 전념" 고수
보조금 끊긴 美 시장, 제품 주기 전략으로 정면 돌파… 2027년 '진검승부' 예고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최고경영자(CEO).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최고경영자(CEO). 사진=연합뉴스


전기차 수요가 급감하며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투자 계획을 줄줄이 철회하는 가운데, 메르세데스-벤츠가 오히려 전동화 라인업을 강화하는 정면 돌파 전략을 선택해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미국 경제 매체 더스트리트(TheStreet)는 3일(현지시각) 미국 내 전기차 보조금 폐지 여파로 미국 완성차 기업들이 수십조 원대 손실을 떠안으며 전동화 속도를 조절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벤츠는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신차 출시를 강행하며 시장 선점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미국 시장 '전기차 썰물'… 250억 달러 손실과 전략 수정


지난해 9월 30일 미국 정부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최대 7500달러) 혜택이 종료되면서 시장 상황은 급변했다.

자동차 데이터 분석업체 콕스오토모티브(Cox Automotive) 자료를 보면, 미국 내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 4분기 23만 4000대를 기록하며 직전 분기 대비 46% 급락했다. 신차 판매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 또한 10.5%에서 5.8%로 반 토막 났다.

시장의 급격한 변화에 미국 '디트로이트 빅3'는 즉각적으로 지갑을 닫았다. 자동차 전문 매체 오토모티브 뉴스에 따르면,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F)는 전동화 전환 과정에서 발생한 수요 부진과 투자 재검토로 약 250억 달러(약 38조 3750억 원)에 달하는 관련 비용을 회계상 손실로 처리했다.

GM은 올해 초 약 60억 달러 규모의 관련 투자 비용을 정리했고, 포드는 수익성이 낮은 대형 전기차 생산 계획을 백지화하며 195억 달러 규모의 비용을 감당했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행보가 당장의 실적 방어를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벤츠의 '역발상'… 플랫폼 공유로 제품 가격 경쟁력 확보

반면 벤츠는 시장의 데이터는 공유하되, 대응 방식은 정반대다. 오는 9일(현지시각)부터 유럽 시장에서 전기 SUV인 'GLC' 시리즈의 신규 모델 2종(GLC 250 EQ, GLC 300 4MATIC EQ)에 대한 주문을 시작한다. 이는 기존 플래그십 모델 대비 접근성을 높인 하위 라인업으로, 고객 저변을 넓히겠다는 포석이다.

이번 신차들은 벤츠가 새로 개발한 중형 전기차 전용 플랫폼 'MB.EA-M'을 탑재했다. 벤츠는 이를 통해 생산 효율을 높이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보조금 없이도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겠다는 전략이다.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경영진 회의를 통해 전동화 전환은 흔들림 없는 회사의 핵심 과제임을 재차 강조한 바 있다.

다만 벤츠 역시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 대비 감소하는 등 도전 과제는 명확하다. 이에 따라 이번 전략을 두고 업계 관계자들은 "벤츠가 현재의 매출 확대보다는 미래 시장이 다시 열릴 때를 대비해 제품 라인업을 완성하는 '제품 주기(Product Cycle) 전략'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평가한다.

시장의 엇갈린 시계… 2027년 '진검승부' 예고


미국 시장 내 전기차 수요 회복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콕스오토모티브는 올해 전기차 판매 비중이 약 8% 수준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지만, 이는 고금리 기조와 보조금 부재라는 악재를 얼마나 극복하느냐에 달려 있다.

벤츠의 전략이 유효할지는 내년 이후 판가름 날 전망이다. 벤츠는 오는 2026년 하반기 미국 시장에 GLC 전기차 모델을 투입하고, 2027년 초에는 더 낮은 가격의 변종 모델까지 출시할 계획이다.

현재 미국 완성차 업계가 단기적인 실적 보호에 집중하는 '시장 타이밍'을 쫓고 있다면, 벤츠는 전기차 시장의 장기적인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제품 라인업'을 채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현재의 침체기를 지나 소비자가 전기차를 선택하는 기준이 다시 세워질 때, 누가 더 매력적인 가격과 성능의 모델을 갖추고 있느냐가 향후 10년 럭셔리 시장의 판도를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