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4일제·공공 부유 기금 등 파격 제안 담았으나 철저히 미국 제도에 기반
반도체 중추 아시아 배제는 ‘전략적 망상’… “아시아만의 독자적 거버넌스 틀 세워야”
반도체 중추 아시아 배제는 ‘전략적 망상’… “아시아만의 독자적 거버넌스 틀 세워야”
이미지 확대보기주 4일 근무제와 공공 부유 기금 등 스칸디나비아식 사회민주주의 모델을 연상시키는 파격적인 제안을 담고 있지만, 정작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거주하며 하드웨어 공급망의 핵심인 아시아를 철저히 소외시켰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3일(현지시각) 홍콩 대학교 데이비드 빌레나 교수는 닛케이 아시아 기고를 통해 OpenAI의 이번 문건을 "미국 기술 기업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게임의 규칙을 미리 정의하려는 로비 문서"라고 규정하며 아시아의 주도적 대응을 촉구했다.
◇ 파격적 사회 모델 제시… 그러나 설계도는 ‘메이드 인 USA’
지난 4월 6일 공개된 13페이지 분량의 OpenAI 보고서 "지능 시대를 위한 산업 정책"은 한 기업의 문건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거시적인 담론을 담고 있다.
AI 주도 성장의 수익을 시민에게 직접 분배하는 '공공 자산 기금'과 생산성 향상을 복지 혜택으로 전환하는 '효율성 배당금' 개념은 대형 테크 기업이 내놓은 것 중 가장 전향적이라는 평가다.
이주 지표나 고용 변화에 따라 자동으로 확장되는 안전망 설계 등 정책 입안자들이 당장 고민해야 할 실무적 메커니즘을 제안했다.
하지만 제안된 모든 제도적 틀(사회보장, SNAP, 메디케이드 등)은 철저히 미국산이다. 중국, 인도, 동남아시아 등 거대 시장과 각기 다른 거넌너스 전통을 가진 지역에 대한 언급은 "대화는 글로벌해야 한다"는 단 한 문장의 수사에 그쳤다.
◇ 하드웨어 중추 아시아 무시… “전략적 망상이자 분석적 실패”
빌레나는 이 문서가 단순한 어조의 문제를 넘어 심각한 분석적 실패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독자적 AI 거버넌스, 인도의 규모 있는 공공 디지털 인프라, 한국과 일본의 규제 실험 등 지구상에서 가장 중요한 대안적 모델들이 보고서에서는 완전히 누락되었다.
엄격한 감사 요건을 소수의 첨단 모델에만 적용하자는 제안은 겉으로는 합리적이나, 실제로는 이미 시장을 선점한 최전선 개발자들이 규제된 과점 체제를 구축하려는 의도라는 비판이다.
◇ “아시아, 남의 정치적 상상력을 물려받지 마라”
빌레나는 아시아 정부들이 OpenAI가 정의한 용어와 틀에 갇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시아 각국은 고유의 경제 구조와 거버넌스 전통을 바탕으로 자체적인 분배 모델과 안전망을 설계해야 한다.
보고서가 80억 인류 중 나머지 75%를 침묵으로 처리한 것은 역설적으로 아시아에 그 공백을 채울 초대를 보낸 것과 같다.
공공 부유 기금 개념은 이미 아시아 국가들이 보유한 국부 펀드 맥락에 맞춰 재조정할 가치가 충분하며, 민첩한 디지털 인프라를 바탕으로 더 앞선 안전망 시범 운영도 가능하다.
◇ 한국 정책 당국 및 산업계에 주는 시사점
미국 기업이 주도하는 AI 질서에 종속되지 않기 위해, 한국형 AI 윤리 지침과 산업 진흥 정책을 글로벌 표준과 연계하면서도 독자적 위상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기술 주권 확보를 위해 아시아 역내 국가 간의 AI 안전 및 규제 공조 체제를 구축, 공동의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미 테크 기업의 제안이 도덕적 수사로 포장된 로비 성격이 강함을 인식하고,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진입 장벽이 되지 않도록 통상 당국과의 긴밀한 대응이 요구된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