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서 첫 나포, 유가 100달러 재돌파… 유럽 제트유 6주분, 韓 경유 2000원 돌파
"저비용 공급망 시대 끝났다" 기업 생존전략 전면 재설계 불가피
"저비용 공급망 시대 끝났다" 기업 생존전략 전면 재설계 불가피
이미지 확대보기美 합참의장 "전 지구적 봉쇄"… 알레이버크함 전면 배치
댄 케인 미 합참의장은 지난 16일 펜타곤 브리핑에서 “이란산 원유를 운반하거나 이란을 지원하는 선박을 전 세계 작전구역에서 추적·단속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 단속’을 넘어, 이란 항구·해안선과 연계된 해상 교통 전반을 겨냥한 조치임을 시사했다. 이어 "인도·태평양 사령부(인도태평양함대 사령관 새뮤얼 파파로 제독 지휘)를 포함한 전 세계 작전구역에서 이란 국적선은 물론, 이란에 물자를 공급하는 모든 선박을 적극 추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작전 주력은 알레이버크급 유도미사일 구축함이다. 길이 500피트·배수량 9,000t·4기의 가스터빈으로 30노트 이상을 내는 이 함정은 지대공·순항미사일·대함미사일·전자전 체계를 탑재한 미 해군 수상전력의 중핵이다. 케인 의장은 현장을 "주말 쇼핑몰 주차장에서 스포츠카를 모는 것 같다"고 묘사했다.
실제 나포 시작… 태평양까지 '봉쇄망' 확장
이어 21일에는 보츠와나 국적 유조선 'M/T Tifani'가 인도·태평양 해역에서 나포됐다. 2월 28일 '에픽 퓨리(Epic Fury)' 작전 개시 이후 중동 이외 해역에서 이란 연계 선박이 나포된 첫 사례다. 케인 의장의 '전 지구적 봉쇄' 선언이 3일 만에 실제 작전으로 구현된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트루스소셜에 "이란 정부가 심각하게 분열돼 있다"며 "파키스탄의 요청으로 휴전을 추가 연장하되, 봉쇄는 계속 유지하라고 군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휴전과 봉쇄가 병행되는 이례적 국면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유가 100달러 재돌파… "사상 최대 에너지 위기"
봉쇄의 경제 충격은 즉각적이다. 22일 런던 ICE선물시장에서 브렌트유는 장중 배럴당 101.91달러까지 치솟았다가 98달러대로 후퇴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92.96달러로 3% 이상 급등했다. 전쟁 개전 초기 119달러까지 치솟았던 유가는 휴전 기대와 봉쇄 현실 사이에서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사상 최대 에너지 위기"라며 "유럽의 제트유(항공유) 재고는 6주분에 불과하다"고 경고했다. 유럽은 제트유 수입의 75%를 중동에 의존한다. IEA 월간 보고서에 따르면 통상 29일 수준이던 유럽 주요국 제트유 재고가 이미 20일 미만으로 떨어진 국가가 속출하고 있다. 23일선이 무너지면 물리적 공급 차질과 대규모 결항이 현실화된다. KLM은 내달 160편(유럽 노선의 약 1%) 감편을 발표했고, 이지젯은 상반기 최대 7억 5,800만 달러 세전 손실을 경고했다.
글로벌 수요 파괴 규모는 하루 400만~500만 배럴(전 세계 공급의 약 5%)로 추산되며, 충격은 중동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에 집중되고 있다.
韓, 원유 70%·LNG 20% 중동산… 환율·물가·수출 동시 타격
한국은 전선의 최전방이다. 수입 원유의 70.7%, LNG의 20.4%가 중동산이며, 수입 원유의 95%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정부와 민간이 7개월분 비축유를 확보해 단기 충격은 제한적이지만, 봉쇄 장기화 시 구조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시장은 이미 움직였다. 22일 원·달러 환율은 1495원대(23일 2시 기준 1480원)를 돌파했고, 서울 도심 경유 가격은 2000원을 넘어섰다. 한국은행은 4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7연속 동결하며 인플레이션과 성장 둔화 사이에서 '진퇴양난' 상황에 몰렸다. 외국인은 3월 약 36조 원을 순매도했고, 그 충격은 반도체·자동차 업종에 집중됐다.
산업계 영향은 연쇄적이다. △정유업계는 가동률 90% 이상을 유지하며 수출 물량을 내수로 전환 중이지만,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70%에 달해 봉쇄 장기화 시 생산 기반이 흔들린다. 한국은 세계 1위 항공유 수출국(미국 서부 수입의 85% 공급)이어서 글로벌 제트유 공급망의 '완충지대' 역할도 맡고 있다. △대한항공 인천~두바이 노선은 공역 폐쇄로 회항·결항이 반복되고 있다. △해운업계는 아프리카 희망봉 우회 시 운송기간 2주 이상·운송비 50~80% 증가 부담을 진다. △석유화학은 나프타 가격 급등과 수요 위축의 이중고에 노출됐다.
기업 대응 '3대 체크리스트'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일회성 해프닝이 아닌 '글로벌 공급망 구조 변화'의 신호로 읽는다. 기업은 다음을 상시 점검해야 한다. ①브렌트유·WTI 실시간 모니터링과 원가 시나리오 재산정 ②항공·해상 운임지수와 아프리카 우회로 리드타임 재계산 ③미국의 제3국(특히 중국) 경유 이란 우회수출 차단 기조에 맞춘 공급망 내 이란 연계 사전 점검이다.
'저비용·고효율' 중심의 기존 공급망 전략은 이제 '지정학적 리스크 내재화' 중심의 생존 전략으로 전면 재설계되어야 할 시점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봉쇄 유지 속 휴전 연장' 국면이 장기화될 경우, 에너지·물류·환율의 복합 충격은 2분기 한국 경제의 최대 변수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