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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에 발 묶인 인도 수출망… "치솟는 물류비에 수익성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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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에 발 묶인 인도 수출망… "치솟는 물류비에 수익성 직격탄"

컨테이너 운송비 4,000달러로 ‘배등’… 해외 구매자들은 가격 인상에 강력 저항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중동행 선적 중단… 3월 대미·대유럽 수출 두 자릿수 급감
한 선박 중개인에 따르면, 인도에서 미국과 유럽으로 운송되는 컨테이너당 가격은 거의 두 배로 올랐으며, 많은 경우 최대 4,000달러에 달했다. 사진=AP/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한 선박 중개인에 따르면, 인도에서 미국과 유럽으로 운송되는 컨테이너당 가격은 거의 두 배로 올랐으며, 많은 경우 최대 4,000달러에 달했다. 사진=AP/뉴시스
이란 전쟁으로 인한 지정학적 위기가 인도의 수출 전선을 마비시키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사실상 폐쇄로 운송 비용과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지만, 미국과 유럽의 구매자들이 가격 인상을 거부하면서 인도 수출업자들이 고스란히 손실을 떠안고 있는 실정이다.

23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에 따르면, 인도의 주요 수출 품목인 철강, 전자제품, 농산물 등이 물류난과 비용 압박이라는 이중고를 겪으며 글로벌 공급망 내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 "루피화 약세니 가격 올리지 마라"… 바이어들의 거센 압박


인도 수출업자들은 루피화 가치 하락으로 인한 환차익보다 운송비 상승폭이 훨씬 크다고 하소연하지만, 글로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산업용 자석 수출업체인 사르다 마그네츠(Sarda Magnets)의 비노드 쿠마르 사르다 이사는 "미국 고객들은 가격 인상 제안에 대해 대화조차 거부한다"며 "루피화가 평가절하됐으니 가격을 올릴 필요가 없다는 논리로 주문을 다른 나라로 돌리겠다고 협박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 회사의 1분기 미국발 주문은 전년 대비 50%나 급감했다. 높은 운송비와 전쟁의 불확실성이 고객들의 발길을 돌리게 만든 것이다.

인도에서 미국 및 유럽으로 향하는 컨테이너당 운송비는 전쟁 이전보다 거의 두 배 상승해 현재 최대 4,000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 호르무즈 봉쇄의 직격탄… 중동행 화물은 ‘항구 반송’


인도의 최대 무역 파트너 중 하나인 중동 지역으로의 수출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3월 한 달간 인도의 아랍에미리트(UAE) 및 사우디아라비아 수출은 각각 62%, 46% 폭락했다. 미국(-21%)과 유럽(-10%~-52%)으로의 선적 역시 일제히 감소세를 보였다.
페로 합금 수출업체 모르텍스 인디아(Mortex India)는 전쟁 시작 후 중동으로 향하던 컨테이너 150개가 인도 항구로 반송되는 사태를 겪었다. 해운사는 운송비를 환불해주지 않았고, 항구 보관료와 하역비 등 추가 비용만 고스란히 수출업자의 몫이 됐다.

특정 사양에 맞춰 제작된 장비들은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다른 구매자를 찾기 어렵다. 결국 도매 시장에서 원가의 10분의 1 가격에 투매되거나 폐기되는 실정이다.

◇ 인플레이션 압박 속 ‘재고 쌓기’로 버티는 인도 기업들


4월 인도 제조업 PMI(구매관리자지수)가 55.9를 기록하며 반등 조짐을 보이고는 있지만, 이는 기업들이 공급망 단절에 대비해 '완충 재고'를 공격적으로 축적한 결과로 풀이된다.

주방용품 수출업체 발라리아 메탈 크래프트(Valaria Metal Craft) 측은 "투입 비용이 15% 올라도 고객에게 5%의 인상분조차 전가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판매 가격 인상 속도가 비용 인플레이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적 적자 상태다.

엔지니어링 수출 촉진 위원회(EEPC)는 향후 신규 주문에 대해 수출업자들이 15~30%의 가격 인상을 요구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글로벌 구매자들이 이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 한국 수출 기업 및 통상 당국에 주는 시사점


인도의 사례처럼 특정 해협 봉쇄는 국가 수출 전체에 치명타를 줄 수 있다. 한국 기업들도 중동 및 유럽향 물류의 대체 경로(육로 또는 제3국 경유)를 선제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단순 가공품은 인도의 사례처럼 가격 인상 시 바이어 이탈이 쉽다. 대체 불가능한 독보적 기술력을 확보하여 물류비 상승분을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전쟁과 같은 외부 충격 시 발생하는 컨테이너 반송비, 창고료 등을 보전해주는 긴급 수출 금융 및 물류 바우처 지원을 확대하여 우리 중소 수출업체의 도산을 막아야 할 것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