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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배터리 생산, ‘수요 앞지르는 초고속 성장’… 2026년 자급자족 시대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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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배터리 생산, ‘수요 앞지르는 초고속 성장’… 2026년 자급자족 시대 연다

IRA 인센티브로 제조 비용 30% 절감… 한국 기업 200억 달러 투자하며 확장 주도
공급망 ‘중국 의존’은 여전한 숙제… 핵심 원자재 및 중간재 확보가 안보 관건
미국의 배터리 제조 능력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강력한 지원에 힘입어 기록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미지=구글 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의 배터리 제조 능력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강력한 지원에 힘입어 기록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미지=구글 제미나이3
미국의 배터리 제조 능력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강력한 지원에 힘입어 기록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6년에는 국내 생산량이 수요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면서, 불과 1년 전까지 수입에 의존하던 미국 에너지 저장 시장이 거대한 ‘제조 강국’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등 한국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통해 이 같은 변화를 주도하고 있으나, 핵심 원자재 부문에서 여전히 높은 중국 의존도는 향후 공급망 안보의 최대 변수로 지적된다.

5일(현지시각) 에너지 전문 매체 오일프라이스(Oilprice.com)는 미국의 배터리 확장 전략과 그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재편 현황을 집중 분석했다.

◇ IRA가 쏘아 올린 ‘배터리 붐’… 한국 기업들이 확장 견인


바이든 행정부가 도입한 IRA는 미국 내 배터리 제조 비용을 최대 30%까지 낮추며 글로벌 자본을 끌어들이는 강력한 자석 역할을 했다.

지난해 연간 70GWh 수준이었던 미국의 그리드 저장 시스템 생산 능력은 올해 145GWh까지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아 로버츠 미국 에너지 저장 연합 전무이사는 "미국은 처음으로 국내 수요의 100%를 자국산 시스템으로 공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됐다"고 평가했다.

한국 제조사들은 미국 내 생산 능력 확장에 약 200억 달러(약 30조 원)를 쏟아부었다. 벤치마크 미네랄스(Benchmark Minerals)에 따르면, 2025~2029년 사이 미국 배터리 생산량 증가분의 5분의 2 이상을 한국 기업들이 기여할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에 14억 달러(약 2조1000억 원)를 투입해 그리드 저장 전용 라인을 구축했다. 전기차 시장의 일시적 정체와 데이터 센터 및 재생에너지용 저장 장치 수요 폭증에 발맞춰 생산 품목을 발 빠르게 조정한 결과다.

◇ 데이터 센터와 재생에너지가 당기는 수요… 2026년 ‘공급 과잉’ 예고


올해 미국의 에너지 저장 수요는 전년 대비 21%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와 AI 데이터 센터의 가속화된 도입 때문이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은 주야간 공급 안정을 위해 대규모 배터리가 필수적이다. 2026년에는 미국 신규 발전소 용량의 28%가 배터리 저장 장치에 할당될 정도로 시장이 커지고 있다.

생산 시설 확충 속도가 수요 증가분보다 빨라지면서, 2026년 말에는 미국 내 생산량이 전체 수요를 초과하는 ‘공급 곡선의 역전’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국이 배터리 수입국에서 잠재적 수출국으로 변모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 아킬레스건은 ‘중국산 원자재’… 공급망 다변화가 최대 과제


화려한 생산 수치 이면에는 중국에 대한 높은 원자재 의존도라는 위험 요소가 잠복해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활성 소재(양극재 등)와 그 전구체 등 필수 부품의 기술력과 생산 능력이 여전히 중국에 집중되어 있다고 경고했다. 전력망용 배터리의 거의 모든 공급 단계에서 중국은 최소 한 단계 이상 관여하고 있는 실정이다.

S&P 글로벌에 따르면 미국은 2021년 이후 1000억 달러 이상의 배터리 및 부품을 수입했으며, 그중 절반이 중국산이었다.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대중 관세가 강화될 경우, 흑연 등 원자재 공급망을 장악한 중국이 보복 조치에 나설 가능성이 상존한다. 이는 미국 내 공장을 지은 제조사들이 정치적 긴장 속에서도 중국과의 관계를 고심해야 하는 이유다.

◇ 한국 배터리 기업에 주는 시사점


한국 기업들은 IRA 크레딧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미국 시장을 선점하는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특히 전기차용 배터리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한 전략이 주효했다.

배터리 셀 제조를 넘어 양극재, 음극재 및 핵심 광물 채굴 단계에서의 탈중국화가 기업의 장기 생존을 결정지을 것이다. 호주, 캐나다 등 FTA 체결국과의 협력이 더욱 중요해진다.

2026년 이후 공급 과잉이 현실화될 경우 판가 하락 압력이 거세질 수 있다. 차별화된 LFP(리튬인산철) 기술력 확보와 운영 효율화를 통한 원가 절감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