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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하도급 임금 체불에 '원스트라이크 아웃'… 상습 지연 시 블랙리스트 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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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하도급 임금 체불에 '원스트라이크 아웃'… 상습 지연 시 블랙리스트 등재

노동법 제55조 3항 근거로 강력한 규제책 시행… 공공조달 참여 영구 제한
국내 건설·IT 기업 진출 시 노무 리스크 관리 비상… 법적 대응 체계 구축 필수
인도 남부 벵갈루루 인근의 위스트론 공장을 빠져나오는 노동자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인도 남부 벵갈루루 인근의 위스트론 공장을 빠져나오는 노동자들. 사진=연합뉴스
중국을 제치고 '세계의 공장'으로 급부상 중인 인도가 고질적인 하도급 근로자 임금 체불 문제를 해결하고자 강력한 법적 철퇴를 꺼내 들었다.

데칸 헤럴드(Deccan Herald)가 지난 10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인도 중앙정부는 계약직 근로자에 대한 임금 지급 지연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며 이를 위반하는 기업에 대해 공공사업 참여를 제한하는 '블랙리스트' 등재 등 고강도 제재를 공식화했다.

이번 조치는 '2020년 산업안전보건 및 근로조건법(Occupational Safety, Health and Working Conditions Code, 2020)' 제55조 3항을 근거로 하며, 인도 내 모든 사업장과 계약업체에 즉각적인 규제 준수를 압박하고 있다.

임금 체불 기업, 정부 사업 영구 퇴출… ‘무관용 원칙’ 적용


인도 노동고용부는 최근 지침을 재확인하며 계약직 근로자의 임금을 정해진 기한 내에 지급하지 않는 업체에 대해 강력한 행정 처분을 예고했다.

핵심은 실질적인 경제적 타격이다. 인도 정부는 임금 지급 의무를 위반한 기업을 국가 조달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블랙리스트 제도를 운용한다.

지침의 근거가 된 '산업안전보건 및 근로조건법' 제55조 3항은 주 계약자가 계약직 근로자의 임금이 적기에 지급되도록 보장해야 할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만약 하도급 업체가 임금을 지급하지 못할 경우, 원청 기업인 주 계약자가 이를 대리 지급한 뒤 해당 비용을 하도급 대금에서 공제해야 한다.

인도 당국은 이를 이행하지 않는 기업에 대해 "국가 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로 규정하며 무관용 원칙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현지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보도에서 "임금 지급 지연은 근로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중대한 위반"이라며 "상습적인 체불 업체는 향후 모든 정부 입찰에서 배제될 뿐 아니라, 기존 계약 또한 파기될 수 있다"라고 밝혔다.

현지 진출 기업, 노무 관리 비용 상승 불가피… ‘직접 책임’ 강화

이번 규제 강화는 인도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에도 적지 않은 파급 효과를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건설, 제조업, IT서비스업처럼 하도급 구조가 복잡한 산업군에서는 노무 관리 리스크가 실질적인 경영 위협으로 부상했다.

인도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인도의 노동 환경을 국제표준에 맞추려는 의도라고 풀이한다.

수보드 쿠마르(Subodh Kumar) 노동 전문 변호사는 "과거에는 임금 체불이 발생해도 가벼운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제는 기업의 존폐가 걸린 조달 시장 퇴출이라는 실질적 제재가 도입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인도 정부는 디지털 결제 시스템과 연동하여 근로자의 계좌로 직접 임금이 입금되는지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이는 하도급 업체가 임금을 중간에서 가로채거나 지급을 미루는 관행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인도 내 사업 운영비용(Cost of doing business) 중 노무 관리 비중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 ‘노동권 강화’… 기업들 대응책 마련 고심

인도의 이러한 행보는 글로벌 공급망의 중심축으로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 잡으면서, 노동권 보호에 미흡한 국가는 외자 유치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뉴델리 소재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나렌드라 모디 정부는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정책의 성공을 위해 노동법을 통합하고 규제를 정비해왔다"라며 "이번 조치는 강력한 규제인 동시에, 투자자들에게는 '예측 가능한 노동 시장'이라는 신호를 주는 양면성을 지닌다"라고 분석했다.

향후 인도 정부는 이번 지침 준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사업장 불시 점검과 하도급 대금 지급 추적 조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현지 법인을 운영하는 우리 기업들이 하도급 계약서 작성 시 임금 지급 보증 조항을 강화하고, 현지 근로자들의 임금 지급 현황을 상시 점검할 수 있는 내부 감시 체계를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인도의 강화된 노동 규제는 단순한 행정 지침을 넘어, 현지에서 사업을 지속하기 위한 필수적인 '생존 조건'이 되었다.

인도 시장에서 공공 부문 수주를 염두에 둔 기업이라면, 강화된 법률에 따른 노무 리스크 관리가 경영의 최우선 순위가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